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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펜 Dec 30. 2023

40대의 미래.

중년이 되니 수시로 과거에 갇힌 사람이 돼버리고 만다.

사람은 모두 미래를 향해 간다. 

지금 이 순간도 1초 전의 과거가 되고 곧 1초 후의 미래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자꾸 과거에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어차피 과거는 돌아갈 수 없고 사라지는 것인데.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나의 미래가 과거의 나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일까.

나도 미래의 내가 기대되는 20대 시절이 있었다. 이런저런 상상들은 곧 손에 잡힐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는 미래를 그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현실적인 나이였다. 오히려 별다른 미래의 계획이 없다고 하면 다들 꿈을 가지라며 눈에 쌍심지를 켤 것이다.


40대를 훌쩍 넘긴 지금, 나의 미래는 도통 상상이 안된다.

나의 50대는? 60대, 70대는? 어떤 모습일까?

전혀 모르겠다. 


그것에 대한 선명한 답을 주는 사람이 나에게는 없다.

이제 막 70세가 되신 엄마나 시어머니를 보면 알 수 있을까?

아니, 알 수 없다. 그분들은 그저 평범한 전업 주부시다.

그분들도 본인들의 80살, 90살의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잘 모르실 것 같다.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의 미래를 생각하니 너무 암흑 같아서 미래를 외면한 채 과거에 빠져 살았다.

'그때 이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때 이 공부를 시작했더라면...'

'10년만... 5년만 더 젊었더라면...'

'내가 그땐 진짜 잘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늦었겠지...?'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미래로 흘러가고 지금의 소중한 순간은 과거가 돼버리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과거 타령만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강연을 보게 되었다. 

100세 시대인 지금, 사실 자신의 나이에서 17살을 뺀 나이가 자신의 진짜 나이고 그 나이처럼 생각하고 삶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40대가 인생 처음인지라 40대의 라이프에 대해 잘 모른다. 그저 경험을 토대로 상상할 뿐이다. 

40대 중반인 내가 가까이에서 경험한 40대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엄마다.

나보다 10년 결혼을 빨리 하셨던 엄마는 이미 예전부터 뽀글거리는 파마머리, 복부에 두둑한 지방층을 가지고 있는 누가 보아도 완벽한 중년 아줌마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 40대의 엄마는 아무리 살펴봐도 생각이나 외모가 '젊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엄마를 비롯하여 주변의 비슷한 40대들을 보고 자란 내 머릿속의 '40대의 이미지'는 이미 어른의 완전체로서, 살아온 대로 별 탈없이 살다가 곧 평화로운 노년을 맞이하는 시기다.

자신만의 미래를 위해 고뇌하거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거나 꿈을 꿀 나이는 아니었다.


이 강연자의 말대로라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40대로 살면 폭망 한다. 

17년을 뺀 20대 후반처럼 살아야 한다.

이제 곧 노년을 맞이하겠구나 슬퍼하던 내가 갑자기 20대가 되다니, 생각만 해도 에너지가 뿜뿜 솟아올랐다.

과거에 갇혀 살던 내가 이제 진짜 과거로 '회춘'한 것이다!!

20대가 된 현재의 '나'는 상상이 아닌 진짜다. (사실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라고 믿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살아온 날보다 어쩌면 훨씬 더 긴 삶을 살지도 모르는 난, 미래를 준비하는 20대처럼 나의 설레는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계획들을 짰다.

그중 하나가 글을 더 열심히 쓰면서 배우는 것이고, 계속 그림을 놓지 않고 성장하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영어를 정복할 때까지 끝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달에는 인생 처음으로 혼자 한 달 동안 영어를 배우러 필리핀에 갈 계획을 세웠다.

운 좋게 프리랜서인 남편의 일정이 비어서 아이들 케어를 맡기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괜히 찔려서 남편눈치 시댁눈치 주변 사람들 눈치를 봤다면 못 갔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용기를 내었다.

내 나이에서 17살을 뺀 나이가 진짜 내 나이인지 유명 강연자의 말을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앞으로의 내 인생은 이 도전의 성공여부에 달렸다.

이 생소한 도전이 좋은 경험으로 남는다면,

난 20대 인양 조심스럽게 다음 도전 목표를 세울 것이다.

결국 육체는 미래를 향해 점점 늙어가겠지만, 나의 도전들로 정신은 한 살씩 어려져 20대의 반짝반짝한 마인드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인격은 성숙해지되 마인드를 어리게 갖자라는 말인데 쉬운 일은 아니네요)


아이들이 크고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난 후에는 인생의 2막이 펼쳐진다고 한다.

결국엔 혼자가 될 나,

꾸물꾸물 시도하고 있는 지금의 도전들이 그때 나의 삶 전체가 되어 빛나 주길 기대한다.



<남 눈치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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