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에게 주로 던지는 질문이 ‘어떻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되신 건가요?’, 그리고 가장 흔한 대답이 ‘친구따가 갔다가’로 시작을 한다. 누군가 내게 ‘어떻게 PM의 길로 들어서게 되신건가요?’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머리를 한 두 번 갸우뚱하고는 이렇게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어쩌다 PM이 되었습니다.”
PM 이란 정식 타이틀이 언제 생겨났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을 만큼 이 바닥 생활을 20년 넘게 해오다 보니 경력 몇 년차라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큰 의미로 다가 오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 업이란 게 특별한 전공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선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닦아놓은 반듯한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프로젝트를 착수하면 제일 먼저 일을 시작하는 기획자이면서 오지랖 넓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도와주는 성향을 가지고, 타고난 정리벽에 말주변 좀 있는 사람이 앞에 서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 버렸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PM이라는 역할이 생기면서 그때도 PM이었고, 지금도 PM인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더듬해도 생각나는 대답이란 “어쩌다 PM이 되었습니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소 성의없는 대답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찌하랴, 이것이 진실인 것을.
기획자, 서비스 디자이너, UX 디자이너이자 PM이라는 다채로운 타이틀로 일을 해왔지만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UX 디자이너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나고 자란 한국,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는 원래 하던 주종은 다 하나씩 있고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역할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는 보통 기획자 출신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SI에서는 개발자 출신이 그 역할이 담당한다. 물론 PM이라는 역할은 아무 경험도 없는 신입이나 초급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나 다른 나라에서는 PM이 하나의 전문 분야와 전문 직업으로 인정되고 있는 반면, 한국 IT 업계에서는 아직까지도 PM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조직을 본 사례는 없는 것 같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PM을 독립 부서로 만든 적이 있긴 하나, PM이 될만한 될성부른 사람을 키운다는 목적이 아니라 현재 PM들을 모아서 하나의 부서로 만들다보니 다 연장자들로만 조직된 이상한 부서가 되었고, 기획자 출신의 PM 그룹과 기획자 그룹간의 묘한 분위기와 쓸데없는 마찰로 얼마되지 않아 다시 조직 개편을 하면서 이전과 동일한 상태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오랫동안 PM의 역할을 해오면서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PM도 하나의 전문적인 업이고, PM도 제대로 가르치고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PM은 안전한 항해를 책임지는 배의 선장이며,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PM은 기획자가 거쳐가는 마지막 관문이 아니다. 더 이상은 어쩌다 PM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취지에서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빌어 진행해 보려 한다.
PM 온보딩(Onboarding), 온고잉(Ongoing).
PM이 되었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부터 앞서는, PM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늘상 방황의 연속인 분들과 PM으로서의 여정을 함께 하는 역할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언제든 궁금한 것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하셨다면 언제든 자유로이 질문을 주셔도 되고, 시간이 허한다면 간단한 커피챗도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질문이 소중한 또 하나의 챕터가 될 수도 있으니 주저 마시고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