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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pr 21. 2024

촘촘한 퍼스널 라이프를 위하여

도시갈망자 시골거주자의 시간

시골에 살다 보니 문화생활 하는 게 만족스럽지 않다.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엔 좀 빈약하다. 얼마 전에 인근 도시에서 하는 옥주현 주연 레베카를 예약하려 했으나 것도 막판에 들어가 원하는 좌석이 없어 실패했다. 지금의 내겐 뮤지컬 보기가 가장 큰 문화적 호사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덕수궁 근처 예약해서 갈 수 있다는 말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 시크릿 카페(https://naver.me/GsTZBWhC)에서 와인 한잔 시켜서 독서를 하며 릴렉싱 하고 싶고 리움같은 미술관 투어도 하고 싶고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계획하지 않다가 갑자기 가고 싶을 때 언제든 가고 싶은 거리에 그런 게 있다는 게 부럽다.


https://naver.me/GsTZBWhC

하지만 현재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근교 자연을 마주한 카페나 작은 영화관이 전부다. 오래된 사찰도 있지만 매번 갈 때마다 단순한 느낌이 들어 사실상 나에건 식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퇴직하기 전까진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여유 시간을 어떻게 촘촘하게 채워 나갈 것인가가 직면한 고민이다.


나름 퇴근 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 한 시간 하고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은 필라테스를 한다. 지금 이 나이 신체가 느슨하게 풀어지면 결코 회복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체적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루틴은 꼭 지킨다.


정서적인 부분에서는 만년필을 이용해 가끔 필사도 하지만 이건 새로운 책을 읽어줘야 필사할 마음이 생긴다. 과거 한번 읽었던 책들에 대한 필사는 신선감이 떨어져하기 싫다. 책에 대한 호기심이 필사를 자극한다. 최근엔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인지 책을 구입한 것도 필사를 한 것도 작년까지인 것 같다. 다시 요즘 독서에 대한 갈증이 생겨 알라딘 북플에 올라온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언제 휴가를 내 왕창 읽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 잡혔다. 현재는 읽고 싶은 책들이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 책값도 부담이라 보너스 받는 달에 플렉스 해볼까 한다. 도서관 가서 빌려오고 반납하는 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하셨다는 독서휴가도 나의 워너비 삶이라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내고 집 근처 공원에서 가벼운 책 한 권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 벤치에서 한 권을 뚝딱 읽었더니 성취감이 밀려왔다. 시간을 촘촘히 잘 썼을 때 성취감이란 정말 뿌듯하고 죄책감이 안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인에게서 연락이 와 근교를 드라이브하며 빵집도 다녀오고 저녁엔 운동도 다녀왔다.



언젠가는 어디서 봤는지 갑자기 지우개에 조각칼로 모양을 내서 지우개도장을 만들어 수첩에 찌기도했지안 한번 그 과정을 거치니 그것도 그것이 끝이지 더 나아가지지 않았다. 결국 책상서랍 속에 방치되어 있는데 곧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자칭 얼리어댑터로 인터넷으로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면 바로 구입해 사용하곤 했다. 그게 얼마가지 않은 게 단점이지만 말이다. 요즘은 과거 지나친 얼리어댑터 잔여물이 미니멀라이프로 살고자 하는 걸 방해한다.


여러 차례에 거쳐 굿윌스토어를 통해 옷과 신발 기부했다. 그 외 뽀로로에 나오는 루피 피겨나 미니 지구본은 왜 샀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두 번 다시 아름다운 쓰레기들은 들이지 말자해도 쇼핑센터나 서점 구석진 곳에 파는 열쇠고리나 피겨 미니수첩들은 왜 그리 사들였는지 모르겠다. 버리고 사는 것에 대한 뼈를 깎는 아픔이 없어서인지 자꾸만 사고 버리는 걸 반복한다.


앤틱제품이나 뭐 소품 같은걸 잘 비치하여 인테리어를 잘해둔 사람들을 잡지에서 보곤 하거나 시앤블루 멤버의 아버지처럼만 한다면 온갖 물건들을 고물상처럼 비치해 두어도 무방하지만 그런 철학도 없는 나에게는 신기한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애물단지로 변하고 만다.



도시에는 내 취향의 여가를 보낼 수단과 장소가 많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골에 선내 욕망을 채울 부분이 제한적이라 나름 자신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별짓을(?)다 하지만 남는 건 최종 독서와 영어공부가 아닐까.


다행히 군청에서 최근 주말 영어회화반을 개설해 영국인 강사와 함께 토요일 오전을 십여 명이 회화 배우는데 나름 밋밋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다. 대외적으로 퇴직전이나 후에 외국 여행 다니려고 배운다지만 외국어를 배우는데 딱히 구체적 목적은 없어도 성인회화 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단 황금 같은 토요일 어디 놀러 다니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것도 몇 개월짜리라 일단은 만족스럽다. 운동하고 독서하고 영어하고 필사하고 여행하면서 정년퇴직까지의 삶이 너무 심심해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부단히 날갯짓을 해보고자 한다. 시간은 금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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