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and Life 아니고, Work in Life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저희 회사는 업무 강도가 좀 있는 편인데 괜찮으세요?'라고 질문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 업무 강도가 강해서 야근이 잦은 포지션이겠구나 하는 직감이 생깁니다.
첫 회사 때 선배는 인터뷰 때에 워라밸이 중요한 가치냐고하는 질문에 '괜찮습니다. 워크와 라이프는 밸런스가 아니라 라이프 안에 워크가 들어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워크의 영역을 키우고 싶습니다'라고 답변하셨다고 말씀하신 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꼰대라서 나 때는 다 그랬어가 아니라, 점점 일을 하다 보니 정말 일과 삶을 분리해서 여길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드는 거죠.
Work in Life
역설적이게도 노동과 삶의 밸런스는 구분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의 일이 필연적으로 일상과 여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회사에서 기쁜 일이 있었다면 일상에서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하고 축하의 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개인적으로 깊은 상념이 생겼다면 그건 일의 능률에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구요.
그렇다면 우리는 좋든 나쁘든 성취감부터 좌절감까지 모든 감정에서 일과 나를 완전히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반복적이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바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가 아니라 삶 안에 일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만의 직업윤리와 선택과 원칙과 연계해서 나만의 기준점과 가치관을 찾을 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나만의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렵더라도 생계와 보람의 적정 지점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게 나의 쓸모를 보일 것인가,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나의 삶을 윤택하기 위해 이 일을 어떻게 도구로서 활용할지 늘 고민하면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일을 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플정도로 참으면 안됩니다. 노동을 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기에는 어렵죠. 그러므로 나의 24시간 중에 일이 너무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거나, 몰두 에너지를 일에 모두 소진해 버려야 한다면 내가 그것이 즐거운지 괴로운지 생각해 봅니다.
즐겁다면 워커홀릭이고 괴롭다면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가령 일을 하는 내가 점점 더 아파오거나, 건강이 악화되어 지병이 생겼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마음으로 감내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몸이 받는 스트레스는 차이가 있습니다. '나 이 정도는 괜찮은데?'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신체적 변화가 생긴다면 그건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회사 구성원 분들 중에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호르몬에 이슈가 생겨서 갑작스럽게 휴직하고 오신다는데 마음이 참 안 좋았습니다.
우리 스스로 내가 나의 부모라고 생각하고 나를 귀하게 대해야 합니다.
신체적인 변화가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에 다시 돌아와 이야기해 봅니다.
워라밸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밸런스가 일의 시간인지, 업무 강도인지, 일의 효율성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게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혹은 퇴근 이후 절대 연락을 안하는 회사 분위기가 맞을 수도요.
업무 강도는 업의 특성과 나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강도를 줄여야 한다면, 결국 이동이 필요합니다.
일의 효율은 높일 수 있습니다. 일잘러가 되거나, 나의 일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죠.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하고, 답해보고, 시선을 자주 내 안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밸런스가 필요한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도 회사도 더 적절한 방향으로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할 때의 나의 상태, 그 기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준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진짜 밸런스입니다.
결국 밸런스는 시간을 나누는 기술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이 삶을 잠식하지 않게 하되,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이 있다면 그건 가치 있는 시간입니다. 퇴근 후의 삶 뿐만 아니라 일할 때에도 내 직업윤리와 맞고, 그 과정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진짜 워라밸입니다.
저는 골드미스가 되어 버릴 뻔한 일중독자가 된 적도 있었고, 다 벗어나서 도망간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밸런스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들였으니 그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만큼은 일을 합니다.
그래서 늘 거창하기 않게 되뇌는 것은 부담 갖지 않고 딱 1인분보다 나은 1.3인분을 내가 만족할 수 있게 완결 · 완성하는게 제 밸런스입니다.
여러분은요?
오늘의 요약
1. 일과 삶은 나뉘어 있지 않다. 라이프 안의 워크 (Life in Work)에 가깝다
2.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이기에 직업윤리와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결국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다
3. 아플 만큼 참는 건 미덕이 아니다. 일의 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4. 밸런스를 잡는다는 것은 업무 강도와 업무 효율, 업무 몰입 중 어디에 균형을 둘 것인가다
5. 나에게 자주 질문하고 시선을 내 안으로 가져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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