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붓다에게 부치는 두 통의 편지 - 2

커트 코베인 이야기

by 김주영

코트니는 사흘이 지난 3일이 되어서야 내가 재활원을 빠져나간 걸 알았다.

그녀는 나를 찾기 위해 사설탐정을 수배했고 반나절 만에 내가 시애틀 집에 있음을 알아내어 전화했다. 어쨌든 찾아서 다행이라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하려 할 때 프랜시스가 전화기를 가로챘다.

“아빠, 나 어제 엄마랑 놀다가… 엄마가 울었어. 근데 내가 웃으니까 갑자기 같이 웃었어. 웃으면 안 되는 얼굴이었는데도.”

그날 밤. 나는 우연히 서재 서랍에서 코트니가 쓰다 만 편지를 발견했다.

대강의 내용은 이랬다.

"난 네가 나를 떠나는 상상을 자주 해.

언젠가는 네가 나를 끝내버릴 거라는 생각도 했어.

하지만 부디… 우리 아이에겐 그런 모습 남기지 마.

네가 날 미워해도 좋아.

내가 사라져야 네가 자유롭다면, 그렇게 할게.

하지만 아이는… 너를 아직도 너무 사랑해.

그녀는 너를 보고 자라야 해.

날 없애지 말아줘.

내가 알아서 사라질게.”


나는 이 편지를 찢어버리려다, 오래전부터 이런 편지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처럼 손이 떨렸다.
아내를 향한 분노는 사라지고, '이건 전부 나 때문이었구나'라는 자각이 밀려왔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하기로 했다.

붓다에게 쓴 첫 번째 편지는 태워 없애고 다음과 같이 두 번째 편지를 썼다.


===


난 겁쟁이야.

내면에선 언제나 무너지고 있었으면서도, 무대 위에선 아무 일도 없는 척했지.

사람들이 날 보고 열광할 때마다, 점점 더 공허해졌어.

스스로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사람들이 날 사랑해 줄 때만 내가 살아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그 사랑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난 스스로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어.

난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했고, 때로는 그 음악이 날 구해줬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대 위의 난 연기하고 있었어.

노래할 때, 기타를 칠 때, 관객을 바라볼 때,

그 모든 순간에 내가 진짜로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어.

며칠 전, 딸이 내게 말했어.

“엄마는 울었는데, 내가 웃으니까 따라 웃었어. 웃으면 안 되는 얼굴이었어.”

그 말이 날 산산이 부숴놨어.

아이는 거울처럼 내 죄책감을 비췄고, 난 그 앞에서 도망칠 수 없었어.

나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

난 너무 지쳤고, 너무나 미안해.

딸아, 프랜시스.

제발 강해지지 않아도 돼.

그냥 살아있어 줘.

그걸로 충분해.

아내에게, 친구들에게, 음악에게

그리고 나를 이해해 보려 애써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워.

더는 속일 수 없어.

더는 누군가인 척 살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떠나.

친구, 부디 이 결정을 이해해 주길 바래.

때때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한 번에 불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거 같아.


1995년 4월 5일 친구 커트가.


===


방 안은 정리되어 있었다.

탁자 위엔 펜과 편지,

옆엔 작은 인형 하나.

딸 프랜시스가 한때 안고 다니던 곰 인형이다.

커트는 침대에 앉아 있다.

장전된 레밍턴 모델 11 20 게이지 산탄총도 침대에 놓여 있다.

기타가 벽에 걸려 있다.

그는 천천히 팔을 걷고, 조용히 준비한다.

책상 서랍을 열어

깊숙한 곳에 숨겨둔 작은 금속 케이스를 꺼낸다.

케이스 안에는 헤로인 주사기,

이미 준비해 둔,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양.

그는 한 손에 알코올솜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침착하게 바늘을 든다.

행동 하나하나에 망설임은 없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편안한 표정이다.

그토록 바라던 정적과 고요가 마침내 그의 안에 깃든 것이다.




너바나의 주요 곡을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결국엔 하나야


keyword
이전 26화붓다에게 부치는 두 통의 편지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