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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니 Nov 01. 2022

시부모님이랑 셋이 살겠다고?

자율신경 실조증 치료기

그럼 남편도 없이 혼자 시댁에 내려가는 거야? 진짜 괜찮은 거야?
네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여유롭게 가져.
어.. 음... 그렇구나. 그렇게 됐구나.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시댁으로 내려가서 잠깐 요양한다고 말했더니 상당히 다양한 반응들이 돌아왔다. 60%는 걱정 유형, 30%는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이 보이는 유형, 9%는 조금 미심쩍지만 나를 신뢰하기에 믿어주는 유형.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내가 너무 아픈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 있다는 식의 조언도 있었다. 잠깐 본 것과 같이 사는 것은 다르다는 조언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시댁인데 거기서 요양이 되겠냐는 말도 들었다.


오직 단 1%만이 나의 결정에 "좋은 생각이다. 잘 결정했다. 가면 잘 지낼 것 같다."라고 진심으로 대답해주었다. 그 1%는 단연 엄마와 내가 시어머니와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들었던 한 언니, S였다.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 S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우연히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내가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듣더니 "되게 좋아 보인다."라고 얘기했었더랬다. 그래서 내가 시댁에 내려가서 요양을 한다고 했더니 '분명 잘 지낼 것 같다. 잘 쉬다 오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갑작스레 결정을 했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혹시 나를 귀찮아하실수도 있고,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픈 며느리를 보며 내심 혀를 차실 수도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다 나는 에너지도, 체력도 없는 주제에 맏며느리이자 유일한 며느리상은 어때야 하는지 혼자 정의하며, 아직 부족한 나를 탓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상태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자율신경 실조증은 머릿속에 딱 하나의 목표만을 떠오르게 했다. '회복'


덕분에 늘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머리는 단순해졌고, 어차피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내가 그동안 봐왔고 경험했던 시부모님의 모습을 믿기로 했다. 인생에서 드물게, 복잡한 생각 없이 내린 그 결정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그 당시에는 결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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