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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혜 Dec 08. 2024

02 PM은 대장질이 아닙니다

누군가 나에게 ‘프로젝트 매니징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대장질 하지 마세요.’ 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 이 타이틀이 왠지 모르게 불편한 분들은 아마도 지금까지 대장질을 해 오신 분이란 생각이 들고, 이 타이틀이 통쾌한 분들은 대장질하는 PM과 일하며 많은 고초를 겪은 분들이지 않을까.


‘대장‘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한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나무위키)로는 ‘어떤 일을 잘하거나 즐겨하는 사람, 뭔가에 능통한 사람’을 칭하기도 한다. 즉, ‘대장’이라는 의미는 일 잘하고 능력있는 리더, 지도자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서 ‘대장질’이라는 놀림조의 단어로 다소 쎈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역할을 높은 ’직위‘로 착각하고 프로젝트 매니징의 업무를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라 생각하여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든, 프러덕트 매지너든, PM이라 불리우는 사람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된 TFT(Task Force Team)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팀원들과 함께 과제 해결의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해결하고, 산출물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일정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한다. 전략가, 디렉터, 협상가, 조력자, 해결사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넓고 깊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디렉팅을 할 수 있는 하드 스킬과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 이것이 ‘매니저’라는 역할을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관지라’라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설사 일차원적으로 정의한다 하더라도 일에 대한,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데 과연 ‘관리’란 것을 할 수 있을까? 야구에 ‘야’자도 모르는 사람이 야구 감독을 할 수 있다고 우기는 것과 그닥 다르지 않아 보인다.


충분히 PM이 될 수 있는 소양도 부족하고, PM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경험과 역량도 쌓지 않은 상태에서 PM이란 자리만을 탐하다 보니 흔히 발생하는 실수가 본인의 무지함을 감추기 위한 거짓과 억압의 강도가 쎄 질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해 ‘대장질’을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릇이 작고 역량이 부족하니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고, 디테일해야 할 것에 디테일하지 않고, 디테일하지 않아도 될 것에 디테일한, 잘못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람이 되는데, 더 심각한 것은 메타 인지 또한 없어서 본인이 그르친 행동을 하며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PM이라는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통찰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UX 디자인이든, UI 디자인이든, Front-end 개발이든, Back-end 개발이든 뭐든 본인의 주종이 있어야 한다. 카라얀, 정명훈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들도 주종은 피아니스트였고, 코폴라, 박찬욱은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시나리오 작가였고, 야신 김성근 감독의 주종은 투수였다. 주종이 있다는 것은 응용을 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탄탄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기본을 다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응용력을 기르고,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학습을 통해서 심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준비된 PM이 될 수 있다.


UX 디자인이 본업인 사람이라면 경험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부터 사업자와 사용자의 니즈와 원츠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심리와 UX 리서치 스킬에 대한 학습, 다양한 유/무형의 인터페이스 기반의 UX 설계를 하기 위해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과 기술에 대한 학습, 사업과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꾸준히 시야를 넓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인문, 사회, 과학, 디자인 등 분야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꾸준한 지식의 축적을 통한 생각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PM이라는 역할까지 겸한다고 했을 때는 하나의 회사를 경영한다는 개념으로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목표 수립과 프로세스 구축, 조직 구성과 운용, 인적/물적 자원의 관리, 생산/산출물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이론적인 학습과 실전 투입을 통해 경험을 쌓고 본인만의 관리 스타일과 위기 대처 방법, 의사결정 능력 등을 키워 나가야 한다.


PM은 종합 예술인이다. 하나의 역할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장르로 규정지을 수는 없는 종합적인 소양과 역량을 필요로하는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질’을 하고 싶으시다면 제대로 ‘대장질’을 하면 된다.

좀 더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스티브 잡스님 정도 급의 능력이 되신다면 대장질을 해도 된다.

그 정도 능력이 된다면 설사 권력을 휘두른다 하더라도 그 밑에서 뭐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으니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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