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것은 갑옷일까. 화살일까.
이동진 평론가의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봅니다. 여러 사안에 대해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애티튜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해상도가 또렷한 분인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오늘의 글은 제가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영상 일부 내용을 발췌해 펼쳐보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 나만의 선호와 비선호의 원칙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원칙이 있어야 되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도 합니다. 명확한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모두 가능한 것이니까요.
- 이동진 평론가
이런 직업윤리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기에 스스로 습득하면서 어른으로 성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내 일에서 반드시 이것만큼은 꼭 지킨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원칙이 있으신가요?
직업윤리 있어야 할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나를 지키는 일이고 한편으로는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죠.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 가치를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결과 성향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대화 방식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사람과의 시간도 지치곤 하는데,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나의 가치관과 다르다면 그 시간이 헛 되다고 느끼기 쉽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행복을 느끼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불행을 느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윤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나만의 원칙 세 가지는 있는 편입니다.
소개하기 전에 저의 성향과 하는 일을 잠깐 언급하자면, 하나의 사안에 대해 생각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관심 있는 분야는 몰두해 알아내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에너지를 아끼는 편입니다. 그렇기엔 많은 것을 시기적으로 찍어 먹는 편이지만요. 하고 있는 일인 브랜딩과 전략은 개발과 관리까지 전방위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생각을 말을 함으로써 표현하고 설득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첫 번째,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않고 많이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정보와 시기에 계층이 있는 업이다 보니, 사소한 정보가 많아지면 일을 할 때나 의사결정 할 때에 편견이 생깁니다. 그래서 새롭게 론칭될만한 콘텐츠나 IP 외 곁다리 정보나 이슈에 대해 먼저 알거나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 되려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 편입니다.
'회사가 준비 중인 게 있는데 대외비다. 지금 공유해 드릴까요?'라고 물으신다면 '지금 몰라도 되면 나중에요'라고 말씀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그릇 안에서만 고민하고 싶습니다. 물론 정보는 도움이 될 때가 더 많지만, 제가 몰라도 되는 회사 일이라면 모르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회사 내에서 들은 새로운 정보든 누군가에 대한 에피소드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굳이 전달하지 않습니다.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며 스트레스 받는 의사결정 사항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때가 될 때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내용은 어느 시점에 그것을 접하느냐에 따라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바뀔 수 있어서 직책자가 되고 나서는 보다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물론 저도 사람이니 누군가의 말을 전하는 때가 있겠죠. 그런 경우는 보통 좋은 소식이나 에피소드를 전하는 경우인데요. 어떤 상황에도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이 말을 했다 전달했다는 걸 당사자한테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 그럴 때 이야기합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개인을 비방하지 않습니다. 부모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알려주셨던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첫 번째 교훈으로 많이 접해서 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비판이 필요할 때에는 그 자리에 타인이 있다면 당장 문제 삼지 않고 개인과 개인의 자리에서 언급합니다. 저도 그러길 바라고요.
더군다나 유머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해진 시간에 진지하게 소통해야 할 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가끔 본인이 화가나면 주체하지 못하고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예전에도 그랬다면서 이전 이야기를 이어서 하게되면 피드백이 아닌 비난으로 느껴집니다. 잘못을 한 가지만 했다면 한 가지만큼만 혼나면 되는 것인데, 거기에 무안함이 더해지면 피차 인격적 존중을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공감 받고 싶은 이는 모두 동일할테니 되도록 비슷한 기준으로 타인도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세 번째 원칙은 다소 쑥스럽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합니다.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는 성향이라 소위 말하는 뭉개고 넘어가는 것은 잘 못하는 편입니다. 윤리적 가치에 배반하는 의사결정이 아니라면 우선은 하고 나서 거절하는 편입니다.
제가 모르는 정보나 중요한 위계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은 선배를 믿고 업무를 진척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이 있다면 이야기하고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한편으로 저를 더 극한으로 몰아넣는 상황이 생긴다거나,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꼼짝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과 극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이 세 가지 원칙이 맞지 않을 때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쉽게 받았고 나의 커리어와 존재 이유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개선이 되지 않고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 가차 없이 그 조직을 떠났습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저의 방어기제를 윤리라고 표현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저를 잃지 않을 수 있던 기준점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세가지 기준이 아닌 그 외의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했고요.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 때,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덜 어질리 있겠는가.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내가 해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내가 해하는 것을 막지 못할까 걱정한다고 합니다.
어떤 직업 안에서도 내가 순간순간 해야 할 일이 갑옷을 만들거나 화살을 만드는 일일 수 있기 때문에, 일의 원칙이나 일이 놓여있는 맥락에서 중요함과 위치를 알고 이 일이 갑옷을 만드는 것인지 화살을 만드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저도 이와 연계해서 요즘 개발하고자 하는 네번째 원칙은 내가 기여하는 브랜드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지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인데요. 저의 일의 결과물로 영향받는 소비자의 연령대는 낮고 여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살아온 어른으로서 적절한 가치인지를 지속 판단하면서 되도록이면 이로운 일이길 바랍니다.
길게 보아야 하는 커리어 인생, 더 건강하고 멀리 가기 위해 이전의 발자취를 톺아보며 이런 원칙을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여러분을 지키고 그 일이 갑옷을 만드는 일이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요약
1. 직업윤리는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위한 나침반이다. 스스로 잃지 않게 하는 울타리이자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2. 내가 하는 일이 갑옷을 만드는 일인지 화살을 만드는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3. 거창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가치관이 원칙이 되어 나를 지키는 가치관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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