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 Lizzy의 Phil Lynott 이야기
더블린 북쪽 외곽, 1959년 겨울.
비가 잦은 날이었다.
열한 살 소년 필은 조부의 손에 이끌려 시장 끝 낡은 쉼터에 들어섰다.
그곳엔 트래블러 출신의 남자가 선원들의 노래 Fiddler's Green를 낡은 만돌린으로 연주하고 있었고, 외할아버지는 말없이 신문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필, 가만히 들어봐, 저건 우리 아일랜드 사람들의 노래야.”
그날 밤, 필은 낡은 부엌 테이블 위에서 외할머니가 끓인 감자 수프를 앞에 두고 노트를 펼쳤다.
그는 처음으로 종이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전해진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 남는다.”
그는 자신이 더블린에서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아이'라는 걸 너무도 일찍 알았다.
피부는 짙었고, 아버지는 없었으며, 어머니는 런던 어딘가에서 일한다 했다.
하지만 조부의 이야기, 조모의 따뜻한 손길, 동네 펍에서 들려오는 아일랜드 민요는 필에게 소속될 수 없는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용기를 심었고 뿌리를 내리게 했다.
청년이 된 필은 “Thin Lizzy”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했다.
밴드 이름은 장난감 만화 잡지에 나오는 여성 로봇 ‘Tin Lizzie’를 패러디한 것이었지만,
그는 속으로는 이렇게 되뇌었다.
“이 도시가 나를 환영하지 않더라도, 내 노래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더블린, 런던, 리버풀, 벨파스트...
무대 위에서 그는 거침없었고,
가사 속에서는 전통 민요, 펄프소설, 거리의 언어가 섞여 새로운 ‘검은 시’가 태어났다.
그의 첫 시집 《Songs for While I'm Away》(1974) 속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내가 널 떠난다면, 가을은 아닐 거야.
내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본 게 가을이었으니까”
그는 사랑에 실패한 도시에게, 그래도 등을 돌리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노래를 바쳤다.
음악과 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가사, 무대, 기타와 시로 세상에 맞서고자 했다.
싸우되, 음악으로.
고통을 말하되, 시로.
1979년, Thin Lizzy의 정점을 찍은 앨범 'Black Rose: A Rock Legend'가 발매되었다.
필은 그 앨범 속에 자신의 피와 뿌리를 담았다.
‘Róisín Dubh (Black Rose)’라는 곡은 전통 아일랜드 노래의 이름을 빌려와, 고향과 조부모, 이야기와 저항, 그리고 자신의 혼혈 정체성을 노래한 대작이었다.
'옛날의 전설을 들려 줘
영웅들이 오가던 시절
검은 장미와 함께 춤추던 시절,'
그러나 무대 아래에서 그는 점점 허공에 말을 거는 방식으로 자신을 소모하기 시작했다.
헤로인은 그의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었고, 그는 기타와 펜보다 주사기를 더 자주 들었다.
1985년 어느 밤, 필은 거의 쓰러지듯 노트 하나를 펴고 한 줄을 남겼다.
“항아리 속 위스키를 모두 내 혈관에 쏟아 부었다”
그는 그렇게 조부가 들려주던 전통의 노래 속, 도시의 소음 속, 그리고 사라진 어머니의 따스함 속에서 자신을 지웠다.
그는 그렇게 허무하게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더블린 골목에 남아 구겨진 검은 장미처럼 다시 피어 났다. 많은 더블린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를 기억하고 사랑한다.
바람이 불면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딜런도 코헨도 닿지 못한 그만의 세계에서, 필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내 이야기야.
금이 간 마음이지만, 나만의 노래로 남겼어.”
씬 리지의 주요 곡들을 다음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유색 아일랜드인의 감성과 크윈 리드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 씬 리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