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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pr 14. 2024

55세의 잔다르크 랩소디

최근 5년간 3명의 값질자를 겪으며...

" 이동수가 보이네요. 이직을 하나요. 아니면 부서를 옮기나요" 최근 만난 fortune teller는 방울을 흔들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진짜 이동하려나보다.


퇴직하기까지 5년 남은 이 시점에서 뭐 더 이상 눈치 볼 것도 없고 면장과 한 판 한 후부터는 더더욱 자포자기식 심정으로 살고 있다. 하반기 인사(7월 초) 때 이제 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건 거의 내 입장에서는 확정적이라 그전까지 부디 이곳에서 모든 게 조용히 아무 일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살다가도 몇 건의 일로 트라우마가 생겨 지금도 집에서 자다가도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난다. 


면장을 두고 경로당 간 것이 그냥 간 게 아니라 다른 직원에게 그곳까지 모시고 오라고 부탁을 해놓고 간 것이다. 본인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 의도가 악의가 아니었고 진실이 무엇인 줄 알았다면 그 후속 대응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앙금 쌓듯 쌓아야 했을까 하는 것이다. 보통 면장이나 과장이나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밑이 직원들이 바라는 건 약간의 이해심과 아량인데 의도치 않게 안 좋은 상황에서 그 아량을 바랐던 것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마치 남녀관계나 부부싸움등 사적인관계에서 볼 수 있는 정말 화남의 표정을 보았기에 지금까지 잊을 수 없고 틈만 나면 그것이 떠올라 수시로 화가 치민다. 그 사건부터 시작해 사사건건 미움을 차곡차곡 쌓아 그걸 팀장회의 때 지질한 복수를 하고 있었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짜 33년간 직장생활 중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팀장과의 갈등이 윗선에 알려질 경우 과연 누가 손해인지도 몰랐다면 그는 진짜 바보다.


또 이 고단한 밥벌이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건 매주 월요일 하는 팀장회의 때문이다. 무슨 특별한 안건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도 되고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 팀장회의를 안 하면 큰 일 날듯 지난 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다. 과거 다른 면에서의 사례로 본다면 면장의 특성상 팀장회의를 안 하고 지나간 적도 있었고 또 한다면 가장 힘이 없는 여성 팀장을 인민재판하듯 공격하고 까는 식의 회의를 한 면장도 있다. 이게 정말 박정희 때의 군대문화에서 시작된 갑질인지 알 수 없지만 어째 하나같이 하는 습성이 거의 비슷하다. 당하는 사람은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알면서도 이슈화되기 싫어서 참는 경우가 많다.


과거부터 회의 많은 회사 별 볼 일 없다고 진짜 이 회의가 회의를 위한 회의이지 잘해보겠다고 하는 회의는 진짜 아니다. 우리가 매주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내면 그것을 우리가 입으로 면장 앞에서 읊고 면장은 그것에 대해 추가질문을 하거나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 또는 선거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언어를 내뱉는데 그것은 그냥 면장으로써 지시를 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을 선별하지 못한 개인의 역량에 달린 것이라서 그런 말을 들을 때 속으로 '풋'하고 헛웃음이 나오지만 표정은 무덤덤하게 유지한다. 그게 웃긴 게 윗선에서 그런 식으로 읍면장들의 보고를 받기에 자신도 그걸 따라 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너무 없어 보인다. 윗선은 말이라도 잘하는데 말이다.   

 

