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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리핵주먹 Jun 20. 2024

브런치는 왜 꾸준히 못쓰게 되는 걸까?

진입장벽은 매번 나타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어려운 만큼 대단하고 멋진 일이기도 하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나랑 비슷한 아줌마인 것 같은데 다음글을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점점 우측 상단에 위치한 글쓰기 버튼을 외면하게 되었다. 좀비처럼 스크롤을 내리게 만드는 sns로써 브런치를 소비하고 있었다. 좋은 글을 자주 접하며 동기부여를 받아서 열심히 썼으면 좋으련만 한없이 작아지다 보니 손가락마저 작아졌나 보다. 마치 헬스장 피티를 미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 선생님하고 운동해 봤자 그때뿐이고, 혼자 운동 가면 슬렁슬렁하던 운동만 할 뿐이고, 오늘 안 간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는 자기 합리화는 너무나도 진실된 말이라서 힘이 셌다.


단기적인 목표와 가시적인 성과 없이 돈 안 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진실로 마음이 시키는 일이라 글 쓰는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걸 쓰다 말고 브런치에 처음 쓴 글을 다시 찾아보았는데, 아무도 내가 쓴 글을 읽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고 썼었다. 그때는 그랬던 것이 그게 너무 당연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있어 보이는 플랫폼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막상 몇 편 써보니 공들여 쓰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던 것이다. 열 편 정도 쓴다고 쉬워지는 게 아니었다. 아무 피드백도 없이 공들여서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좁디좁은 그릇에는 합당치 않았다. (브런치를 외면한 와중에도 네이버 블로그에는 엄지로 짧은 일기를 썼다는 이야기이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쉽게 쓰기 싫어서 시작했으나 딱 그 이유로 발길을 멈추게 되는 것. 쓸 말이 내 안에서 넘쳐흐르면 좋으련만 내 일상은 소재가 화려하지 못하다.  요리보고 조리 보고 크게 보고 멀리서도 보면서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 혹은 쓰면서 정신세계를 다른 곳에 데려다 놓는 경험을 하고 싶은데, 앞서 말했듯이 헬스장 가기 싫은 것과 비슷하다.. 변명이 길었는데 누구 좋으라고 쓰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왜 이러고 있는지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러고 있는 이유는 예전에 내가 쓴 글을 읽는 게 나에게는 참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비록 글쓰기를 통해 하루를 두 번 산다거나, 깊은 시선으로 일상을 뚫어보고 경험하지는 않으나, 과거의 나를 여러 번 소비하면서 무한도전 오분순삭 보듯이 즐거워한다는 게 유일한 미련일 것이다. 그래서 또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해 손가락을 놀려본다. 시작은 괴로웠을지언정 그 끝에서 정제된 나를 만나길.


최근에 나는 건강검진을 했다. 위암 가족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무기로 그간의 건강검진에서 미란성 위염이니 위축성 위염이니 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었다. 검사 결과도 수면 내시경의 약발이 다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들었다가, 조직검사 결과도 보통은 전화로 들으니 양 쪽 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한 귀로 흘렸다.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건강 검진 결과를 알려주면서 나의 생활 습관을 점검하라거나, 현 상태의 위중함 혹은 예후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의료진에게도 약간 실망하는 바다. 어쨌거나 이번 위내시경 결과에서 ‘장상피화생’이라는 처음 듣는 진단명을 하사 받았는데, 이것 역시 전화로 전해 듣고서 ‘이건 또 뭔가, 나중에 찾아봐야지’하고 쉽게 넘겨버릴 뻔했다는 것이다. 유선상에서 그럼 이제 약을 먹으면 되냐는 내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1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을 꼭 하면 된다’라는 애매한 답을 주셨다. 맞는 말씀이기는 하다만 차라리 대기 환자 많으니 환자분이 알아서 검색해서 공부한 이후에 내원해서 얘기 나누자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건강 이슈가 생기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이완된 채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맞는 건지 종종 의심은 들지만 편한 건 중독성이 강하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말들을 끌어와서 합리화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진짜 그런 것 같다. 동시에 나태와 게으름을 포장하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무위도식 어떻게 사는 게 내 몸과 마음에 잘 맞는 좋은 삶일까? 이 고민은 끝이 있는 걸까? 글을 쓰다 보면 신들린 엄지가 무의식을 대변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간신히 한 편 올리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나도 대단하고 멋져질 수 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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