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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Feb 21. 2023

수영 - 철인삼종 준비하니?

자전거. 수영. 그다음은?

내 첫 번째 수영장은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시작하던 6월은 걷기 좋았다. 장대비가 내리던 장마도 8월의 땡볕 더위도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내 두 번째 수영장은 도보 30분 거리였다. 일주일을 열심히 걷다 자전거를 사야겠다 다짐했다. 이왕이면 아이를 태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26인치 정도가 좋을까? 고민하던 사이 성미 급한 남편은 커다란 자전거를 결제했고 며칠 후 문짝만 한 박스가 배달되었다.


새 자전거는 반짝거렸다. 기어가 들어가는 자전거로 오르막이 즐비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신호가 도와준다면 20분이면 수영장에 도착했다. 10분 차이 때문에 허벅지가 터져라 페달을 밟아야 하나 고민되었지만 매번 늑장 부리는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체감은 이 정도.  timberfoster, 출처 Unsplash


근육 대신 지방이 가득한 다리는 오르막길을 버거워했다. 자전거를 탔던 첫 주는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맥없이 풀린 다리는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는 동안 자꾸만 헛나갔다.

수영이 고되었던 날은 안장에 오르지도 못하고 집까지 끌고 오기도 했다. 타지 않은 자전거는 구르는 철덩어리일뿐이다. 수영이 끝나면 나는 선택해야 했다. 걷느라 다리가 아플 것이냐 끄느라 팔이 아플 것이냐.


일주일에 3번은 아이 수영장 가는 길도 내 자전거로 해결했다. 오후 4시. 자전거 뒷자리에 묵직한 둘째를 태우고 홀로 따라오는 첫째를 신경 쓰다 보면 온몸이 너덜너덜해졌다. 이러니 아침에 혼자 하는 라이딩은 불평이 나올 수도 없었다. 내 몸 하나만 가면 되는 길은 홀가분할 지경이었다.


월수금 아침저녁으로 1시간 반을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말했다.

"철인 삼종 나가려고?"

철인삼종 경기라. 웃고 말았는데 갑자기 고개가 갸웃해진다. 철인삼종은 사이클 수영 마라톤으로 이뤄진 경기다. '못할 것도 없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힘들었던 라이딩은 2주 만에 완벽 적응했다. 덜컹거리지 않고 가는 최적의 노선을 찾아냈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슝슝 달리다 보니 재미까지 느껴졌다. 한 달이 지나자 오르막길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다리 풀리는 일도 줄었다. 두 달째 되던 달은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져 주말에도 아이들과 타러 나가곤 했다. 운동에도 중독이 있다던데 이게 그 증상인가?



누워만 있던 내가 하루 2시간씩 운동을 한다. 온갖 회유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게으름뱅이였는데 자발적으로 체육관을 간다. 그것도 모자라 주변인에게 운동을 추천까지 한다.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역시 인생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데 누가 알겠나. 농담으로 던졌던 남편의 말이 씨가 되어 몇 년 뒤 정말 철인삼종을 준비하고 있을지.


단단해지는 나를 그려보며 내일도 달리련다. 자전거야.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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