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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pr 07. 2024

드러난 편애

이틀간의 사전투표를 위한 투표소 설치를 위해선 보통 전 직원이 참여하여 몇 시간에 걸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보통 전 직원들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팀의 협조를 구하지 않고 총무팀 전체가 나가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속으로 내심 이 면사무소는 뭐 그런가 보다 하고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다. 오후 1시가 돼서야 오전에 투표소 설치하러 나갔던 총무팀 직원들이 나타났는데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읍내 레스토랑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바로 몇 분 후 생전 1층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면장이 어디서 술을 한잔 걸쳤는지 걸음걸이도 조금 비틀거리며 1층 사무실로 들어왔다. 얼굴은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물들어서 휘청 저리고 다가오고 있는데 술냄새가 사무실에 진동을 한다.

그때 부면장이 큰소리로 말했다.

" 면장님 점심 잘 먹었습니다.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부면장을 취조했더니 오늘따라 텐션이 좋은 면장이 사전투표소 설치하는 곳에 나타나서 이렇게 하니 잘했다 저렇게 해도 잘했다고 온갖 칭찬일색에 " 내가 밥 한 끼 사줘야겠는걸 " 했다고 한다. 부면장은 " 아니 그럼 오늘 사주세요. " 하니 면장이 " 오늘 내가 약속이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자기 카드를 주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총무팀은 면장카드를 들고 읍내 레스토랑에 다녀온 것이다. 어쩐지 들어올 때부터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듯하고 약간의 소곤거림과 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그 팀 서무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부면장이 잘 먹었다고 하는 동시에 다른 식사모임으로 그 식사를 못한 서무는 그걸 못 먹었다고 하니 갑자기 면장은 사주지도 않은 우리 팀 막내 팀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 그럼 내가 한번 더 사줘야 하나 " 했다. 이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총무팀만 먹으라고 사주며 사주지도 않은 다른 팀 여직원에게 의향을 물어보는 건 자신이 총무팀 밥 사준 것을 자랑하기 위함인가. 게다가 의도적인 건지 투표소 배치를 잘했다고 총무팀 직원을 막 칭찬하기 시작했다. 읍면에 있으면 선거철에 늘 하던 일에 대해 이렇게 과하게 칭찬하는 건 처음 보는 경우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다른 직원을 까기 위해 다른 직원을 칭찬한 적 있었는데 이게 그의 수법인가 싶었다.


면장은 또 전에 힌번자기 사비로 전체 직원 밥을 사준 적이 없기에 그 사실은 다른 직원들은 엄청 놀라며 어이없고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그런 것 따윈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팀은 도와주고 싶지 않아서 그랬나. 자기들끼리만 투표소 설치하러 가서 우리는 일 도와주지 않아 욕먹었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얼마 후 면장은 다른 팀 여직원에게 커피 마시고 싶다고 그 여직원 옆에가서 "나 커피 마시고 싶은데"하며 커피를 대령시켰다. 사주지도 않은 복지팀에게 사준 것을 확인시키고 산업팀에는 커피배달을 시킨 것이다


오후 시간이 절반 갈 무렵 서무에게 면장이 인터폰이 왔다고 한다. 사진을 면사무소 직원 단톡방에 하나 올릴 건데 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그건 사전투표장 설치하던 총무팀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진이 기묘했다. 서무가 일하느라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있는 사진이다. 수많은 사진 중 하필 그 사진이고 그때를 찍었다니 이해할 수 없고 그걸 올린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카톡이 울렸다. "아주 열심' "멋져요" 면장은 단 한 번도 지난 시간 동안 이런 단어를 쓴 적이 없다. 도대체 이렇게 올린 심리상태는 무엇인가.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건지.


이건 마치 총무팀만 선거업무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단독으로 총무팀만 잘했다고 칭찬을 함과 동시에 다른 팀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나름의 복수를 한 것인가. 뭐 멋져요라는 것을 쓴 것도 그렇게 함으로써 도대체 어떤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썼는지 의문이다. 자신이 의도하는 건 다른 팀원들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한 것인가.


작년에 면장은 우리 팀끼리 경로당 먼저 출발했다고 복지면이냐고(복지면장) 운운했는데 면장은 총무면장인가 싶었다. 자신의 위치가 바뀌었으면 역할도 바뀌어야 하는데 권위만 내세우고 군청팀장 행태에서 못벗어난듯 싶었다. 오래간만에 자기 돈을 썼지만 그것으로 그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다. 진정한 수장은 전체를 덕으로 아우르며 가야하는데 내부분열을 일으키고 싶은건지 어떤게 자신의 위치에서 필요한지를 모르는것같다. 너무 큰 기대를 한것 같다. 시간이 지나 얼른 하반기 인사철이 다가오길 기다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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