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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과 군법회의

by 한량돈오

헌법 제110조 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ㄹ 수 있다’라는 표현은 재량이 있음을 인정하는 규정이어서 군사법원을 둘 수도 있고 두지 않을 수도 있으며 특정한 경우에 둘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제2항에서 제4항까지는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는 것, 군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는 것, 비상계엄상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지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규정이다. 군사법원을 두는 경우 제한 사항이다.


군사법원은 군인 등 신분을 가진 자에 대하여 군형법 등에 따른 재판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된 특별법원이다. 1948년 헌법은 군사재판 기관 규정이 없었는데, 대한민국헌법 제정 이전부터 군사재판을 군법회의가 운용되었다. 군법회의에 대하여 위헌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된 까닭이다.


1949년 4월 21일 법무부장관 이인은 국방부장관에게 문서를 발송하여 1948년 헌법 아래에서 군법회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재판부에 법관이 아닌 현역 군인이 참여하므로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최종심을 대법원이 하고 있지 않으므로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재판권을 부여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와 대법원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예외법원’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법회의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견해는 군법회의의 실정법상 근거를 1946년 1월 15일 남조선국방경비대, 같은 해 6월 15일 조선해안경비대와 함께 창설된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 또는 1948년 7월 5월 공포된 국방경비법과 해안경비법에서 찾는 견해에 대한 반박이었다. 군법회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견해는 두 법의 시행일이 같은 해 8월 4일임을 들어 대한민국헌법이 시행된 후 법률상의 군 형사재판 기관으로서 존재한다고 본다.


1948년 11월 30일 자 법률 제9호 「국군조직법」 제20조 제2항은 “군인․군속에 대한 심판은 군법회의에서 행하며 죄와 심판의 수속은 따로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인 장관은 국방경비법은 미군정 아래에 제정된 법규로서 1948년 헌법 제100조에 따라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국방경비법은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군법회의에 대한 위헌 논란을 해소하고자 1954년 헌법 제83조의 2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군법회의를 둘 수 있다. 단, 법률이 정하는 재판 사항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군법회의의 조직, 권한과 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규정했다. 이것이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기관의 첫 헌법적 근거이다. 헌법개정의 제안이유서는 ‘현행 헌법은 군법회의의 위헌문제까지 논의됨에 비추어 본 개정안은 제83조의 2를 신설하여 그 헌법적 근거를 명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962년 헌법은 제106조에서 “①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법회의를 둘 수 있다. ②군법회의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③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속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해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에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비상계엄 아래에서 군사재판을 단심으로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군법회의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였다.


1980년 헌법은 제111조에서 “①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법회의를 둘 수 있다. ②군법회의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③군법회의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④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해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에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군법회의 조직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다시 위임한 것이 특징이다.


현행 1987년 헌법의 특징은 그 명칭을 군법회의에서 군사법원으로 바꾸고, 사형선고의 경우에는 비상계엄 아래에서 단심으로 한 것의 예외를 인정했다.


헌법 제정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군 관계자들은 1948년 대한민국헌법이 새로 제정되었음에도 새로운 헌법 규범에 적합하게 군법회의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로서의 기존 군법회의를 정당화하려 했다. 예컨대 당시 헌법 제22조를 해석하면서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는 어구를 사용한 헌법의 의도는 국민의 권리에 관한 규정이라는 원칙에 부가하여 법원에 의한 국가 사법권의 작용 이외에 모종의 재판을 예상 또는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으로써 군법회의를 정당화했다.


그렇지만 1948년 헌법은 군 관련 규정과 사법부 관련 규정을 충분히 두고 있었고, 이에 따라 판단하면 당시 군법회의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군의 정치적 영향력이 고려된 헌법 외적 요인 때문이었다.


1954년 헌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군 관계자들은 대법원 상고심 문제 관련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법률 제1004호 「군법회의법」이 1962년 1월 20일에서야 제정된 것도 그 때문이었는데, 그들은 군법회의 ‘재판’에 대한 사법부 관여가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침해한다는 논거를 들었다.

군 사법제도에 대한 헌법 규정의 의미는 기존 군법회의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였을 뿐, 그 계기를 통하여 민주공화국 헌법에 걸맞은 제도적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 담론 역시 전통적인 군의 특수성 논리에 따른 ‘일반사법권으로부터 군 사법권 독립 원칙’을 둘러싸고 형성되었다.

아울러 그들은 전시와 평시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평시를 단순히 전시 대비 시기로 이해한다. 즉 ‘군 사법은 군기를 유지하여 평소에 전력을 배양함으로써 유사시에 최고도의 능력을 발휘케 하여 전승(戰勝)을 가져오게 함에 그 근본 목적이 있음’을 강조하여 일반사법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1948년 헌법은 이미 군과 관련한 헌법 원칙으로서 평화주의 원칙 그리고 권력분립 원칙과 그에 따른 문민통제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다. 1954년 헌법에 군법회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면서 또는 더 분명하게는 1962년 헌법에 특별법원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헌법적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1954년 헌법은 헌법 규범의 정립과 군 당국 영향력의 대립각 속에서 헌법 규범의 우위가 관철되지 못한 채 정치 현실적 힘에 따라 어정쩡하게 절충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군법회의 비판론은 군 사법이 단순히 군인 등 신분을 가진 자의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국가 작용인 한, 그것이 군 조직과 반드시 결합하는 것이 아니며, 그 범죄행위가 군사 작용과 무관한 한 사법권 독립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영역으로 이해했다.


