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May 04. 2024

시골공무원 영어회화반

시골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아쉬운 건 외국어를 배우는 자기 계발에 대한 기회가 적다는 것이었다. 2019년 글로벌 리더라는 교육을 통해 전국에서 23명의 공무원들이 모였다. 그들에게 들은 내용으로는 각자 자신이 속한 자치단체에서 소규모의 영어그룹이나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어떤 직원자기 소속한 기관의 지원으로 외국을 다녀오기도 했고 서울시 직원도 아이들 어릴 적 같이 외국을 나가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다들 한 번씩은 기관을 통해 외국물을 먹고 온 경우였다. 하지만 내가 있는 시골 군 단위에서는 꿈도 못 꿀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영어실력은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다. 물론 영어공부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해서 혼자 하는 시간이 중요하지만 동기부여라들지 계속 같이 해나가는 분위기 그런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혼자 하는 데는 나태해지거나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게시판에 공지가 올라왔다.


영어회화반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주 매일 5분씩 전화영어를 하고 토요일 오전 3시간 대면수업을 하는데 레벨테스트를 통해 기초과 중급으로 분반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웬 기회냐 하면서 나와 나이가 비슷하고 다 같이 글로벌 리더교육을 다른 기수로 수료한 직원들에게 같이 신청하자고 했다.  테스트날은 한국인 강사가 전화로 간단히 묻고는 나는 중급으로 편성되었다. 아마 아주 기본인 사람만 빼고는 거의 중급으로 편성된 듯했다. 좀 꺼려지는 건 다 아는 직원들이라 괜히 내가 하는 영어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것이고 내 또래는 나 포함 3명 정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 틈에서 눈치 보이지 않을까 그런 사소한 고민들이었다.


기대했던 토요일 첫 수업이었다. 강사는 아랍계 혼혈 영국인이었다. 첫 대면수업에 우리가 생각하는 말씀한 차림이 아니라 후드티에 운동복 차림이라 조금 어색했지만 영어만 잘 가르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첫날이라 다른 직원들의 영어 하는 걸 들을 수 있었는데 일부 한두 명은 발음이 원어민에 가까운 걸 느꼈는데 알고 보니 영어를 전공했거나 하는 경우였다. 나머지도 연수도 해봤고 나름 영어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라 나름 자신감은 넘쳤다.


글로벌 과정에서는 내가 속한 반이 상중하중 하반이었는데 한 7,8명 정도로 모두가 한마디 이상씩 하고 자유롭게 한 줄로 거의 이상적인 교실분위기로 수업을 했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하나의 질문에 19명에게 한 번씩 다 물어보는 상황이라 한두 마디 하면 수업이 끝나버린다. 강의실도 일반 학교 교실처럼 앞사람 머리를 보고 앉아 있는 것이고, 칠판에 매직으로 쓰면서 하는 건데 칠판이 오래되서인지 강사가 뭘 쓸 때마다 칠판이 덜덜거리며 덜컹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점에 대해서 군청 관계자에게 건의를 한다는 것도 항상 까먹어 버린다. 수업이 시작해서야 아.. 말할걸 한다. 강사는 첫 수업에는 운동복, 두 번째 수업은 반바지를 입고 왔다. 내 머릿속은 집중을 못하고 과거 글로벌 리더 교육받을 때 깔끔한 포멀슈트를 입고 강의하던 영국인 강사와 계속 비교를 하고 있었다. 사실 중간에 한 번의 휴식시간이 있지만 나에겐 집중력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토요일 대면 이외에 매일 19명에게 5분씩 강사 혼자서 전화영어를 한다고 했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했는데 결국 줌수업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4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줌수업은 딱 한번 했다. 줌수업 한시간이 킅나자 내또래 직원이 급하게 들어와 한국말로 "줌 수업 끝났나요?"라고 물어본다. 강사가 깜빡해서 줌수업을 놓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거라도 어디냐 싶었다.


사실 모국어 이외에 외국어 한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내가 뭔가를 한 가지 더 할 수 있다는 점, 뭐랄까 그게 영어든 뭐든 상관은 없지만 말로 하는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말하고 외국인을 만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정말 멋진 경험이라는 걸 사실 이 나이에 깨달았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해봤다. 퇴직할 때까지 건강과 돈이 허락하는 한 외국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한국문화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것도 언어가 되어야 하기에 영어를 손 놓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게 내게 해야 할 목적이 있는 일이 되었다. 아직도 버벅거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 문장이 뒤죽박죽이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영어를 손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요즘 유튜브를 보니 정말 다양하게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본인이 방법을 잘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영어공부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어리석게도 5년 전 영어교육을 갈 때까지만 해도 유튜브 생각도 못했다. 지금의 교육이 딱 12회 과정이라 조금 아쉽다. 이제 겨우 세 번째 수업을 했지만 실력이 늘었는가 물어보면 솔직히 모르겠다. 어차피 강사를 통해 영어를 올린다는 것은 무리이고 이것으로 자극을 받아 나 혼자 영어공부하는데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이 영어공부의 끝이 어느 지점이 될지 모르지만 꾸준히 하는게 지금의 목표다.




이전 22화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자유로울지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