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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쌤 Jul 11. 2019

엄마표 영어, 어떤 책으로 시작할까 _ 리더스북 편

영알못 딸이 2달 만에 원서 200권 읽기까지

아이가 3학년이 되고 영어 수업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막막했다. 유명하다는 엄마표 영어책을 몇 권 사다 읽어 보긴 했으나 방대한 자료에 무력해졌다. 엄마표 영어는 그 동안 내가 관심을 가져온 영어와 또 다른 세계였다. 영어랑 꽤 친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이런데, 영어랑 거리를 두고 산 다른 부모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영어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고 몇 번 갔던 적이 있다. 아이가 영어그림책에 관심을 가질까 싶어 책을 고르러 간건데, 책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냥 대충 몇 권 꺼내 보다가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는 걸 그때의 경험과 최근 엄마표 영어 책들을 보다가 새삼 깨달았다.  


리더스북의 대표주자 Oxford Reading Tree. 일명 ORT로 불린다.

더 미뤄져서는 안될 시기가 오자 일단 영어 도서관에 갔다. 어쨌든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쉬운 책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에 얇은 책들이 보이는 쪽으로 갔는데, 엄마표 영어책들에서 봤던 <ORT> (Oxford Reading Tree)가 눈에 띄었다. 아이가 8살때인가, 친하게 지냈던 아이 친구 엄마가 자기 아이에게 시켰던 영어 프로그램들을 이야기 해줬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가정 방문 교사가 <ORT>를 가지고 와서 수업하는 것이었다. 그 땐 전혀 정보가 없던 터라 <ORT>가 뭔지도 몰라서 그냥 흘려 들었는데, 엄마표 영어책을 읽다보니 빈번하게 등장하는 <ORT>를 인지하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 보니 눈에 띈 것이다. (역시 아는 만큼 눈에 보이는 게 맞다.) 그렇게 눈에 띈 <ORT> 중 가장 쉬운 책을 가지고 아이와 영어책 읽기를 시작했다.


<ORT>는 대표적인 리더스북이고 영어책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일정 수준의 한정 단어를 가지고 만든 리더스북(Reader’s Book), 리더스북에서 단행본으로 넘어가기 전 이야기를 몇 개의 장으로 나눈 챕터북(Chapter Book), 단행본(소설책 두께의 책들. 단행본으로 엮은 시리즈도 포함), 그리고 픽처북이라고도 불리는 그림책(책의 형태에 따라 보드북(Board book), 플랩북(Flap Book), 하드커버(Hard Cover) 등으로 나뉘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이다. 순서로 따지면 리더스북을 시작으로 챕터북을 거쳐 단행본에 이르는 것이고, 그림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사이사이에 함께 읽어 나갈 수 있다. 한글 그림책도 어떤 것은 몇 단어 없고 어떤 것은 글밥이 제법 많아서 읽기 독립을 이룬 아이도 중간중간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읽는 것처럼, 영어 그림책도 리더스북과 챕터북, 단행본 사이사이에 아이 수준에 맞는 것을 찾아 함께 읽어주면 된다. (문제는 수준에 맞는 것을 찾아준다는 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I Can Read> My very first 시리즈. 손바닥만한 귀여운 책이다.

<ORT>와 비슷한 리더스북들로는 <I Can Read>(An I Can Read로 불리기도 함), <Learn to Read>, <Ready to Read>등이 있다.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시리즈가 다를 수 있다. 일단은 리더스북 중 하나를 골라 시도해보고 아이의 반응을 본 다음,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면 다른 리더스북 시리즈를 접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는 부모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가,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일단 사고 보는건데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도 그게 내 아이에게 꼭 먹히지 않을 수 있다. <ORT> 전집만 해도 다 구비하려면 백만원이 넘는다. 큰 맘먹고 비싼 돈 들여 샀는데 아이가 안 읽는다면 그 앞에서 “그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갈 부모가 얼마나 될까. 들인 돈 생각에 화가 나서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는 순간, 아이는 삐끗해서 영어와 영원히 담을 쌓을 수도 있다. 요즘은 영어도서관이 아니더라도 도서관에 가 보면 엄마표 영어에서 추천하는 책들이 (조금이라도) 있다. 근처에 책을 빌릴 만한 도서관이 없다면 중고로 한두 권 사서 아이의 반응을 살핀 뒤에 사는 것도 늦지 않으니 먼저 전집을 새 책으로 지르고 보는 일은 피하길 바란다.  


전에 글에 썼듯이, 딸램은 <듀오링고> 통해 사이트 워드(Sight Word)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ORT 바로 시작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처음 영어책을 읽어주는 경우라면  <Sight Word Readers> 먼저 읽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듀오링고와 사이트 워드는 이전에  글인 <영어, 학습이 아닌 게임으로 시작!> https://brunch.co.kr/@urholy/5 이야기  두었다.) 리더스북 중에서 <ORT> <I Can Read>, <Learn to Read>, <Ready to Read> 수준이 약간씩 다른데, 상대적으로 ORT 제일 쉬운 수준에서 시작하고 <I Can Read>시리즈가 어려운 수준에서 시작한다. (리더스북 1-2단계를 정리한 표는 <영어, 10살에 시작해도 될까요?> 책에서 확인할  있습니다.)


1단계의 경우 처음에 <Sight Word Readers>를 읽고 ORT stage 1+를 거친 뒤 stage 2나 <Learn to Read> 1 또는 <Ready to Read> 시리즈를 읽으면 된다. 2단계에서는 <Learn to Read> level 2나 ORT stage 3 또는 <I Can Read> My Very First 중에서 시작하면 된다. 딸램의 경우는 ORT 4단계를 마치고 <I Can Read>의 'Little Critter'와 'Biscuit'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성별에 따라, 아이에 따라 성향이 다르니 책을 사거나 빌리기 전에 아이와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직접 책들을 보고 고르는 게 좋다. 책을 고를 때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면 일단 어느 정도는 책의 이름 정도는 눈에 익혀 두어야 하니 시간 날 때 목록을 확인하고 인터넷에서 책 이미지도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산책 가는 기분으로 아이와 책 고르러 도서관에 가는 게 영어책 읽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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