전에 근무하던 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팀장들만 하는 회의를 한 시간 정도 하는데 그 한 시간 동안 별별 소리를 다 듣는다. 업무와 무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거나 업무와 무관한 지시를 하는 면장, 그 일을 하겠다고 냈는데 자기 기준에 이해를 못 하는 것에 대해 억지주장을 펴는 면장, 우리 군은 이런 전 군민대상 복지를 펴는데 우리면 복지팀은 뭐 하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는 면장 등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면장질을 한다. 정말 그 한 시간에 민원이 와서 대기할 수도 있는데 너무 비효율적으로 팀장들의 소중한 월요일 아침 시간을 도둑질해 간다. 이게 팀장이 되어서 받는 수모이자 팀장이 되었으니 월급이 조금 올라가고 지위기 조금 올라갔으니 당연히 겪어야 할 수모수당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팀장들을 갈구면 그 내용을 각 팀별 직원들에게 전달을 해야 하는데 팀장들이 팀원들에게 전달할 것 같은가. 어처구니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고 아예 입을 닫아 버리는 게 상책일 때가 많다. 이게 무슨 조직을 위한 회의이고 잘해 보겠다는 회의인지. 회의 때 팀장을 갈구면 팀장이 1층에 내려와 팀원들에게 어떤 군정계획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겠는가. 그건 참 어리석은 면장이나 하는 짓이다. 당장 눈앞에 자기 눈에 안 든 팀장을 엿먹이고 싶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무엇이 조직을 위한 일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그렇게 함으로써 무슨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지 이건 완전히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일을 더 못하게 하고 자신이 주장한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면사무소가 조폭이 이끄는 군단인데 조폭두목이 자신의 명령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부하직원 응징하 듯한 모양새다.


과거 자신들이 당했던 시절의 상사들이 했던 짓을 학습하여 반복하고 있는지 몰라도 요즘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도 뭐가 옳고 부당한지 다 판단할 줄 알고 그냥 말도 안 되는 걸 시키면 그냥 시킨 대로 하는 시대가 아닌데도 팀장 괴롭히다가 오히려 역공당하니 이젠 자기가 좋아하는 총무팀만 밥을 사준다거나, 총무팀 직원들이 투표소 설치하는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올린다거나 하는 이상한 짓을 저지른다. 근데 그 사진 속 여직원을 다리를 벌리고 있던 사진이라 그 여직원은 너무 기분 나쁘고 분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인성이 부족하고 깜도 안 되는 자들이 선거판이 바뀌면 갑자기 장을 달고 나타난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어처구니없고 슬픈 시골 공무원 현실이다.


이제 5년 남았고 면장과도 한판 했고 다음 인사 때 갈 것이면 마음이 편해야 하지만 여전히 두 달 반 남은 시점에서 불안감이 남아있다. 그 원인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팀장회의다. 결국 낼은 또다시 월요일이 다가오고 월요일 팀장회의를 잘 보내면 그 주는 지옥을 통과해 버린 마냥 약간의 안도감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5년 정도 남은 퇴직까지 최대한 내 건강을 지키고 상대가 미쳐 날뛰어도 정신만 잘 차리고 나만 잘 살면 된다고 마음을 매번 강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내가 인사팀장을 만나 현재 상태에 어필했고 내가 이곳을 떠날 것에 대해 면장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악의를 가지고 괴롭히지 못할 것이라 믿고 싶다.


5년 후면 정말 지긋지긋한 39년간의 이 밥벌이를 떠나게 된다. 자아성취는 거짓말이고 직장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자아성취하러 나간 직장에서는 온갖 갑질이 난무하고 사무관 달면 가문의 영광처럼 아래는 보이지도 않고 위으로만 눈이 향하는 자들의 핍박을 견뎌야 한다. 정말 5년 후면 이 꼴 저 꼴 보지 않고 이 조직을 떠나게 되는데 그때까지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게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 최대한 그들보다 오래까지 살아  버티는 게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복수다.


퇴직하면 연고도 없는 이 답답한 꼰대 같은 시골을 벗어나 아무도 모르는 중소도시의 주변환경이 좋은 적당한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 주변에는 대형마트, 서점, 영화관, 쇼핑몰, 운동센터, 공원이  있다면 최고의 입지다. 이루어지기 힘들 소망일 수도 있겠지만 근교에 카페 같은 세컨드하우스가 있어서 주말이면 그곳에서 주말농장을 일구고 독서도 하며 힐링하다가 다시 평일이 되면 도시의 아파트로 돌아오는 게 나의 로망이다. 그리고 매년 비싸지 않은 해외 여행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여행기를 글로 쓰고 싶다. 그러려면 최대한 부부가 건강해야 하고 자녀들도 각자의 삶을 잘 살아내야 한다. 55년간의 삶을 돌아보니 언제나 현재를 잘 살아내는 것에 답이 있다. 싸우려면 건강한 체력은 기본이다. 매일매일 건강한 음식과 건강한 체력으로 자신을 단련해 갑질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도록 단단히 무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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