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event, Conversation, Writing 수업
브라이언의 Conversation 시간에는 우리 교육생 외에 터키, 브라질,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과목 특성상 회화수업은 다양한 나라에 온 학생들이 함께 수업하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들의 직업은 교수, 엔지니어, 학생 등 연령층도 다양했다. 브라질에서 온 40대 후반의 교수는 자신의 모국어가 영어에 너무 많이 반영되어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느 나라나 혀가 굳은 시기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그는 부인 및 어린 딸과 함께 미국에 연수를 왔고 학교에 매일 같이 왔었다. 터키에서 온 국비유학생인 무스타파는 나이는 30대 초반인데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젊은이인데도 턱수염을 길렀고 처음 앉은 좌석에서 팀을 짤 때도 은근 히죽거려서 가볍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몇 주 지내면서 서로 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내가 가진 만년필을 슬쩍 가져가는 장난을 치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서로 친해질 무렵우리가 떠나야 했기에 마지막 수업 날에는 무스타파의 얼굴이 유독 어두워 보였다. 무스타파와 우리는 인스타그램 주소를 공유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Conversation 시간에는 매일 다른 주제로 각자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 팀을 짜서 팀별로 발표자, 정리자를 정해 그 주제에 대한 팀의 의견을 발표했다. 빨리 영어를 숙달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문장을 만들어서 많은 말을 해야 한다. 어떤 날은 브라이언이 미국에서 일반 주민을 상대로 말을 거는 미션을 주었지만 쉽진 않았다. 조지아대학교 북스토어에서 노트를 사면서 점원에서 어떤 노트가 질이 좋나요? 하고 물어보는 게 다였다. 하지만 어떤 교육생들은 우리 숙소 카운터에 근무하는 직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름 실전 영어 연습을 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현지인과 대화하는 걸 피하려고만 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거 같다. 영어를 배우려면 일단 용기가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정말 그 한 달 사이 많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못한 건 언젠가 후회할 것이라고 예측까지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십은 왜 나쁜가'라는 주제 일 때는 그것을 즐길 땐 즐겁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함께 각자 다양한 의견을 냈지만 어떤 연유에서건 가십 자체는 무조건 좋지 않다고 브라이언의 의견에 나도 동조했지만 평소 가십을 즐겨하면서 자신을 속이는 거 같아 좀 더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매일 조금씩 그렇게 1년 정도 회화 공부한다면 영어가 상당히 늘겠지만 단지 우리에게는 4주간의 시간이 주어졌을 뿐이다. 같이 수업받는 사람 중에 한국의 다른 기관에서 1년 연수를 온 중년여성이 있었는데 하루에 오직 그 회화수업 하나만 듣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우리는 강의실을 옮겨 다니며 하루에 네 번의 수업을 듣느라 녹초가 될 지경인데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 딱 한 시간의 회화수업만 참여 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수업 신청하면 스트레스받고 힘들까 봐 그랬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보다 더 먼저 와서 연수를 받았는데도 그녀의 영어실력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라면 정말 악착같이 영어를 배워서 1년 후에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제임스가 하는 Current event 시간에는 주로 주제를 정해놓고 그것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한다거나 팀별로 주제를 정해 찬반토론(pros and cons)을 했다. 가끔 지역 이슈 및 애선스 시 지방 뉴스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의 실력을 감안할 때 영상을 틀어놓고 그걸 바로 캐치하여 토론을 한다는 게 역부족인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제임스는 정말 한정된 시간 내에 우리가 빨리 영어에 숙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의욕이 넘쳤던 거 같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학 입학할 때 혜택을 보는 문제에 대해 미국 고등학생들이 그것에 대해 찬반 하는 영상을 보기도 했고, 총기사고가 많이 나기에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사들이 총기를 소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제임스가 물어보기도 했다.
