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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가기전 유의사항에 대해 교육받다(5)

by 얼음마녀

우리가 미국 연수 떠나기 전인 작년 4월에는 미국의 사회, 문화, 정부구조 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의를 들었다. 그들과 대화할 때 종교, 정치 이야기는 절대 해서는 안되고 길에 지나갈 때 부딪히거나 닿는 걸 조심해야 하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럴 경우 꼭 사과를 해야 하고, 식당에선 반드시 식사비의 몇 프로를 팁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가서 살아보니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하고 여성이 먼저 들어가게 양보하거나 문을 열어주는 게 몸에 배어있었고 실수로 다른 사람과 닿을까 봐 무지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들과 같이 건물 들어가려 할 때 양보해준다거나 문을 열어준다는 건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교육생 중에도 건물 들어갈 때나 버스 타고 오를 때 옆에 여성 교육생이 있어도 먼저 들어가려고 급히 서두른 걸음으로 가는 모습을 매번 보았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뉴스에서는 주로 정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 밝히는 것을 꺼린다고 하며 대화 주제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종, 성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금기시하며 본인이 차별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각자 신경 쓰며 사는 듯했다.


하지만 뉴스를 보거나 미국 실상은 아직도 인종차별 이슈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도 그들의 작은 세상에서 피상적으로 느낀 건 대학가라서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겨우 한 달인데 그 실상을 느끼기엔 너무 짧은 시간인 것이다.

광활하고 나무도 많아서 도심 전체가 초록색 나무로 덮여있는 데다가 미세먼지도 없고 차량 통행도 과도하지 않다. 특히 대학 캠퍼스도 방학철이라 학생들은 거의 없지만 군데군데 홀이 많은 데다가 넓은 잔디에 오래된 고목과 수많은 다람쥐들을 볼 수 있다.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최적의 자연환경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은 다른 이슈에 묻혔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었기에 미국에서 가장 좋았던걸 뽑으라면 푸른 초목과 맑은 공기였다.



집단주의 문화인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자신의 이기심을 드러내지는 않고 가족중심 및 개인의 자유가 강한 곳이었다. 주말 시간이나 저녁에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거나 모임을 권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보다 회사의 단체생활, 업무 후 회식 등을 중요시하는데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던 대학 내 도서관은 너무도 쾌적하고 모든 시설들이 모던해서 공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엔 카페인지 도서관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우연히 남학생 한 명이 공부하고 있는 걸 봤는데 관리자가 소방 점검 같은 걸 한다고 해서 나가야 했는데 그 학생이 나한테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도서관 입구까지 오면서 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좀 더 대화를 길게 해서 영어 연습을 할걸 후회가 된다. 기억나는 건 나 한국에서 왔고 여기 온 지 일주일 되었고 4주간 이곳에서 연수야 했더니, 자기 한국 잘 안다고 하고 뭐라고 또 했는데 그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지아대학교 도서관


이곳은 내가 즐겨 찾던 커피숍 옆 1층 쉼터
여기서도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카폐 겸 라운지


카폐 옆 라운지에 비치된 도서

1층에 위치한 커피숍 옆에도 이렇게 책이 많다.


1층 가볍게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옆 공간은 공사하고 있었는데 공부할 곳 은 3층 4층에 있고 공사 소리가 거슬리면 데스크에서 귀마개를 준다는 안내문이 아래와 같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도서관 공사 안내문


우리는 길에 누군가 지나가면 한 번씩 쳐다보고, 어디서든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려 하기도 하고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느꼈던 건 그들은 길에 지나가더라도 남을 쳐다보지 않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나를 쳐다보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기에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 외국인이 지나가면 전부 이상한 눈으로 그 외국인을 분석하듯 쳐다보았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그런 문화 때문에 언어만 된다면 얼마든지 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되돌아온 나의 시골 터전은 타인의 생활에 관심이 많은 데다가 간섭하고 비교하고 구분 지으려는 경향이 아직도 있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내가 나이를 먹으며 컨트롤할 수 있어서 자연스레 희미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고 단어만 배열하더라도 그들은 캐치를 하고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도 내가 영어를 하면서 앞뒤 문법이 맞는지 어떤지 전전긍긍하며 머릿속으로 말을 조합하느라 눈동자는 허공을 보면서 말은 한국어 사투리 억양과 함께 뒤죽박죽인 적도 있었다.

물론 미국은 완벽한 나라가 아니다. 연일 보도되는 총기사고 및 메디케어 문제도 그렇고 암암리에 차별이 있을 수 있고 대학 학비도 만만치 않는 점등이 있지만 , 기회만 된다면 젊은 시절 몇 년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자신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인 학생 몇몇을 보면서 한국서 배운 영어보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배운 영어가 더 많다고 했다.(6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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