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진리핵주먹 May 06. 2024

잠비아, 사우스 루앙와 국립공원

crazy game drive, 사자 옆을 오픈카로!


잠비아는 말라위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남쪽의 내륙국이다. 수도는 루사카이다. 수도이름 외우기가 취미라서, 기회가 될 때마다 확인하는 편이다.

말라위의 서쪽에 위치하여 육로로 가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서아프리카에 이름이 비슷한 감비아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여행에 관심이 있다면 빅토리아폭포를 알지도 모르겠다. 사우스루앙와보다 빅토리아 폭포가 훨씬 유명하지만 건기에 방문한다면 오줌줄기 같은 폭포를 보게 된다 하여, 들어본 적도 없는 국립공원에 사파리를 하러 가보았다. 킬리만자로처럼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가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으나,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동물들은 동물원에 사는 게 아니라 계속 이동을 한다니 비슷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Animals have the right of way!라는 간판으로 시작하는 사우스 루앙와 국립공원은 심리적으로 너무 생소해서였을까, 온갖 동물 소리로 가득 차 있는데 오묘하게 고요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사람이 적어서 그랬으리라. 아프리카에서 다른 사파리를 해보지 않아서 비교가 안되지만, 이렇게 동물이 많은데 이렇게 관광객이 적다니! 첫인상은 그저 놀라움이었다. 숨겨진 맛집을 찾아낸 것 같기도 했다. 동시에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잠비아의 다른 국립공원에서 코끼리가 관광객을 공격하는 사망 사고가 한 건 있었다) 사우스 루앙와 국립공원은 나무위키에도 안 나오고, 영어로 검색해야 그나마 정보가 좀 나오는데 그렇게까지 사전조사를 하지는 못했다. 사바나 지역의 동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데, 사바나 기후가 뭔지, 다른 사파리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좀 알고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이 정도면 충분히 아프리카 동물 다 봤다! 하고 만족스러워서 다른 사파리를 가볼 생각을 안 했는데, 쓰다 보니 언젠가 다시 경험자의 눈으로 다시 사파리를 해보고 싶다.


끝없이 이어지는 에버랜드 사파리일까? 어리바리한 마음을 숨기고, 용감하게 지프차 앞자리에 탑승한다.

여행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프차는 제일 먼저 라이언 킹을 찾는다.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라는 오래된 프로그램을 아시는지? 그 프로그램은  ‘우- 우- 지구는 숨 을 쉰 다’라는 노래로 시작하는데, 속으로 그 노래를 다 부르기도 전에 다른 팀에서 사자를 찾았는지 바쁘게 무전이 들리면서 사자가 있는 곳에 도착해 버렸다. 나는 분명 오픈카를 타고 있는데, 바로 옆에 차를 세운다. 사자는 물론 아무 관심도 없는 듯 바닥에 누워있다. 가이드는 제발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사자가 우리를 사물로 인식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는 품 안에 총을 안고 있었다. 누워있던 사자가 일어나서 가끔 어슬렁어슬렁 차 근처로 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기 사자를 발견하고 환호를 하기도 하고, 좋은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은 쉴 새 없이 기계 셔터음을 방출했다. 사자는 그저 귀찮은 듯 보였다.



강을 지나가면서 커다란 돌다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저게 바로 하마라고 했다.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포켓몬스터의 귀여운 ‘야도란’ 이미지로 남아있던 하마인데 설명을 들을수록 무서워졌다. 하마는 초식동물인데 심심해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고 한다. 하마는 ‘강 하’ 자에 ‘말 마’ 자를 쓰는데, 이름 그대로 강에 사는 말이라는 뜻이다. 말이랑은 공통점이 전혀 없는 듯한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원인불명이라고 한다.


하이에나는 사람처럼 낄낄 웃는다고 한다.


게임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이름도 다 기억 못 할 많은 동물들을 만났다. 5번 정도 드라이브를 나갔는데, 처음에는 사진도 계속 찍고 질문도 하면서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가, 어느 순간 평화로운 동물의 왕국을 그윽하게 구경만 하였다. 가이드가 이야기해 주는 생생한 정보들도 기록해 뒀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앞서 기록해 놓은 것이 전부다.

밤에도 레오파드를 찾는다고 엄청 밝은 조명 켜고서 찾으러 다녔는데 결국 못 봤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밝은 조명이어서 괜히 미안했다. 빅 5니 뭐니 다 본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신비로운 숲, 특이한 나무, 신기한 새 구경을 더불어 한 것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이 경험을 미화시키고 확대시켜서 저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꼈다.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을 하는 건 마치 스케치를 하는 느낌인데, 후에 여행기를 쓰는 것이 정교하게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닐까? 사파리는 그냥 완성된 그림이었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이미지를 꼽는다면 바로 기린이다.

고고하게 나뭇잎을 뜯어먹는 기린이 아니라 아주 활동적인 기린이었다. 실제로 기린은 온순한 동물로 오해받곤 하는데, 말도 안 되게 무시무시한 동물이라고 한다. 경쟁이 싫어서 목을 길게 빼서 혼자만 높은 나무 위에 달린 나뭇잎을 먹는 평화의 상징이라 알고 있었는데(대체 누가 알려준 건지?) 기린은 천적이 없다고 한다. 긴 다리로 겅중겅중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차 앞을 지나가던 기린! 마치 기린 신 같았다. 기린들은 수컷이 머리털을 뜯으면서 싸워서 수컷이 탈모가 심하다고 했다. 암수구별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가이드가 말했고 그는 영어로 말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한 정보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소리를 꼽는다면 하마의 울음소리이다.

내가 묵었던 Croc valley 캠핑장은 가끔 기린도 쳐들어오고, 코끼리도 쳐들어온다고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머물렀던 기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아침에 하마가 우는 소리에 놀라서 깼을 뿐이다. 입이 큰 만큼 목소리도 큰 것이었다. 정말이다.


동물을 보는 것은 왜 좋은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멋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이전 03화 아기자동차와 나미비아 여행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