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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pr 13. 2024

50대 , 도파민을 다시 깨울시간

인생에서 좋았던 때가 언제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과거 어느 시점이 좋았다고 한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다시 기회가 주어져 그 시간 속에 살게 된다면 더 노력했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쉬운건 아쉬운대로 흘려보내는것이 인생아닌가 싶다.


어느날 문득 갑자기 50대가 된 어느 날 세상의 복판에 내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과연 50대가 되어 버린 나는 아무것도 아닌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노화의 과정을 겪으며 감정적으로도 불안한 상태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인 것일 뿐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인생은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가만히 지금의 내 삶을 들여다보니 아주 사소한 어떤 걸 발견했다. 지금까지의 삶속에서 매번 식물을 죽이고 키울 생각도 못했었다. 남편도 나같은 사람은 식물을 키워서는 안된다고 했다.


어느 날 부녀회장이 핑크색 옥수수 알갱이 씨앗을 전 직원에게 나눠주었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걸 집에 가져와 빈 미니화분에 심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조금씩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두면 안될 정도로 무섭게 자라기 시작했다. 조만간 사무실 가져가 빈 공터에 심을 계획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저렇게 자란 옥수수잎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한없이 안정됨을 느꼈다. 이 작은 식물로 갑자기 식물을 키우는 것이 인간의 정서에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오늘은 카페 다녀오는 길에 몇십년만에 작은 카네이션과 노랑장미 봉오리가 있는 화분 두 개를 사 왔다.


그동안 감사하게 느끼지 않았던 과거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다른 여유들도 현재에서 발견했다. 아이들은 객지에 따로 살고 남편과 나는 아직까지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건강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걸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모든 걸 왕성하게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시이며 완전한 노년을 위한 발판을 다질 수 있는 시점이라는  갑자기 깨달았. 불평하고 불만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찾아온 깨우침이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걸까. 이미 다른 50대들은 각자 자기만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을 것같다.


물론 체력도 떨어지고 모든 신체능력이 예전 같지 못하지만 현재의 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영양제를 매일 잘 챙겨 먹고 있으며 전에 하지 않았던 필라테스를 하면서 과거 어떤 시절보다 규칙적으로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책을 보고 영어회화도 새로 시작했으며 올 가을 스위스 여행을 앞두고 있다. 퇴직을 5년 앞둔 시점에서 과거보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아이들도 성장해 각자 갈길을 가고 있어서 내가 시간만 내면 내가 원하는 걸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나이가 된 것이다. 남편은 다시 탁구를 시작해 주말에는 온전히 탁구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돈은 들어가고 잔소리도 하지만 잔소리가 통할 나이도 아니고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아직도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을 감사하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퇴직을 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내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 말로만 들었던 요르단의 페트라도 갈 수 있고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왔던 그리스도 갈 수 있고 크로아티아나 아제르바이잔 등 세계테마기행에 나왔던 도시들을 갈 수도 있다. 시칠리아나 몰타섬을 갈 수도 있고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내 삶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굳이 부러워하는 것도 이젠 더 이상 의미 없다. 최대한 장수하더라도 앞으로 내가 지구상에 남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40년 남짓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고 이제 남은 여생을 후회 없이 아름답게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이가 주는 편안함 중의 하나는 청춘 때 느꼈던 불안감은 없다. 그 불안은 도파민과도 비례해서 이젠 과거 어느 때처럼 여행을 떠나도 큰 흥은 나지 않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파민이 더 사라지지 않게 끊임없이 재생시키는 노력도 필요할듯하다.


포기하고 우울해할 시간이 없다. 지금의 나는 60대 이후의 삶을 내다보며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행복을 찾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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