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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r 24. 2024

50대의 영어 레벨테스트

기대에 가득찬 50대의 영어회화

외국어를 배우려는 열정에는 나이가 없다. 특히 영어하나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영어를 잘하려고 한다. 나 역시 퇴직 후 외국여행 갈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퇴직 후는 몸이 힘들어지니 퇴직 전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함을 깨달았다. 내가 영어를 꾸준히 배우려 하는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ㆍ뇌 노화 방지

 영어를 자신 있게 하며 느끼는 성취감

ㆍ여행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음

ㆍ인스타를 통해 소통.

ㆍ외국콘텐츠 이해

ㆍ자막 없이 영화 보기

ㆍ원서 읽기


배워두면 충분히 도움이 되는 사유들밖에 없다. 하지만 2019년 이후 2020년부터 코로나를 거치고 모든 게 시들해지고 열정도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손을 놓은 지 5년 만에 갑자기 또 잠자고 있던 영어를 잘하고 싶은 열망을 일깨우는 일이 일어났다.


군청에서 갑자기 공무원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게시판에 영어와 중국어 공부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중에 전화영어 5분에 주말에 3시간 집합교육이 있고 이것을 또 상시학습으로 인정해 준다고 한다. 어차피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그 시간에 공부도 공짜로 하고 또 상시학습도 인정해 준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이는 건이었다. 혼자 전화영어 10분씩 주 2회 한다고 하면 월 오만 원 정도 있어야 하는데 매일 오 분씩이면 5분이 더 많은 데다 공짜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는 나이를 불문하고 하나씩 해두면 보험처럼 세계 어딜 가도 든든하지 않겠는가. 바로 신청했다.


문제는 레벨테스트를 해서 초급, 중급으로 나눈다고 한다. 영어공부 그만둔 지 5년이 지났고 나이가 먹어서 더 발음이 새고 사투리 발음에 영어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발음을 하는데 레벨테스트라니 겁이 났다. 게다가 다 같은 직원들인데 특히 젊은 직원들이 어떤 시선으로 볼까도 두려웠다.


드디어 레벨테스트 시간이 다가왔다. 갑자기 영어로 전화를 받아야 하나 한국말로 받아야 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 전화를 해서 테스트를 할 사람이 한국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 여보세요?"

" 아 제 전화 많이 기다리셨죠???"

" 아,,, 네...."

"그럼 우선 자기소개 영어로 해보세요 ".

순간 속으로 영어로 물어보지 않고 한국말로 물어보다니 의아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준비된 원고를 술술 읽었다.

이어서 강사는 " 영어 공부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영어로 말해주세요 "

속으로 아 간단하네 하면서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이미 예상 질문을 뽑아둔 상태라서 어렵지 않았다.

그랬더니 "Your Engish is quite good!" 했다. 한 1분 33초 정도였다. 아마 30명 이상을 며칠에 걸쳐하니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을것이다.


테스트가 얼른 끝나자 순간 난 안도감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물론 좋다고 했으니 초급으로 편성되진 않겠지 했다. 그리고 내 전화기에 녹음된 것을 다시 들어보았다. 난 충격에 휩싸였다.

"Your English is quite good" 했더니 내가 "right"라고 답한 것이다. 연이어 여성강사의 '후우훗'하는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또 영어로 말하면 중간에 야 야 비슷한 음을 넣는 것에 상당히 서투르다. 근데 녹음 속 나는 무슨 어 어 응 응 하는 거 같고 영 세련되지 않은 응수를 한다.


누군가 그냥 형식적으로 very도 아니고 그냥 칭찬해 준 건데 '그래 맞아'하니 웃긴 것 같았다. 차라리 그 녹음을 안 들었어야 했다. 기억나지 않는 대화를 떠올리며 창피함에 사로 잡혔다.


일단 하루가 지나니 안정을 찾고 그 에피소드는 망각 속에 흘려버렸다. 아직 초급반인지 중급 반인지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 매주 토요일 3시간 할 일이 생겼다. 앞으로 꾸준히 출석하며 내가 영어공부하려는 목적대로 외국여행 다니면서 영어로 소통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한국문화도 소개하는 상상을 해본다. 아직 성취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해서 내가 원하는 레벨이 되었을 때 성취감이란 이런 것일까 하며 미리 성급한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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