비교할 만한 대표적인 입헌 사례로는 독일 바이마르헌법을 들 수 있다. 바이마르헌법 제105조는 “예외법원(Ausnahmegerichte)은 금지한다. 누구든지 법률의 정한 법관의 재판을 받는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다. 단 법률이 정한 전쟁법원과 신분 법원은 예외로 한다. 군인 명예법원은 폐지한다.”라고 규정했다. 제106조에서는 “군사법원은 전시 및 군함 내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폐지한다. 상세한 것은 제국법률에 따라 정한다.”라고 규정했다. 군인이라고 하더라도 법관 아닌 자에 의해서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 원칙을 강하게 확인한 것이다. 다만, 예외는 전시와 군함 내다. 군함 내에 일반법원의 재판부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기본법 제96조는 “②연방은 연방법원으로 군대를 위한 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다. 군사법원은 방위사태의 경우와 외국에 파견되거나 군함에 승선한 군대의 소속원에 대하여만 형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은 연방 법률로 정한다. 이 법원들은 연방 법무부 장관의 소관 분야에 속한다. 전임 법관은 법관직의 자격을 가져야 한다. ③제1항 제2항에 열거된 법원의 최상급법원은 연방법원이다. ④연방은 연방에 대해 공법상의 근무 관계에 있는 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와 소원 절차를 결정하기 위한 연방법원을 설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평시에는 외국 파견 또는 군함 승선의 경우가 아니면 군사법원을 설치하지 않고 일반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이다.


몇몇 나라는 군 사법권과 군 지휘권을 연계시키는 전통을 군국주의 유물로 이해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1919년의 덴마크를 들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군 사법제도를 대폭 개혁하여 군사법 통일 법전(UCMJ)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반도, 알제리에 대한 식민지 지배권을 상실한 1960년대 이후 군 사법제도 개혁을 논의하여 1980년대 초에 군 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했다.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만들어진 군 사법제도를 1980년 이후 개혁했다.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에는 더욱 많은 나라에서 군 사법제도를 개혁했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1991년과 1997년에 각각 평시의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현역 군인이 재판부에 참여하는 군사법원 제도의 위헌 여부가 문제다. 헌법 제110조 제3항이 “군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제도가 위헌은 아니라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헌법 제27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법원은 일정한 경우에는 일반 국민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가진다.


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시 군사법원 설치의 합헌성 여부다. 군사법원의 설치는 항시 허용된다기보다는 군대가 실전적으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시 군사법원의 설치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은 군대 존재 자체로부터 헌법상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실질적으로 군사적 활동을 개시하는 시점, 즉 전시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법관의 자격이 없는 현역 군인의 군사재판 참여는 전시 상황에서만 헌법적으로 정당하될 수 있다.


둘째, 신분에 따른 평등권 침해의 문제이다. 헌법 제27조 제2항은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전시라고 해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래야 한다. 그렇다면 군인 또는 군무원은 어떠한 범죄이건 혹은 어느 상황이건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반대해석 되는가? 민주적인 헌법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에만 군인 또는 군무원인 신분에 따른 차별을 허용한다. 헌법은 무제한의 반대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1948년 국방경비법은 “제3조 민간재판소와 군법회의와의 재판권의 관계”에서 군인이라도 일반 형사 범죄의 경우에는 일반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었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인권 침해적이고 위헌이라는 국방경비법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군인․군무원에 대하여 신분에 의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도 국방상의 목적에 한정하여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면 특별법원인 군사법원의 관장 영역은 매우 제한적으로 전시에만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셋째, 사법 작용 기관으로서 군사법원의 문제이다. 사법이란 구체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당사자로부터의 소의 제기를 기다려 독립적 지위를 가진 기관이 제삼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법인가를 판단하고 선언함으로써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작용이다. 군사법원의 활동은 사법 작용이다. 사법 작용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헌법적 규준에 의한 평가가 필요하다. 군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군 사법제도는 위헌이다.


마지막으로 군사법원의 운용 현실의 문제이다. 헌법위반의 요소를 담고 있는 현행 군사법원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군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불가피한 제도인가는 순수 군사 범죄의 비율이 높지 않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대비한다는 명분이 인권침해와 헌법침해의 대가를 치러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전시를 대비한 훈련은 법관 자격이 있는 인적 자원을 부대별로 동원하여 배치하는 정기적인 훈련과 전시 군사재판에 필요한 일정 군사 지식을 습득하는 정기적인 훈련으로 충분하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구현된 군 사법제도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현행 군사법원법의 핵심 내용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내리기는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논증은 적절하지 않았다.

더욱이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결만으로 헌법을 최적화하여 구체화하여야 할 입법자의 의무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군 수사기관과 군검찰 그리고 군사법원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군대 내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례도 여전히 적지 않게 일어난다.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탓이다.


결론적으로 헌법상 인권 보장 그리고 권력분립원리와 사법권 독립 원칙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군사 활동에서 불가피한 군사법원의 존재 이유를 최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은 평시 군사법원의 폐지이며, 전시에만 군사법원의 설치와 운용에 관한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는 2009년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 자문위원으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제110조 ① 전시에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 형사법원을 둘 수 있다.

② 전시 군 형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③ 전시 군 형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군이 대통령의 ‘격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에 동원되지 않으려면, 민주공화국의 군대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주권자 인민의 군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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