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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별재판부?

by 한량돈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찬성 측의 글은 이준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헌법적 문제없다”, 오마이뉴스, 2025.9.3., <https://www.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162242#cb>; 정연주,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소지 있다? 대법원을 반박한다”, 오마이뉴스, 2025.9.6., <https://www.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163151#cb> 참조.


반대 측의 글은 홍기태, “내란특별재판부라니”, 법률신문, 2025.9.10., <https://www.lawtimes.co.kr/opinion/211223> 참조.


현재 발의된 법안은 2025년 7월 8일 박찬대 의원 등 115인이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계엄선포에 따른 내란 혐의 사건과 영장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특별 영장 전담 법관을 두는 것이다.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협이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하는 9인의 추천 위원회를 둔다. 법관 후보자를 2 배수 추천하여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상고심에서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제척 한다.

출처: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61556>

이 법안은 2018년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법(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과 거의 같다.


한국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두 차례 설치했다. 1948년 헌법 제정 후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 4․19 혁명 이후 반민주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다. 헌법 부칙에 근거 규정이 있었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80년 광주 학살자를 처벌하는 입법의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1995년 12월 21일에 제정되었다. 이 법은 내란범들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만 규정했다.


나는 헌법이 기존의 헌법 질서를 새로 써나가는 과거 청산법이라고 이해한다. 헌법 부칙 제5조에서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라고 규정한 까닭이다. 그리고 헌법은 권력자를 단죄하는 법이다. ‘실패한 쿠데타’는 내란 등의 죄로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데,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 세력이 집권하는 동안 침묵한 형법을 대신하여 주권자가 심판권을 발동한다. 내란범들은 반민족행위자나 3․15 부정선거행위자 못지않은 헌정파괴자들이다. 민주주의가 공고할수록 그리고 민주주의가 공고해지려면, 공권력을 찬탈한 내란 행위에 대해 내란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불식하며 더욱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윤석열의 내란이 진압되었다고 윤석열과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내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이 정한 국무회의, 군,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검찰, 대법원, 국가정보원 등의 국가기관들은 시민들처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실행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계엄 선포일에 여당인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의 행태, 윤석열의 체포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의 사적 권력화, 그리고 헌법 제도를 향한 폭력적 공격 등에 공권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하던 흔히 보던 공권력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4․19 혁명으로 맞섰던 3․15 부정선거 이상의 내란에 국가기관 다수가 관련되었다. 미완의 혁명이라 부르는 4․19 혁명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그 이상으로 국가 체제를 혁신하는 ‘혁명’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고 자리매김하려면 합헌적인,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내란이 일어나지 않는 헌법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 윤석열의 내란은 끝났지 않았다. 기존 법제는 내란 청산에 충분하지 않다. 헌법의 틀 안에서 내란에 대응하는 수단 중 하나가 내란특별재판부다.


법원의 사법권은 헌법에서 유래한다. 헌법은 법원의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헌법 제102조 제3항), 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의 자격도 법률에서 정하도록 규정한다(헌법 제101조 제3항).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면서(헌법 제104조 제1항 및 제2항), 일반 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헌법 제104조 제3항). 내란특별재판부는 새로운 종류의 법원이 아니다. 이른바 ‘특별법원’이 아니다. 법률로써 법원 내부 조직을 규정할 뿐이다. 법원의 조직권은 사법권 아닌 입법권의 영역이다. 내란 때는 의견을 내지 않았던 법원행정처는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위헌적 제도라고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법원에 대한 기대가 참담하다.


국가의 내부 견제 시스템이 아니라 법이 아니라 시민의 저항이 비상계엄에 의한 내란을 막았다. 내란에 가담한 국가기관 구성원들은 아직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내란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인권과 법치의 파괴자들이 인권과 법치의 방패를 휘두른다. 내란을 막은 것을 법의 이름으로 치장하여 시민의 공적을 찬탈해서는 안 된다. 법은 매우 소극적이었고 제한적이었으며, 내란을 방관한 면이 없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만 그 존재 이유에 부합하는 아주 최소한의 구실만 했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은 17세기 영국의 에드워드 코크 경이 만든 라틴어 법 격언이다. 내란 과정에서 대법원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대법원 간부들은 관련 회의를 했지만, 시민들을 지지하는 법적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다.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위헌 소지 의견 표명과 비교돤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말은 내란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다. 적어도 민주공화국의 대법원이라면 말이다.


내란 특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한가 하는 의견이 있다. 재판절차 진행과 최종적인 판결은 특검이 아니라 법원이 한다. 법원이 내란 과정에서 시민의 신뢰를 얻을 정도로 대응하지 않았고, 사법권 독립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송이 제기되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면 윤석열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것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주권자의 심판이지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될 수 없다. 내란특별재판부의 재판관이 법관 자격이 있다면 위헌일 수 없다.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의 제척은 이해관계에 있는 자이므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연한 조치다.


주권자는 헌법을 개정할 정당성과 권위와 권력이 있다. 헌재가 두려워 내란을 청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야 한다. 법치는 국민주권과 인권 그리고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이지 법치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내란특별재판부를 통한 내란 재판은 주권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 헌법의 틀 안에서 주권자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을 통해 내란 행위를 처벌하는 의회민주주의적 법치주의의 올바른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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