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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r 16. 2024

면장에게 미움받는 방법

어떤 면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

" 처음부터 훼방을 놓더니 끝까지 훼방을 놓는다. " 이 말을 면장이 나를 두고 했다고 들었다.

당황한 팀원이 그 일이 벌어진 걸 상세히 설명한다. 처음에 내가 우리팀 업무가 아니라고 했던걸 방해라고 생각했던것 같았다. 정말 제3의 손이 작용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완전한 오해였다. 그건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면장의 심경을 압축한 것이리라. 설명할 필요가 없는 독단이 불러온 일이다. 면장이 불러온 업자를 돌려보냈더니 혀를 끌끌 차며 이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의 잔인하고 까칠했던 윗사람의 자리에 앉아 과거에 '강자'라고 생각했던 모습으로 변모한다. 그런 다음 희생양을 찾아 과거의 나약한 실패자였던 자신의 위치에 앉힌 후, 강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세계를 통제하고 지배하려 든다. 이것은 일종의 병리적 관계이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나 병은 신체의 상처나 병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병든 상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과거의 원한과 증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계속해서 희생양을 찾고 잔혹함과 엄격함으로 악습을 되풀이한다. 술주정을 하거나 마약을 흡입하는 사람에게 술과 마약이 일상이듯, 폭력에 익숙한 사람은 폭력을 당연시하고, 병리적 관계에 놓인 사람은 병리적 통제와 감정적 학대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 169p -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항상 모든 사건에는 전조가 있듯이 이것 역시 하나의 작은 일부터 시작되었다. 그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고 그 뒤로 일어난 일들이 마치 모든 것이 거대하게 짜인 계획의 하나인 것인 양 하나가 없어지면 그다음차례의 무엇이 나타나며 하나씩 하나씩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뭐 일하다 보면 그런 일 한두 번씩 있지 않나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아니다고 생각하는 게 계속 반복된다. 가스라이팅 비슷하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마치 정말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우리가 가슴 졸이며 살 필요는 없다.  더 당당하고 떳떳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직장은 즐거운 곳은 아니더라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화가 나는 곳이면 안된다.


" 왜 괜찮은 면장이 한 명도 없을까" 직원들 끼리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다른곳으로 가고 싶어도 다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등급이 분류되어 있었다. 또 그중에는 면에서 악명을 떨치다가 군청 과장으로 가면 조용한게 기에선 보는 눈이 많아서라는 말도 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면장이 되어서 그러는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 면장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1. 복지라는 말만 들어가도 복지팀업무

아예 머릿속에 처음부터 복지라는 말이 들어가면 뭐든 복지팀 업무라고 생각하는 면장이 있다. 자치법규집을 보여주며 그게 우리 팀 업무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최종결재권자는 직원들의 설명을 들어도 본인이 인정을 하지 않으면 아닌 것이다라고 생각하는지 서류가 말해주는 걸 보여주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회의를 하더라도 의견을 듣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귀를 닫고 있는지 말을 들으려고 하는 마음 자체가 없게 보인다. 무조건 면장은 명령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면장들이 너무나 많다. 타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을 시키면서 그것이 아니라고 하거나 거부의사를 보이 반발로 생각한다.


2.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

지위가 올라가면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지위가 올라가도 이전 방식대로 하니 직원들의 피로도가 상승한다.   "과연 이런것까지도 면장한테 보고해야 하나?" 하면  "면장이 그런 거 세세한 것까지 보고하는 걸 좋아하세요. 하는 게 좋을 거예요. "  수차례 당한 경험자의 조언이었다.  


3. 복지팀 나와바리

 "복지팀이 알아서 어려운 이웃을 선정하는 것"에 대한 것도 "복지팀 나와바리"이라는 일본말인듯한 표현을 다.  그런 말을 처음 들었다.


4. 파티션과 인터폰

혼자 근무하는 방에 무슨 파티션이 필요할까.

밖은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하루종일  파티션으로 둘러싸인 자신만의 견고한 비밀 벙커에서 소통은 오직 인터폰이다. 삼십분간의 통화를 듣고 팀원은 "팀장님 무슨 악성민원하고 통화하는 줄 알았어요."


5.  "대답만 하지 말고"

회의 때  계획 세운 거 공문으로 올렸냐 해서 올렸다고 했다. 네네 그러자 하는 말이 "대답만 하지 말고"하는 것이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이런 화법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화법이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90년대 별정직 면장이 직원 갈구며 하는 말도 아니고 "대답만 하지 말고"라니 그럼 대답하지 말고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나.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반항한다고 생각하고 더욱더 괘씸한 생각이 들 거 아닌가. 대답만 하지 말고라니 이 화법은 자신이 당했던 화법인가. 대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저런 말이 나올까.


6. 감히 나를 놔두고 경로당 가다니

면장의 얼굴은 거의 흙빛으로 변해 당분간  말도 섞지 않겠다는 비장한 태도다. 모시고 올 직원까지 대기시켜 놨음에도 말이다. 그 후폭풍은 꽤 오래갔다.

 

7. 공정에 집착


8.  "도대체 복지팀은 왜 그러나 " 


9. 착한 가격업소 & 착한 가 

복지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복지팀 일이라고 생각하듯, 착한 말이 들어간 착한 가격업소도 복지팀에서 하라는 방적인 지시.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지인을 최근에 만나 하소연했더니 특별한 행동강령을 알려준다. 


면장이 묻지 않는 것까지 많은 정보를 주지 말고 물어본 말에만 간략하게 대답하라고 한다. 면 동향 같은 것도 알고 있어도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다고 한다. 어떤 지시가 말이 안 되더라도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말고 네네네 하라는 것이다. 말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나는 무조건 네네네 했더니 "대답만 하지 말고"라는 말이 돌아왔지만 말이다.


기분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최대한 예우를 갖추고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조금만 버티면 시간은 간다는 것이다. 뭐 하라고 시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도 먹혀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반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괘씸하게 생각하니 그냥 참으라고만 한다. 게 현실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의욕이 나게끔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직원을 이겨보고 억누르려고 하는 욕구가 앞서니 직원들은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잘하게 하는게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를 꺽고 결국은 적극행정이 아닌 소극행정이되고 최종적인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된다. 덕과 지혜가 없는 사람이 지위를 가지면 주변사람들이 힘들어진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명퇴라도 할까 했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언젠가 면장도 퇴직을 한다. 면장 퇴직도 몇 년 남지 않은 거 같은데 본인 혼자 엄청 남았다고 착각하는가. 매년 수많은 면장들이 퇴직을 해도 왜 또다시 그런 면장들이 생성이 되는지 모르겠다. 예전부터 그런 말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 사람에게 지위를 줘보라는. 도대체 면장이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이라고 이러는지.!직하면 그냥 한낱 퇴직자에 불과한걸....


* 이 글은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약간의 허구와 살을 붙여 과거 겪은 면장들 사례를 종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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