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공부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실력도 중요하고 아이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학부모와의 소통은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람들과 깊이 교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라 학부모와 친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오기 전에 혼자서 책을 읽는다거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나에게 갑자기 걸려오는 학부모의 상담전화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학부모와의 상담은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식사를 하자거나 친구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학부모들을 만나면 여러모로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매번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간 이른 점심을 먹게 되거나 때로는 늦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할 때도 있는데 그런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상담시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정리하는 기술도 늘어났습니다. 학부모와 깊이 교류하지는 않아야 하지만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밀고 당기기가 필요합니다.
나름대로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우선 모든 대화의 초첨은 아이에게 맞추고 학부모의 고민에 적절히 공감하면서 아이와 관련되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흘려들으며 간단하게 그렇군요.라는 정도로 끝을 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를 돌보는 어머님이 대단하신 거예요.
어머님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이야기가 힘들다면 카톡이라도 보내고요."
그리고 내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친밀감을 쌓으려다 내 개인적인 영역을 너무 드러내보이면 !!! 아뿔싸. 동네에 바로 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그래도 선생님도 힘들때 있을텐데."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뭐"
나의 경험이나 감정을 학부모 앞에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점이 힘들고 저런 점이 어렵다고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다른 학부모에게는 마치 내가 그 아이를 욕한 것으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무조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문제점을 파악하려고만 하지 말고 감정에 주목하는 거죠. 아이가 집중하지 못해서 속상하다고 말하면 그 마음 나도 잘 안다고 피드백을 해야합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반감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내 아이를 욕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학부모는 없다는 것은 무조건 명심해야 합니다. 문제점을 제시하되 베이스에는 칭찬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학부모가 먼저 질문을 하게 하는 것보다는 아이에 대한 질문을 항상 내가 먼저 던지는 것이 좋아요. 내가 궁금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 함으로써 대화의 폭을 좁혀 나가는 편이 훨씬 수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학부모와의 관계는 미묘합니다. 너무 가깝게 지내면 경계가 흐려지고 너무 멀리하면 또 인간미가 사라집니다. 특히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과의 교류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야박하게 끊어버린다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학부모와의 관계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부모와의 신뢰가 있어야만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가 나를 신뢰하고 내가 학부모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그리고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아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주 조금만 양념처럼 가미할 것. 학부모와 친구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