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커리어는 어디로 가야 하나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사이에서

by 린인

회사에서 ‘기획도 잘하고, 트렌드도 잘 읽고, 이를 발 빠르게 적용하기도 잘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이왕이면 잘하면 좋겠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시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없어요. 한 사람에게 세명의 몫을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작 자체를 어떻게 다 잘할지가 아니라, 어디를 깊게 파고들고 어느 방향으로 확장할까 가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흔히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또 켜켜이 쌓인 한 달이 일 년이 되고 여러 해가 지나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때가 옵니다.


리프레시 휴가는 호주였어요


깊이 있게 다이빙하는 사람, 스페셜리스트

업무시간으로 기준을 두어볼게요. 스페셜리스트는 대부분의 업무의 시간을 한 프로젝트나 한 분야에 쏟는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한 번 보고 넘어가는 디테일을 끝까지 붙잡고 그 사소한 간극을 알아채는 사람들, 쉽게 말해 전문가라고도 말하지요. 기술과 감각이 모두 필요한 직무에 해당합니다. BX디자이너, 퍼포먼스 마케터, 경영 전략 등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고 완성도에 집중하는 사람이죠.


커리어의 초반에는 이러한 스페셜리스트가 출발선이 남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여기서 꼭 필요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굵직한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에 초대되는 것 같고요. 저는 이런 분들을 다이버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깊이 있게 몰두하고 고민합니다.


하지만 깊이의 사람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완결하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시각이 필요하기 대문에 한 영역에서만 집중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가령 기술은 너무 좋은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주어진 일은 고민을 잘 해오는데 협력이 안 되는 케이스이죠. 생각보다 판을 바꾸지 않는다면 경력이 많은 시니어까지 기다리면서 그 기회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이죠.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하면 소위말해 '감을 잃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한 분야의 깊이를 지키되 변화에 닫힌 마음을 갖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고, 나의 가장 최고의 능력 외에 무엇을 개발할지 시선과 여유를 두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멜버른은 아기자기한 예술의 도시




넓게 펼치는 사람, 제너럴리스트

한편, 제너럴리스트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고 보는 사람입니다. 기획도 조금, 분석도 조금, 커뮤니케이션도 곧잘 하는 사람이죠. 마치 넓게 수영하는 사람 같습니다. 모든 것을 깊이 있게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강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해나갑니다. PM, AE 처럼 조율과 진척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죠.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아서 속도감 있게 프로젝트를 착수하거나 실행으로 만들어가기까지에 재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이 질문은 누구에게 답을 얻을 수 있을지, 어떤 흐름으로 전략을 짜서 완결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죠. 두루 잘 하면서도 이거 하나만큼은 최고의 강점이다!라고 하기엔 스스로 애매한 영역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넓게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제너럴리스트도 본인이 아무 강점이 없어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진득하게 붙잡고 고민하는건 아니라 내 지식이 부족해 보일 때도 있고요.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은 있는데 무엇하나 깊이 있게 몰두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제너럴리스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내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자신만의 기준점을 판단하고 아는 감각이 있습니다.


시드니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도시



나는 스페셜리스트? 제너럴리스트?

1년 3년 이렇게 비슷한 업무를 하다 보면 이 길이 맞을지 약간의 권태로움과 함께 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 봅니다.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몰입하나?'라고요. 하나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지식을 쌓고 이를 전파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모으고 함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지요.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몰입하나?



✔️ 나는 언제 몰입할까?

하나의 분야를 오래 파고드는 게 즐겁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배우고 시도하는 게 좋다

완벽하게 마무리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결하거나 브리핑할 때 에너지가 난다

깊은 디테일보다는 빠르게 방향을 맞추고 속도감 있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것을 알아야 내가 정한 기준, 내가 하고 싶은 포지션과 직책에서 성장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내가 더 나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근육이 필요합니다.




깊이와 넓이의 균형, T자형 인재

(T형 인간이 아니라) T자형 인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분야의 깊이를 가지고 동시에 옆으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요.


이러한 인재형은 모두 다 잘해야 한다는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기에 씁쓸한 마음도 들지만, 현실입니다. 자신의 특정 분야가 있지만 이걸 옆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작은 배를 타더라도 큰 노를 가지게 됩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T자형 인재가 얼만큼 스타플레이어로 나설 수 있는지는 다를 수 있지만

넓게 배우다가 내 분야를 정해 깊게 들어갔다가 다시 세상과 만나기

OR 깊게 배우다가 옆으로 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스페셜리스트든 제너럴리스트든 결국엔 시작이 다를 뿐 T 형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어떤 길 위에 있는지 알아차리고 어떤 속도로 나아가고 싶은지가 중요합니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더 나아가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결국 둘 다 해야하기 때문이죠. 단지 차이점은 어디서부터 커리어를 시작하는 가 정도일 것 같네요.


오늘도 저의 한 일화를 소개하면 이전에는 저는 선배들이 불러서 여러 프로젝트의 사소한 업무를 시키곤 했습니다. 잡무에 가까웠습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친구는 포트폴리오에 자기 이름도 올리고 여러 프로젝트에 직접 아이디어를 내었죠. 그 친구는 저보다도 먼저 승진을 했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처음 허무함과 박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민의 깊이도 깊어졌고요. 그 후로는 아예 제너럴리스트로서 강점을 높이고자 실행의 업무를 도맡아 했습니다. 그 친구는 MBA를 수료했습니다. 저는 직책자로 일을 하고 있고요. 5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래서 어쩌면 커리어의 본질은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의 역량에만 급급하기보다 '나를 잘 아는 일'이 중요하다 합니다.


오늘의 요약

1. 핵심은 ‘어떻게 다 잘할까’가 아니라 ‘어디를 깊게 파고들고, 어느 방향으로 확장할까’다
2. 전문성 안에서도 유연함을 유지하는 태도가 필요한 스페셜리스트
3. 변화에 강한 기준점이 있지만 몰입이 필요한 제너럴리스트
4. 나는 어디에 몰입하는 것을 즐기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결국 커리어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5. 어디서 시작하든 T자형으로 펼쳐 나가자 구분이 무의미 할 수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