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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걱정이 되잖아! - (1)

오아시스, 갤러그 형제 이야기

by 김주영

노엘은 그날도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우편함을 확인하다가, 낯익은 글씨체가 그의 심장을 아주 살짝 건드렸다.


“밴드 결성 20주년 기념 공연 – ONE NIGHT ONLY

보낸 사람: 리암"


그는 조용히 봉투를 찢고, 초대장을 집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그리고 아무 표정 없이. 이게 분노인지, 허무인지, 기대인지 그는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척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주머니에 넣은 초대장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20년이래... 우리 해체한 건 고작 10년 전인데? 재결합이라도 하자는 건가, 뭔가 쇼를 하자는 건가."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노엘은 천천히 코트를 챙겨 입었다.

“한 번은 끝을 봐야지. 이 망할 싸움도.”



10년전 투어 마지막 날, 런던.

리허설은 엉망이었다. 리암은 두 시간 늦게 도착했고, 노엘은 이미 두 번 담배를 끊었다 다시 피웠다.

“넌 정말 끝까지 이 모양이냐?” 노엘이 말했다.

리암은 소파에 눕듯 걸터앉아, 맥주 캔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넌 진짜… 투어 내내 재떨이 같은 말투다, 형.”

“형?” 노엘이 씩 웃었다. “아직도 그 단어 쓰는 거 보면, 그래도 날 사랑하긴 하나 보지?”

“그래, 사랑하지. 그러니까 안 죽인 거야.”


둘은 잠시 침묵했다. 밖에서는 무대 리허설 사운드가 울리고 있었다. 드럼이 허공을 찢었다. 그리고...

“사이가 진짜 좋아지려면,” 노엘이 담담히 말했다. “사이가 안 좋을 때가 있어야 한대.”

리암은 코웃음을 쳤다. “우린 언제나 안 좋았잖아.”

“아니, 안 좋아지는 정도가 셀수록 서로 이해심이 깊어져서 진정으로 좋아진대.”

리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아예 나를 잡아먹지 그래, 형? 뜯어먹고 이해심 깊어지는 기적을 체험해보자.”

그날 밤, 공연은 3곡 만에 끝났다. 노엘은 백스테이지에서 기타를 내려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리암은 마이크를 내던졌고, 스피커는 비명을 질렀다.


비틀즈의 뒤를 잇는다는 그 밴드 오아시스는 그렇게 무너졌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녹음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벽에 붙은 포스터들은 바랬다.

노엘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먼지 냄새. 오래된 진공.

리암은 구석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어깨는 구부정했고, 눈빛은 허세와 공허가 반반이었다.

“살았네?”

“죽었으면 공연은 누가 하냐.”

“그게 공연이 될 거라 믿고 있는 거냐?”

리암은 기타를 튕겼다. 철썩거리는 소리.

“믿음은 없고, 기대는 있지. 너 아직도 잘 치냐?”

“너 아직도 음치냐?”

리암은 피식 웃었다. 노엘은 한참 그 웃음을 바라보다가, 오래된 테이프를 꺼냈다. 두 사람이 만든 마지막 데모.

“기억나? 이 곡. 가사는 네가 망쳤지만, 멜로디는 괜찮았지.”

리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진짜… 나 없었으면 좋은 사람이 됐을 텐데.”

“넌 나 없었으면, 그냥 나쁜 놈이었을 거고.”



(Part2 완결로 이어집니다)


오아시스의 주요 곡을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브릿팝의 황제,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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