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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펜 Nov 04. 2022

괴로운 기억을 잊는 방법.

가끔씩 나를 괴롭히는 나쁜 기억들이 있다.

대학시절, 날 시기해서 얄밉게 잘난 척하던 그 아이.

직장 다닐 때 은근히 날 무시하던 여자 상사.

나의 바보 같은 순진함을 이용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주변 사람들.

다 내가 약하고 부족해서 당한 거라 생각하니 더욱더 화가 난다.

이런 나약한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그리고 간절히 바란다. 나쁜 생각과 기억들에서 제발 벗어나게 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이 '패배자' 같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일부터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일들인데, 이제 와서 일일이 찾아가 속 시원히 따질 수도 없다.

내 인생이 꼬이면 꼬일수록 내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수록 과거의 기억들은 더 나를 괴롭힌다.

왜 나는 그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지 못했지? 내가 지금 10년 전 20년 전의 나보다 훨씬 성공한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면, 과거를 떠올렸을 때 이런 생각이 들겠지.


'바보들, 내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고 나한테 까불었겠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은 우스운 해프닝 정도로 여겨질 것이다. 그들이 너무 가소로워져서 기억에서조차 먼지처럼 사라지겠지.

유치하지만 가끔 이런 상상을 하며 혼자 키득거리곤 한다.

하지만 성공은 그리 쉽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날은 도서관에 갔다.

제목이 유독 눈에 띄는 책이 하나 있었다.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내가 늘 생각해왔던 문장의 제목이라니! 역시 성공만이 최고의 복수가 맞구나! 싶었다.

책의 내용은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과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요 몇 년간 내가 뼈져리게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장까지 빠른 속도로 읽었다.

'잘 살아라!' 이것은 성공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사실 말 그대로 잘 살아라.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나의 삶을 살아라'라는 의미도 되었다.

나의 삶을 잘 가꾸며 아름답게 살아가면 되는걸, 왜 자꾸 다른 사람과 엮어서 생각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과거의 사람들을 끄집어 내어, 내가 사실 이렇게 잘난 사람이다. 네가 그렇게 무시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증명하려 하는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인생을 잘들 살아갈 텐데 말이다. 이미 나의 존재는 기억에서 사라졌을 테고 말이다.


괴로운 기억을 잊는 방법 중 '성공하기'는 약간 힘들 것 같으니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자'로 바꿔야겠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5분 전의 괴로운 일이나 10년 전의 일에 굳이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상황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70세를 훌쩍 넘기신 아빠는 몇 해 전 하시던 일을 그만 두시고 시골로 귀농을 하셨다.

자주 뵙지는 못하는데, 가끔 만날 때마다 굉장히 행복해 보이신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딱히 할 일도 많이 없으실 것 같은데, 그동안 못 해봤던 일들을 하나하나 하시면서 하루하루 본인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계신 것 같았다.

6.25 전쟁도 겪으시고, 새엄마 밑에서 먹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어렵게 사셨을 아빠의 70년 인생이 항상 행복하지 만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지금 아빠의 얼굴은 나보다 10배는 행복해 보였다.


나도 과거의 나와 이제 작별을 해야겠다. 그때의 내가 지금보다 얼마나 나은 사람인지, 못난 사람인, 그건 상관없다. 지금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

 11월 4일 4시 50분의 지금의 '나'를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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