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3일(목) 발행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2025년 10월 21일(화)부터 23일(목)까지 2박 3일 동안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가을 회기에 다녀왔습니다. 교토를 멀리 벗어난 첫 기차 여행이었습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는 예전부터 한번 가고 싶었습니다. 일본 여행의 묘미를 알려준 인도자 진용주 님이 여러 번 일정을 마련했는데, 한 번도 함께하지 못했거든요. 교토에 머무르고 있으니까 세토우치 섬들과 거리도 멀지 않고 연구년이라 일정에 다소 여유도 있으니 절호의 기회입니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우메다 테츠야(Tetsuya Umeda) 작가가 트리엔날레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는 바다의 복권(復権)을 주제로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 온 세토우치 섬들에 활력을 되찾고, 세토우치가 지구에 있는 모든 지역에서 ‘희망의 바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토(瀬戸) 내해(內海)에서 대표적인 예술 섬은 나오시마(直島)죠. 세토 내해는 일본 열도의 규슈, 시코쿠, 혼슈로 둘러싸인 바다를 말합니다.
안도 다다오는 1980년대 말에 나오시마를 ‘자연이 풍성한 예술의 섬’으로 재생하기 위한 문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산업 폐기물이 쌓이면서 오염이 심해 오랫동안 방치된 지역이었거든요. 여러 미술관이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생겼는데요. 그중에서 지중(地中, 지추) 미술관은 나오시마에서 진행한 안도 다다오의 네 번째 작업입니다. 이곳에는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등 3명의 작가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땅속(地中) 건축물입니다.
우메타 테츠야(梅田哲也) 작가는 2024년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숨결 노래>> <물에 관한 산책>(Walk about Water)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물에 관한 산책>은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으로 제작된 퍼포먼스와 사운드 설치 전시가 결합된 작업인데요. 저는 퍼포머로 참가했습니다. 퍼포먼스 작업은 백남준아트센터의 숨겨진 공간을 투어 하면서 그가 설치한 작품과 함께 백남준아트센터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만나는 작품이었습니다.
2024. 9. 13.(금) 백남준아트센터 자원봉사자실
우메다 테츠야 작가 소개는 이렇습니다.
“건물의 구조와 주변 환경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미술을 제작하고 미술관과 박물관, 대체 공간과 야외 등 그 공간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현상으로서의 시간을 연출한다. 퍼포먼스에서는 보통 잘 가지 않는 장소로 관객을 초대하는 투어 작품과 극장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무대 작품, 중심점이 없는 합창 프로젝트 등을 일본 국내외에서 발표했다.”
우메다 작가의 트리엔날레 작품은 <The Voice and the Far>인데요. 일본어로 <音(おと)と遠(とお)>여서 ‘오토’와 ‘토오’의 대비가 영어로는 잘 드러나지 않네요.
작품 해설은 이렇습니다.
“시각장애인, 섬에서 살아온 사람, 그리고 지금도 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폐가의 마루 밑에 큰 구덩이를 파고, 그 안을 돌로 채워 ‘공명굴(共鳴窟)’을 설치한다. 건물 안에서는 물이 순환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 아래의 돌과 공명하며 섬세하고 일렁이는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작품이 설치된 오시마(大島)는 다카마쓰항에서 북동쪽으로 약 8㎞ 떨어진 지점에 떠 있는 면적 0.62㎢, 둘레 7.2㎞의 작은 섬입니다. 오시마는 겐페이 합전(源平合戦, 1180년부터 1185년까지 헤이안 시대 말기에 벌어졌던 내전)의 무대였고, 서해안 일대에는 ‘야시마 전투’(1185)에서 패한 헤이케(平家) 측의 용사들을 묻은 자리에 심어졌다고 전해지는 늙은 소나무 ‘묘표의 소나무(墓標の松)’로 뒤덮인 송림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오시마는 일본에 소재한 13개소의 국립 한센병 요양소 중 한 곳인 오시마 세이쇼엔(大島靑松園, せいしょうえん)이 있습니다. 1909년에 한센병 요양소가 설립되었고, 1946년에 국립요양소 오시마세이쇼엔(大島青松園)으로 개칭되었습니다. 나균(らい菌)에 의해 피부와 눈, 말초신경 등이 감염되는 ‘한센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치료법이 확립되었습니다. 그러나 1996년에 ‘한센병 예방법(らい予防法)’이 폐지될 때까지 약 90년 동안 입소자들은 강제 격리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한센병 문제 기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현재는 원내에서 입소자의 일상생활 보조와 요양 생활 지원, 그리고 한센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계몽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시마는 한국의 소록도인데요. 교토에 오기 전 소록도에서 한량무를 추고 싶었는데, 일본 오시마에서 먼저 한량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섬의 역사가 그랬듯이 이번 트리엔날레에서도 가장 한산한 섬인 듯합니다. 이 섬에서 수용되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한량 춤을 꼭 추고 싶었습니다. 일찍 교토에서 출발해서 오전에 다카마쓰에 도착했지만, 호텔에 짐 맡기고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섬에 머무를 시간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의상을 갖춰 입고 한 판의 춤을 췄습니다.
한량무랑(閑良舞浪)은 제가 여러 곳을 다니며 한량무(한량 춤)를 추는 프로젝트인데요. 같은 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나이 먹을수록 내 몸과 춤은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피는 과정입니다. 춤을 춘 곳은 비탈이고 넓지 않습니다. 무대에서 출 때와 달리 조심해야 하고 바람이 부는 정도에 따라 제 의지와 달리 몸짓이 달라집니다. 주변의 사물과 관계에 따라 동작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는 자연과 함께 춤을 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아닌 존재로서 자연과 관계를 탐구하는 점에서 제게는 동시에 헌법방랑(憲法方浪, 헌법학 공부 방법론)입니다.
* ‘오시마한량무’ 전체 동영상은 유튜브 채널 ‘한량무랑(閑良舞浪)’에서 10월 27일(월) 오후 6시에 공개합니다. 주소는 <https://www.youtube.com/@donoh>입니다.
#교토유랑 #한량무랑 #오시마한량무 #大島 #大島閑良舞 #한량춤 #한량무 #골든캣츠 #취미한국무용 #취미한국춤 #한국춤 #오시마 #오시마섬 #우메다테츠야 #TetsuyaUmeda #백남준아트센터 #안도다다오 #AndoTadao #SetouchiTriennale #The_Voice_and_the_Far #한센병 #소록도 #한량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