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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싶을 때 체크리스트

충동이 아니라 전략이 필요할 때

by 린인

저는 일요일 저녁이 되면 갑자기 퇴사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월요일에 출근해 버리면 마음이 더 편해지는데 왜 이렇게 출근하기가 싫은지 싶기도 하고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이게 짧은 시간 안에 바뀔 수 있는 일인지 나는 이곳이 맞는 곳인지 여러 번 되뇌고 곱씹어봅니다. 그 과정에서 저 자신에게 던져본 몇 가지 질문이 있어요.


퇴근길이 좀 더 지치는 날



1. 오늘 or 요즘 힘든 건 사건 때문인가? 패턴 때문인가?

직책자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할 수 있는데,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옆자리에 앉은 팀원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러한 같은 일이 3개월 이상 반복된다면 그건 나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구조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무언가 잘못된 패턴이 있는 것인지 파악해 보고, 구조적인 문제라면 나를 그 구조에 맞출지 아니면, 바꿔볼 수 있을지 혹은 아예 그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2. 휴식으로 해결될까?

체력이 곧 국력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체력이 좋아야 기분관리 감정관리도 쉬워집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요. 과로와 피로가 쌓이면 마음의 공간이 계속 좁아져서 나도 모르게 예민하게 생각하거나 과로와 피로로 충동적인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휴가 며칠 다녀오고 (+ 쓴 금액들을 살펴도 보고) 회사가 그리 밉지만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힘들었어도 내가 이 자리에 있게끔 휴가와 휴식의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몸의 피로를 마음의 불만으로 착각하기는 쉽습니다. 힘들면 일단 쉬어봅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3. 관계의 문제인가? 이곳이 아니라면 이런 문제는 없을까?

회사 안에서 사람과의 갈등은 구조적인 갈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R&R이 애매해서 되려 실무끼리 경쟁심이 조성이 된다거나, Grey Zone에 있는 일이 많으면 책임소재를 미루기 때문이죠. 일만 많은 것보다 사람 간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한 어려움이긴 하지만, 이곳이 아니라면 이런 문제가 아예 없을지도 생각해 봅니다.


사람 피해서 일을 바꾸다 보면 일도 사람도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갈등을 피하는 것도 좋지만 맞딱들이는게 나을 수도요. 속상하지만 이상한 사람이나 안 맞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ㅎㅎ)



4. 이 경험이 내 커리어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고민이 된다면 이 경험을 내 포트폴리오에 활용해 볼 수 있을까? 나의 경험 자산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보는 겁니다. 만약에 '네 맞아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버틸 이유가 생기게 됩니다.


단순히 고생으로만 남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합니다.


피어나도록



5. 숫자로 냉정하게 따져보기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모든 게 퇴사를 향하고 있다면 마지막으로는 숫자를 파악해 봅니다. 연봉, 복지, 생활비, 이직 후 예상 소득 등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감정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나가면 후회하겠다는 생각 혹은 준비가 더 필요하겠다는 결론이 들기도 합니다.


직책자로서의 성과 창출과 대표님 간 갈등이 어려워 퇴사를 선택하고 모아둔 쓰겠다고 선언했던 호기로웠던 저는 에너지는 얻었지만 적어지는 잔고에서 결국 내가 좋은 선택을 했는지 반문한 적이 있습니다. 숫자 뒤에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다분히 현실적인 감각 하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려보고 싶습니다.


균형과 조화 그리고 건강



6. Plan B는 준비되어 있는가?

포트폴리오와 이력서가 업데이트되어 있고, 마음속에 이직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가 있다면 충동을 준비로 바꿉니다. 하지만 아무 준비도 없다면 퇴사는 자유가 아니라 새로운 불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그만두면 후회할까, 아니면 6개월 더 다니면서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게 나을까?”


퇴사를 마음먹고도 다른 자리에 실제로 앉아있기 위해선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의 불만과 충동을 원동력으로 나의 경험을 데이터와 콘텐츠로 그리고 나만의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고 바꾸며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준비 없는 퇴사는 자유가 아니라 새로운 불안이기 때문이죠.




퇴사는 충동이 아니라 전략이어야, 그래야 기회가 생깁니다.



오늘의 요약

1. 오늘의 지침은 사건 때문인지, 반복되는 패턴 때문인지 구분한다
2. 몸이 힘들어 마음까지 지친 것일 수 있으니, 휴식으로 해결되는지도 살펴본다
3. 사람과의 갈등은 어디서나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피할지 맞설지 선택한다
4. 회사 경험이 내 커리어 자산이 될 수 있다면 조금 더 버틸 이유가 생긴다
5. 연봉·복지·생활비 등 숫자를 냉정하게 따져보며 현실을 점검한다
6. 자유가 불안이 되지 않으려면 Plan B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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