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말
101은 아주 기초적인 입문과 개론의 의미도 있지만, 미팅에서 101은 One On One의 줄임말로서 일대일 대화를 뜻합니다. 업무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고, 커피 챗보다는 다소 무겁지만 온전히 공식적인 논의는 아닌 경우 혹은 업무 외적으로의 평소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근황토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 같이 회의는 여러 번 하더라도 단둘이서 마주 보고 앉아서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그 외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회사에서의 가벼운 담소가 아니기에 결과를 이끌어내거나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101은 회사에서 제도가 있다면 꼭 필요합니다. 내가 직책자라면 팀원들과 여러 번의 101을 통해서 업무 외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여러 면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팀원이라면 직책자와의 단순히 안부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관계와 성장이 발판이 될 수 있기도 합니다.
어제 저는 하루동안 5개의 101이 있었습니다. 팀원들과의 기대치 조율 미팅도 있었고, 유관부서 직책자 분과 업무상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보단 서로 팀 상황을 공유하고 가볍게 논의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참고하면 좋을만한 여러 상황을 설명 해 볼게요.
가장 먼저는
(1) 101에 참여하기 이전에 어떤 아젠다인지
(2) 내가 요청하는 것인지
(3) 요청을 받은 것인지 파악을 해봅니다.
이 101은 왜 하는거지?!
직책자-팀원 간의 업무적인 101은 '성과와 성장'을 체크하고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다만 여러 명이 있는 다수의 회의에서 하지 못할 만한 내밀한 이야기를 하거나, 업무 조정이나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 진행하기도 하지요. 한편 대등한 병렬적인 팀의 입장이라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이전에 여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가볍게 만남을 갖기도 합니다. 새롭게 진행해보고 싶은데 과거 경험은 어땠는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만한 정보들이 있었는지 등이요.
지금 상황에서는 전자인 직책자-팀원 간의 101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진행 상황 짧게 공유하기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 짧게 현황 공유와 보고를 합니다. 직책자가 모든 사소한 면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짧게 브리핑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경과에 대해서 공유합니다. 이때에는 최대한 팩트 위주로 되도록이면 객관적인 어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 열린 질문으로 피드백 구하기
하고 있는 일이 어려워서 조언을 받고 싶거나 혹은 불만을 이야기해야 할 때에는 현황을 쭉 늘어놓되 감정 섞인 하소연이나 해결책이 없는 불만이 아닌 톤앤매너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이런 상황인데 '여기서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혹은 '현재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어떤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을까요?'라는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 성장 방향 묻기
업무적인 조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상담을 하고 싶거나 내가 이 팀에서 다소 소외되거나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에서 겉돈다고 생각이 든다면 '앞으로 제가 키우면 좋을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성장을 하기 위한 방향성을 물어봅니다.
✘ 동료 뒷담화 금지
옆자리의 동료를 헐뜯거나 서로 불편한 이야기는 지금 당장 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에 대한 비판이 단순한 힐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힘들더라도 그 사람의 성향에 대해 탓하기보단 업무적인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팀장님이 101의 자리를 만들어서 '00님 잠시 커피 한잔 하실까요?' 할 경우에는 근황토크를 빙자한 기대치와 팀워크를 조율하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나에게 무언가 부탁을 하거나 개선을 요청하기 위함인데 이에 대한 논의를 다 같이 하거나, 메신저로 언급하기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영역일 테지요.
이럴 때에는 '저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수동적인 태도로 이야기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방어적으로 들리지 않게 표현하면서 오히려 오해를 푸는 기회로 삼아봅시다. '저는 이러한 성향인데, 이 부분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씀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의 이해의 간극을 줄여보는 것이죠.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면서 제가 더 도울일이 있을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혹은 좀 더 직설적으로 '제가 ㅁ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대하는 바가 있는지?'라고 기대치를 직접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서로 잘 풀어가는 태도를 보이고, 대화의 쿵-짝이 잘 맞게 된다면 이전보다 더 나은 환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다른 팀원 혹은 다른 팀의 가십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그리고 직책자 앞에서 회사 험담은 하지 않습니다. 앞에서는 다 듣고 계신 것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매니징을 하는 분들은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한 회사에 대한 욕을 하기보다는 개선되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을 조금은 덜어내고 이야기해 봅니다.
그리고 또 피해야 하는 것은 정치, 종교, 연애 등 과도하게 사적이거나 민감한 이야기도 하지 맙시다. 괜히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집니다. 대신에 가벼운 일상인 최근 즐겁게 본 책이나, 전시, 주말 활동 등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은 좋습니다. 더해서 회사 밖에서의 개인의 재테크와 투자 얘기는 가볍게 참고만 하는게 좋습니다.
101은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술입니다. 나의 직책자에게도 '어느 정도로 성장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어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나는 보다 안전지대를 만들어갈 수 있고 개인의 성향을 보여주면서 보다 신뢰감을 쌓아갈 수도 있지요. 이러한 사소한 신뢰가 켜켜히 쌓여 두터워지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맙다는 이야기에 인색한 경우도 있지만, 잘 표현하는 만큼 결국 되돌아옵니다. 솔직함과 배려의 균형을 잘 맞추어가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요약
1. 101 미팅은 성과와 성장, 기대치 조율, 신뢰 형성의 기회다
2. 업무 101에서는 현황 공유, 피드백 요청, 성장 방향에 대한 질문이 핵심. 동료 뒷담화는 금물이다
3. 커피챗 101를 통해서는 서로의 기대치를 확인한다. 방어적인 태도 보다는 기여 의지를 보이자
4. 근황토크 101은 가벼운 일상 공유까지만, 정치·종교·연애 같은 민감한 주제는 피하자
5. 101은 솔직함과 배려의 균형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는 자리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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