어떤 날은 3명으로 세 팀으로 각자의 주제를 정해 그것에 대한 발표를 하면 나머지 팀들이 반론을 제기하며 각자의 의견을 표현하는 시간인데 앞에 나가서 우리 팀 3명이 각자 의견을 말하고 다른 팀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나중에 찬반투표를 통해 결론을 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매일 그렇게 연습한다면 영어실력이 상당히 늘 것 같았다
영어실력을 빨리 향상하기 위해서는 영어뉴스도 많이 듣고, 영어로 글도 많이 쓰고, 영어로 된 책도 많이 읽고 대화를 할 기회를 많이 갖아야 한다고 제임스는 강조했다. 누구나 아는 쉽게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그렇게 꾸준히 하면 될것같은 자신이 생겼다. 미국인이 직접 전하는 영어능력 향상 방법인데 그게 최선이겠지라고 확신했다.
어느 날 제임스는 우리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숙제이자 그게 평가였다. 내가 속한 B1반에서 2,3명으로 팀을 이룬다면 3팀이 된다. 각자 주제를 정해서 그것을 가지고 앞에 나와 의견을 내놓고 다른 팀원들은 그것에 대해 질문도 하는 건데 그것으로 팀별 평가를 하는 것이다. 팀은 무작위로 옆에 있는 사람끼리 급하게 꾸려졌고 우리 팀 주제는 Abortion이었다. 작년 4월, 5월 한참 우리나라에서는 낙태금지가 위원이라는 결정이 나왔지만 미국 알라마바주에서는 낙태금지법을 가결하여 연일 CNN이 떠들썩했다. 이것에 대해 토론자료를 검색하고 또 그것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해 발표해야 한다. 결전의 날 우리 팀 의견에 대한 찬반토론이 끝나면 제임스가 종이에 적어서 너희 결과는 이거야 하고 수업 끝나며 나가는 우리에게 살짝 보여주었다.
제임스는 Current event 외에도 Writing 수업도 진행했다. 작문 수업엔 B1, B2반의 합반이었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 혼합 수업은 아니었다. 그는 에세이를 쓸 때 문장의 구조와 구조의 기능, 그리고 수정하는 방법에 대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초등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업을 들으며 작문을 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은 적이 없었다. 외국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 발표하고 에세이 쓰는 것이 정규 교과과정 인지라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는 영어 에세이 하나 쓰거나 PT발표시엔 엄청난 시간과 스트레스를 겪어야했다.
Writing 수업 중간이나 끝날 때쯤 에세이를 제출하는 시간에는 강사가 종이를 나누어주려나 했는데 우리가 가져간 노트에 그냥 적어내는 방식이었다. 이름 쓰고 내면 제임스가 수정해서 다음날 돌려주고 거기에 등급까지 써준다. 시험 보고 평가받는 일은 언제나 떨리고 긴장되며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작문은 그 구성에 맞게 군더더기 없이 작성해야 하는데 구성 무시하고 너무 많은 말을 쓰느라 결국 나 자신의 습관을 넘지 못했다.
하루는 제임스가 친척상을 당해 하루 못 나온 날 캐런이 수업을 대신했다. 그날 우리는 교실 밖으로 나가서 화려한 5월의 캠퍼스을 만끽했다. 강의실 가까운 작은 정원에서 각자 아름다운 색깔로 피어있는 꽃들과 나무들을 관찰하며 작가가 된 입장에서 그것에 대해 글을 쓰라는 캐런의 지시에 따라 강의실로 돌아온 후 그 감상을 적었지만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높다면 정말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평소 꽃들에게도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무관심했음에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다. 그에 반면 캐런에 예시로 우리에게 보여준 캐런의 문장은 서정적인 느낌이 듬뿍 묻어났고 5월의 화려운 꽃의 자태와 침묵을 지키고 서 있는 우아한 나무들에 대해 너무도 잘 나타내 주어 글만 보고도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캐런은 모국어이지만 나는 언제쯤 영어로 저렇게 아름다운 꽃의 모습과 나무들 5월의 아름다운 정원에 대해 묘사를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 7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