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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일 먼저, 그다음에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이 될 때

by 린인

퇴근하면서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한다니 가슴이 답답한 날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일을 하는 삶은 고통스럽습니다. 지난번 추천드린 이동진 평론가의 영상에서는 '일이 쉽고 재밌으면 누가 왜 돈을 주며 일을 시키겠냐'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꽤나 큰 위로가 됩니다.


이 불편함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위로하더라도, 불현듯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고민이 깊어지기도 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데,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는 혼돈의 시기도 존재합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나를 지지하는 나의 기둥 찾기



처음엔 잘하는 일 먼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은 나만의 적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매번 남들과 비슷하게 살라고, 정답을 맞히라고 강요받았지만 사회에 놓일 때에는 갑자기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욕망(desire)하는 것이 나의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자꾸 타인의 시선을 나에게 가져옵니다.


기둥이 있다면 또 벽이 있을 것이고


내가 '좋다, 하고 싶다, 욕망한다(desire)'로 여겼던 가치는 계속해서 가장 좋아하는 취향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취향이 나의 커리어가 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은 잘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겁니다. 내가 잘하는 일, 다시 말해 원래부터 잘했던 일이 나를 더 멀리 데려갈 수 있습니다. 인정과 칭찬이 따르니 그 성취감이 또 다른 자존감이자 버팀목이 되는 것이지요. 반복되는 성공경험이 일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년에서 5년 사이의 시기에는 '잘하는 일을 통해 좋아질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기'로 여겨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좀 더 특출 나게 역량이 있는 분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메일을 잘 쓰거나 눈 맞춤의 대화를 잘하는 경우도 있고,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검색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것을 잘할 수 있습니다. 혹은 회식자리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고요 모든 게 다 능력이지요.


그 와중에 창도 있겠지


흥미로운 몰입 & 불호를 커리어에 연결하기

그리고 흥미로운 분야나 산업에 대한 반가운 시선은 늘 준비해 두는 것이죠. 뉴스나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얻고 그 커뮤니티에 연계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내가 하는 하루 일과와 업무에서는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에 대한 방향성은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야 합니다.


1) 일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도 런칭했을 때의 기쁨이 있다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도 있고요. 2) 어떤 일은 순간순간 몰입이 너무 잘 되는데, 어떤 일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과 다르게 별다른 진척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3) 일은 어려워도 야근하면서 함께한 동료와의 전우애가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과정에서 내가 몰입을 하는지 파악해 보는 겁니다.


한편,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게 없어서 고민이 되기도 하죠. 저는 이럴 때 싫어하는 것을 소거법으로 지워가고 남은 것이 내 취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싫어지긴 해도, 싫어하는 것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람의 관계도 오래가기 위해선 서로의 방어기제를 알아야 한다는 것처럼 나와 맞지 않는 상황을 감내하는 것은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 때 혹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무엇에 끌리고 무엇에 도망가고 싶은지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구체적으로 양비의 관점에서 어떤 것에 더 무게를 실을 수 있을지를 단서를 판단해 보세요.


예를 들어

사람과 만날 때 유난히 에너지가 생긴다 vs 혼자 일하는 게 훨씬 좋고 방해받고 싶지 않다

숫자나 프로세스가 딱 떨어질 때 좋다 vs 내가 보는 숫자는 날짜밖에 없다

시각적으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다 vs 다른 사람이 만들어 둔 것에 의미 부여하는 게 좋다

이렇게요.


그리고 잘하는 일로 소위 말하는 밥벌이를 하고, 좋아하는 일로 나의 취향과 정체성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좋아한다고 모든 게 업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일은 생계이고 좋아하는 건 삶의 활력을 주는 에너지 요소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도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이것으로 제 생계가 될 정도의 필력은 아니기에 좋아하는 일로 두려고 합니다.


이렇게 색이 다양한데, 나도 다양하겠지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는 순간

하지만 놀랍게도 언젠가는 잘하는 일을 정말 잘하게 되면,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까지도 잘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면, 소소했던 점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선이 되는 것이지요.


나의 관심 분야를 지속해서 디깅(digging)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커리어의 길이나 기회가 생길 수 있고요. 명확하진 않더라도 이러한 환경에 있고 싶었다는 선호도를 결국 그 결과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이 그 접점을 선택하게 되니까요. 아주 단순하게는 사회 초년생 때에 업무지구에 있으면서도 사내식당이 있는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10년 뒤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는 무언가 하나를 잘하게 되면 그것은 성취의 원동력과 자신감이 되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할 수 있고요. 이 시각은 좋아하던 일을 잘하게 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죠.


혹은 잘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나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 수 있기도 합니다. 생계의 영역은 최소한의 노력 최고의 아웃풋을 꺼내고 그 외의 시간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어느 쪽을 좀 더 성장시킬 것인가'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도 사람마다 정말 기준이 다를 텐데요. 저는 취미로서 잘 즐겨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시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좋아하는 것을 잘 즐길 수 있는 거죠.


가끔은 흐르듯이


그러니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하다 보니 잘하게 되어도 정말 큰 축복이고 잘하는 게 없어 보여도 못하는 게 없으면 그것도 축복입니다. 나의 취향과 능력을 귀하게 대해주세요. 그러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요약

1. 사회생활 초반에는 잘하는 일로 시작하자. 나의 일의 성취감과 사회인으로서 효능감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2.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영역은 계속해서 잊지 말고 파악해 커리어와 연결한다
3.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는 순간은 언젠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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