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디시랑]칸카케이오디시(Kankakei Odissi)

by 한량돈오

저는 2019년 2월부터 서울 논현역 근처의 골든캣츠에서 한국 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서였는데요. 심신 수행과 노후 취미 생활을 위해서였습니다.

한국 춤을 함께 배우던 춤 벗과 인스타그램 친구가 되었는데요. 이 춤 벗이 인스타그램에서 인도 무용 오디시(Odissi) 강습을 홍보하는 걸 봤습니다.

제가 관심을 표했더니 한번 배워 보라고 해서 2022년 1월부터 주한인도문화원에서 금빛나 선생님이 지도하는 오디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가 여전하던 시기여서 온라인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국무용은 대면으로 계속 배우면서요.


오디시는 인도 동북부 오리사 지역의 전통춤입니다. 약 2,000년 전부터 고대 힌두 사원에서 신을 찬양하기 위하여 추던 춤인데요. 청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신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춤이기 때문에 구도(求道)의 성격이 강합니다. 인도의 다른 전통춤은 직선적 움직임이 많은데, 오디시는 부드러운 곡선미와 우아한 조형미가 두드러집니다.


저의 오디시 스승이신 금빛나 선생님은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오디시 무용수입니다. 스리랑카에서 불교대학원을 다니다가 예전에 우연히 감상한 영화 속의 춤이 ‘오디시’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그 춤이 무엇인지 3년 정도 찾아 헤맸데요. 일주일 만에 정리하고 인도로 떠났답니다. 2005년 4월부터 인도 오리사(오디사, Odisha) 주의 주도인 부버네슈어러(Bhubane swar)에서 머물며 오디시 거장인 뻐드머스리 구루 고 겅가더러 쁘러던(the late Padmashree Guru Gangadhara Pradhan)과 그의 제자 네 명으로부터 지도를 받았습니다. 2010년 2월 인도 현지에서 전통적인 정식 데뷔를 했습니다.


금빛나 선생님은 오디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오래전부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어요. 그러다 오디시를 만났고, 몸의 테크닉과 종교관, 철학관이 다 통합된 이 춤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IMG_8257.JPEG

오디시 공연 후 선생님과 함께, 주한인도문화원, 2024. 12. 20.(금)


선생님은 한국적 맥락에서 인도 무용 오디시를 펼칩니다. 2024년 12월 발표회에서 산스크리트어의 가사를 한국어로 직접 번역을 해서 춤을 출 때 산스크리트어와 한국어 노래를 번갈아 부르며 춤을 추는 공연을 안무했습니다. 공연에서 입은 사리는 동대문에서 천을 사다가 직접 만들어서 입었고요. 저의 경우 사리에 있는 금박은 저의 배우자가 한 땀 한 땀 공을 들인 건데요. '춤은 모르겠는데, 의상은 압도적이었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IMG_8222.JPEG

오디시 공연 리허설 사진, 주한인도문화원, 2024. 12. 20.(금)


저는 교토에 와서 일 년 동안 오디시와 한국 춤을 쉬어야 했는데요. 다행히 선생님께서 온라인 강의를 열어주셨어요. 지금 스타이(Sthayi)를 배우고 있습니다. 오디시 춤에서 스타이는 가수 아닌 사람이 춤을 추는 양식 중 하나로, 악기 연주를 묘사하는 비서사적 춤을 뜻합니다. 아직 악기 연주 묘사까지 진도를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여행에서는 오디시를 추려고 의상을 준비했습니다. 상의는 작년 공연 때 입었던 것이고요. 하의는 사리 느낌을 내려고 장만했어요. 날이 쌀쌀한 편이어서 겉옷 안에 입고 있다가 한적한 곳에서 배운 부분까지 춤을 췄습니다.


장소는 한하계[寒霞溪, Kankakei, 칸카케이]인데요. 쇼도시마[小豆島]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어요. 섬의 최고봉 호시가죠 산과 시호자시 사이에 있는 계곡입니다. 1300년 전의 화산 활동으로 생긴 안산암층이나 화산각력암 등의 바윗덩어리가 오랜 세월의 지각 변동과 비바람의 침식으로 다종다양한 기암과 절벽이 절경인 곳이죠. 일본 3대 아름다운 계곡 중 하나입니다.


오디시도 한량무도 무척 서툴지만, 춤이 되풀이되고 장소가 바뀌면서 춤추는 몸과 마음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인간 아닌 존재의 관계를 고민하는 지구법학 연구자로서 춤은 제 시야를 넓고 깊게 하는 수련의 길입니다. 한국 춤도 오디시도 좋은 스승님을 만나 제가 춤을 배우고자 했던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IMG_0380.JPEG

오디시 기본 동작 중 하나인 쩌우꺼(Chauka) 자세


IMG_0383.JPEG


※ 일본 가가와현 쇼도시마에서 2025. 10. 23.(목) 촬영.


※ 금빛나, 『달.비.잠: 어느 인도 고전 무용수의 자아 찾기 여정』, 블루닷, 2012.

※ 금빛나, 「해외통신: [인도의 고전무용 오디시] 나에게로 가는 길」, 월간 샘터, 제512호, 2012, 96-97쪽.

※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오디시’ 무용수 금빛나 씨」, 가톨릭신문, 2011. 12. 7.

※ 「한국 유일의 오디시 인도고전무용가 ‘금빛나’」, 잡포스트, 2022. 11. 30.


#오디시랑 #오디시 #Odissi #금빛나 #한량돈오 #Sthayi #스타이 #가가와현 #쇼도시마 #칸카케이 #寒霞溪 #Kankakei #小豆島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7화[한량무랑] 오시마한량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