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하고, 자원봉사하면서 중간에 '홈스테이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었다. 홈스테이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외국에 가서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내게 그런 경험이 주어질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난생 처음 현지인 가정을 방문해 보는 것이라 궁금하고 설레었다.
우리가 하는 홈스테이는 딱 하루 정해 4명~5명 정도로 팀을 구성해서 현지인의 집에 가서 저녁먹으며 대화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홈스테이 주인들은 주로 UGA 강사 아니면 교직원이었다. 팀원구성은 영어 소통을 잘하는 멤버와 서투른 멤버를 조율해서 구성했으리라. 현지인이 하는 대화를 못 알아먹고 동문서답을 하면 안 되니깐 말이다.
미국인 대부분은 주택에 거주하고 또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서 사전에 강아지를 싫어하는지 사전에 조사는 했으나 그건 반영되지 않았다. 나는 강아지 없는 집으로 신청했으나 가서 보니 강아지가 있었던게 아마 대부분 강아지가 있고 없는 집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후 강연을 듣고 숙소 로비에서 기다리면 계획된 각 호스트들이 와서 각자 차량으로 팀원들을 픽업해 간다. 우리는 호스트의 남편이 그의 승용차를 이용해 우리를 픽업해 갔다.
내가 속한 팀의 호스트는 칼빈슨연구고 직원이었고 딱 한 번인가 연수생활 설명 할 때 본 적이 있다. 남편과 강아지와 함께 거주하는데 남편은 현재 글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정식 작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혹시 몰라서 명함을 받아왔긴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입구서부터 오른쪽에 낮게 자리한 거실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남편의 서재가 있고 반대편엔 부엌, 그리고 정면으로 들어가면 안방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깔끔한 안주인의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녀가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서 사회문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듯했으나 절반 이상 난 이해하지 못했고 우리 팀원들은 알아먹었을 것이다.
주택 내부 구조는 전반적으로 모던했고 집주인의 우아한 취향을 느낄수 있었다. 부엌의 모든 물품은 싱크대속에 전리되어 있는듯 했다. 인상적인 건 벽에 동양적인 대나무 소재로 만든 장식품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외국 여행을 좋아하셨는데 여행하면서 모아 온 것이라고 한다. 모양이 우리나라의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 같았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국적은 한국이 아닌 거 같았다.
아무튼 그녀는 인테리어에 높은 안목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식사가 마무리될쯤 준비한듯 남편이 셀카봉을 이용해 단체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화기애해하게 식사을 마친 후 그녀의 안내에 따라 뒷마당에서 미국 전통 게임인 콘홀게임을 하게 되었다.
부엌문으로 나가면 뒷마당으로 연결되는데 작은 연못도 있고 물고기도 있었다. 소박하지만 정말 그럴싸한 잔디로 덮인 마당과 오래된 수목들이 즐비해있었는데 지속적으로 정원과 연못을 가꾸고 있는 집주인의 부지런함이 주택 곳곳에서 느껴졌다. 교직원인 그녀에 비해 자유로운 시간이 많은 남편이 주로 정원관리를 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부부가 평소에도 차를 마시고 게임도 즐기는 것 같다. 주로 아파트에 사는 우리와 달리 미국의 주택이 이런 식이라면 대부분 주말에도 굳이 차를 끌고 멀리 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주말이면 도로가 북적이고 쇼핑몰이 북적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거리에 사람들이 몇 안 보이는 것도 가족중심의 문화가 그런가 싶었다.
콘홀게임은 미국 전통게임으로 콩이 담긴 헝겊으로 만든 주머니를 가운데 구멍이 동그랗게 뚫리고 경사가 진 네모난 상자 안에 던져서 넣는 게임이다. 아마 우리 나라로 치면 제기차기나 오자미라 불리는 놀이와 비슷하리라. 주머니를 던지는 거리는 약 3미터 정도라 쉽게 구멍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워낙 운동신경도 없고 난생처음 하는 거라 자세도 안 잡히고 몇 번 던져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보기만큼 쉽진 않았지만 유난히 운동신경이 좋은 팀원 중 하나는 매번 넣을 때마다 잘 넣어서 환호를 받았다. 식사 후 이렇게 야외에서 게임을 즐긴 팀은 우리 팀밖에 없었다. 게임 중간중간 그녀의 집 강아지가 와서 내 발을 가볍게 물었는데 한국에서 처럼 본능적으로 오버하며 꺄악 소리를 내버렸는데 그런 모습이 주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졌으리라.
홈스테이 체험은 매년 이렇게 그녀를 포함한 6명의 호스트가 참여하고 이런 개인적인 이벤트는 호스트의 매년 계획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다녀와서 호스트들과 저녁을 즐기며 나눈 이야기들을 서로 교환했다. 어찌 되었건 그날 이후 우리 호스트를 학교에서 만난 적은 없다. 지금쯤 그 남편은 작가로 데뷔했을까 하며, 콘홀게임 했던 게 생각에 잠시 빠져본다. (5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