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어떤 풍경을 그리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기억나는 사실은 그 당시에는 특정한 풍경을, 어떤 생김새의 감정을 마음에 품고 글을 썼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나 확실한 풍경을 품고 정확하게 쓰려고만 했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좋은 이야기로 남아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의도했던 그 풍경인지, '옳은' 해석인지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고 또 사람들마다 발견하는 풍경이 천차만별이지만 어쨌든 마음 깊숙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오히려 다시 읽었을 때에도 논지가 명확하게 읽히면 글의 동력이 사라진다. 각자 발견하는 풍경이 천차만별이어야 마음속 깊이 내려갈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 글을 가져와보자면...
"부대를 버리듯 허겁지겁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에 밑줄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항구 밖에서는 예인선이~"의 평화로운 풍경이 와닿았다는 사람도,
"입대할 때 얼려둔 시간들은 이미 녹아 바다로 저만치 흘러 내려갔"다는 감각을 같이 느끼는 사람도,
"내가 되찾을 나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대목이 정말 슬프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조차도 다시 읽었을 때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 슬펐다는 거야 아니면 화났다는 거야? 하고 고민하게 된다. 뭐였더라..
그 시간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썼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글은 나에게도 잠겨 해독할 수 없는 암호문이 되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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