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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수 Oct 27. 2022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본다는 것은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어떤 풍경을 그리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기억나는 사실은 그 당시에는 특정한 풍경을, 어떤 생김새의 감정을 마음에 품고 글을 썼다는 사실뿐이다. ​


그러나 확실한 풍경을 품고 정확하게 쓰려고만 했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좋은 이야기로 남아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의도했던 그 풍경인지, '옳은' 해석인지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고 또 사람들마다 발견하는 풍경이 천차만별이지만 어쨌든 마음 깊숙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오히려 다시 읽었을 때에도 논지가 명확하게 읽히면 글의 동력이 사라진다. 각자 발견하는 풍경이 천차만별이어야 마음속 깊이 내려갈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 글을 가져와보자면...

"부대를 버리듯 허겁지겁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에 밑줄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항구 밖에서는 예인선이~"의 평화로운 풍경이 와닿았다는 사람도,


"입대할 때 얼려둔 시간들은 이미 녹아 바다로 저만치 흘러 내려갔"다는 감각을 같이 느끼는 사람도,


"내가 되찾을 나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대목이 정말 슬프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조차도 다시 읽었을 때 그래서 좋았다는 거야 슬펐다는 거야 아니면 화났다는 거야? 하고 고민하게 된다. 뭐였더라..​


그 시간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썼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글은 나에게도 잠겨 해독할 수 없는 암호문이 되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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