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되는 자율신경 실조증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네요.
일단 호르몬 치료를 받고 몇 개월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도 불규칙적이긴 했지만 3달 넘게 생리를 하지 않은 적이 처음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검사했더니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자율신경 실조증 때문에 온몸의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지 어언 6개월째. 결국 호르몬 대사도 무너지고 말았다. 처음엔 수면, 그다음엔 소화, 그다음엔 희귀 알레르기, 그다음엔 건선, 그리고 다낭성 난소증후군까지.
와르르 - 감사일기 이후 겨우 다잡았던 마음이 한 번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건강한 사람이 느끼기엔 큰 질환이 아닐 수 있지만 온 몸이 무너지고 있던 나에게는 "삐빅- 건강이 조금 더 악화되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알림 같았다.
결과를 듣고 나오는 길에 참담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치료하고, 음식도 안 좋은 것은 철저히 제한하며 살았는데... 좋아지는 신호는 하나도 없고 이대로 계속 안 좋은 소식만 들려오네. 몸이 회복하는 능력을 다 잃었나 봐. 더 안 좋아지면 어떡하지?'
더 이상 자생하고 회복하지 못하는, 마치 수명을 다한듯한 몸뚱이를 팔로 감싸며 엄마와 친구와 남편에게 차례대로 전화를 걸었다. 나 스스로 마음을 진정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 방금 병원에 다녀왔는데요..." 소리 내어 울고 싶었는데 엄마가 더 마음 아파할까 봐 차마 울지 못하고 담담한 척했다. 그리곤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둑이 터지듯 눈물이 흘러나왔다.
한차례 쏟아낸 후 남편과 통화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이 솔깃한 소식을 들려주었다. "내 친구 지인 중 한 분이 폐암에 걸리셔서 모든 걸 포기하고 다 처분하고 농막으로 내려가셨대. 거기서 그냥 자연인처럼 사셨는데 3달 만에 완치가 되셨다는데? 여보도 정말 그런데 가야 하나? 홍성에 내려가 살아야 하나?"
충남 홍성은 우리 시댁이 있는 곳이었고, 은퇴하신 아버님과 어머님이 흙밖에 없는 황무지 땅에 고른 잔디와 싱그럽고 예쁜 꽃을 심어 펜션같이 아름답게 꾸며놓은 전원주택이 있는 곳이었다. 강아지와 고양이 한마리, 금붕어들이 유유히 헤엄쳐다니는 예쁜 정원이 있었다.
"나 진짜 가도되?" 나는 갑자기 그 제안이 솔깃하게 들렸다. 만약 내려가게 된다면 남편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나 혼자 내려가야 했었다. 결혼 2년 차, 멀리 계신 탓에 아직 몇 번 뵙지 못해 어색한 시부모님이 며느리가 가서 살겠다고 하면 대뜸 허락하실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더 이상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미 수없이 병원을 전전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였다.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어차피 여기서도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자연에 몸을 맡기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곧바로 남편과 나는 무작정 시부모님께 전화를 걸었고 아버님은 딱 한마디 하셨다. "맘대로 해라?" 그렇게 새내기 며느리인 나는 시댁인 홍성에 내려가기로 결정되었다. 결혼한 지 1년 6개월이 조금 넘은 어느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