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 딸이 2달 만에 원서 200권 읽기까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슬슬 영어 노출을 시킬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전에 영어로만 된 만화를 틀었다가 아이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한글로 보여 달라고 시위했던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동요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상을 엄마표 영어책에선 '거부반응'이라고 하고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 노출을 하지 않은 많은 엄마들이 이런 현상을 겪기 때문에 영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노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날, TV를 잘 안 보던 내가 집에 설치된 IPTV 채널을 이리저리 틀어보다가 IPTV에 유튜브 채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거기에는 3세 아이들을 위한 영어만화를 모아놓은 콘텐츠가 있었다. 눌러보니 영국에서 만든 <POCOYO>라는 만화가 제일 먼저 나왔다. <Pocoyo>의 주인공들은 말을 못 하고 의성어 같은 소리만 조금 내는데, 대신 내레이터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대답하는 식으로 이야기에 대한 부연설명을 한다. '이거다!' 싶긴 했으나 너무 유치해서 볼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웬걸, 딸은 <POCOYO>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영어도 모르는 애가 재미를 느낄까 싶어서 어떤지 물어봤더니 "재미있다"며 계속 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Pocoyo>를 하루에 30분- 1시간 정도 매일 보기 시작하다가 지겨울 즈음 <Peppa Pig>를 알게 되어 또 한참 <Peppa pig>를 보았다. 둘 다 영국 영어라 발음이 무척 귀엽다. (미국인들은 영국식 발음을 우아하다고 생각하지만 난 귀엽다ㅎㅎ) 한참 유튜브로 만화를 보다가 IPTV에서 아이들 영어만화 VOD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VOD로 갈아탔다. 유튜브는 광고가 있어서 귀찮지만, VOD는 그런 것도 없고 하나 끝나면 다른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아이가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VOD에는 엄마표 영어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러나 나는 생판 처음 접했던) <Max & Ruby>, <Authur> , <Milly, Morry>, <Chalrie & Lola> 외에도, 디즈니주니어 채널에서 나오는 <Doc McStuffins>, <Mickey Mouse Club House> 등 한국어로 보았던 만화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영어만화의 보고였다.
딸은 디즈니 주니어 채널에서 한국어로 봤던 만화보다 처음 보는 만화들을 더 좋아했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그 만화들을 더 좋아하는 게 신기했다. 어쨌든, 처음엔 나도 딸 옆에서 같이 보았는데 보다 보면 나는 다른 걸 하거나 잠이 들 때도 많았는데 딸은 만화에 쏙 빠져들어 1시간이 넘게 볼 때도 많았다. 그렇게 6개월은 영어만화를 보면서 행복한(!) -딸은 만화를 보고 나는 나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러나 가능하면 딸 옆에서 있으면서 딸이 말을 걸면 반응해주는- 나날을 지냈다.
아쉽게도 IPTV 영어 VOD 서비스가 프로모션이었는지 유료로 전환되어 어쩔 수 없이 유튜브로 갔고, IPTV로 보던 VOD들을 찾아서 보았다. 처음엔 내용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을 때라 소리에 익숙해지라는 차원에서 한글자막으로도 많이 봤다. (잠o네에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게 한글자막으로 영상 보여주기인데!!! 그런데, 북유럽에 있을 때 거기 친구들이 다들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해서 방법을 물었더니 TV에서 다 자막처리해서 나온 영어영상 보고 자라서 그렇다고들 했다;;; )
그렇게 6개월간은 소리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영어 소리에 익숙해지면서 자막 없이 시청하는 것으로 (딸이 모르게!) 옮겨갔다. 학습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학교 다녀와서 쉬면서 1 시간 정도 영어만화를 보거나 다른 놀이나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보는 게 영어 노출의 전부였다. 그 후 신기한 일들이 많았는데, 그건 차차 쓰는 걸로!
동영상은 <Pocoyo>를 시작으로 - <Peppa Pig>를 보고 그다음에 <Max&Ruby>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Max & Ruby>에 익숙해지면 <Charlie & Lola>, <Milly, Molly>, <Authur> 등으로 넘어가는 걸 추천한다. <Charlie & Lola>, <Milly, Molly>, <Authur>는 대사도 많고 말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아이들마다 흥미를 느끼는 만화들이 다른데, 언급한 만화들을 기준 삼아 말의 속도나 대사의 양을 참고하여 자신의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만화를 찾아보면 될 것 같다. (수준별 만화 리스트는 <영어, 10살에 시작해도 될까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