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워킹라이프에 평화가 찾아왔다.3월 말 한바탕 큰소리로 반격한 후에 찾아온 변화다. 이런 평화가 때론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건 배부른 푸념이다. 몇 주 전의 전쟁을 벌써 잊어버리면 안 된다. 정말 부당한 상사의 행위에 대해서 그냥 당하고 참고 넘어갈 것이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막다른 골목에선 소리 한번 버럭 질러줘야 상대가 정신을 차린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번 꼭 하는 팀장회의 때부터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트집 잡고 우리 팀 업무가 아닌 것도 갖다 붙이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비하하려는 빌빌꼬인 말투가 사라졌다. 목소리 톤만 들어도 변화를 느낄수 있다. 몇주전까지만 해도 뭐가 불만인지 어떻게골탕 먹일지 그 계략만 생각한 사람처럼 건수 찾기에 급급했고 경청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그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인간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다른 팀장들도 그 변화를 인지하고 놀라는 기색이다. 한주가 지나고 두 번째 주도 정상이었다. 참지 않고 그렇게 한번 질러준 것이 잘한것 같다. 조직의 분위기 운운하며 나의 잘못으로 몰고 가려했다. 그러다비서실장의 전화 한통화로 겁을 좀 먹었을것이다. 여전히 난 그날의 반격을 후련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사무실 입구에 어떤 여직원이 서 있었다. 하는 말이 "지금 면장 사무실에 가운데 앉아있어요. 꼴 보기 싫어서 나와있어요 " 순간 나도 들어가지 말까 하다 면장이 출근시간 체크할 거 같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무실에 딱 들어섰다. 가운데 테이블에 면장과 부면장 팀장 두 명이 웬일로 웃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면장이 생전 안 하던 말투로 "어서 오슈"하는 것이다. 못 들은 채 하고 바로 내가 출근했다는 걸 보여줬으니 바로 등을 돌려 나가는데 갑자기 민원팀장이 "복지팀장님"하고 부르는것이다. 안불렀으면 자연스레 나가는건데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순간 돌아봐야 하는데 잠시 순간 멈춤이 되지 않고 못 들은 척하고 나가버렸다. 이성이 작동하지 않았다.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한 것이다. 그 당시 면장은 썩소를 지었다고 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상흔은 치유가 어렵다.
이미 골은 깊어졌고 상처로 남아 결코 회복될 수 없다는 걸 오늘 또다시 몸소 체험했다.
인사팀에도 내 의지가 전해졌으니 면장과 서로 갈리는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그 시간이 올 때까지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