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 힘든 그대를 위해
모든 사고와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원래 사람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뇌는 일상생활이나 습관 등에 따라 활동하는 부위가 달라지며, 활동을 많이 하는 부위일수록 크게 발달한다. 평소 장단점을 많이 따지는 사람은 어쩌면 생각하는 뇌가 활성화돼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없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홋타 슈고(윤지나 옮김)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만약 우리가 새로운 기계를 샀는데 설명서는 하나도 보지 않고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더듬더듬 전원을 켜고, 그동안 쌓인 인생 짬밥으로 어떻게든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곤 "아~역시 인생은 템빨이야"라고 만족할 수도 있다. 그 기계의 가격에 포함된 고급 기능의 존재는 모르고 말이다.
아파보니 알겠다. 인간의 몸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인인 우리가 관심 갖지 않으면 쉽사리 다치거나 고통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라는 책을 읽고 나는 실소를 터트렸다. 나는 그동안 뇌를 1차원적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고도의 전두엽 인간이다. 전두엽이란 뇌의 앞쪽에 있는 부위로 기억력·사고력 등의 고등 행동을 관장해 생각하는 뇌라 불린다. 그렇다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생각이 많은 인간이었다. 그것도 너무 많이.
물건을 살 때도, 일을 할 때도, 미래를 생각할 때도,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도, 인간관계를 할 때마저도. 나는 전두엽을 싹싹 긁어 알뜰하게도 사용했다.
눈썹을 그릴 몇천 원짜리 아이브로우 하나를 사는데 30분 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야, 시간도 돈이야”라며 혀를 내둘렀다.
반대로 감수성은 오지게 풍부해서 적성검사를 하던 강점 검사를 하던 언제나 공감능력은 최대치로 나왔다.
기쁨, 슬픔, 분노, 불안을 섬세하게 느꼈기에 항상 내 내면은 롤러코스터였다.
하지만 많은 것을 고려하고 내린 결정이니 결코 후회는 없다는 점. 슬플 땐 많이 슬프지만 더 많은 걸 느끼고, 통찰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위안했다.
나름 합리적인 인간이라 생각했던 나는 깨달았다.
‘헛똑똑이’ 었다는 사실을.
뇌는 상세한 정보보다 적당량의 정보를 통해 본능적으로 좋은 판단을 내린다는 점,
쉬이 결단하고 일단 실행하는 것이 더 행복도가 높다는 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땐, 오히려 먼저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는 점,
인간관계에서 생각이 많을수록 이타성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정을 내릴 때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생각을 줄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는 오히려 전두엽을 써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라'는 것이었다.
이와 정 반대였던 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느라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고,
힘들거나 무례한 일을 당했을 때는 브레이크 없이 슬픔에 빠졌으며,
인간관계에서 한번 불편감을 느끼게 되면 더 이상 손해보지 않고 싶어 상당히 계산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이뿐이던가, 어떤 도전을 하기도 전에 완벽하게 결과를 내지 못할까 봐,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한마디로 그동안 나는 어찌어찌 뇌의 전원을 켜고 되는대로 기능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제야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책에서 본 ‘뇌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부위를 얼마큼 사용하느냐에 따라 더 발달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30년간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포기하지 마. 이전 것은 지나갔어. 이제라도 바뀔 수 있어.’라는 말로 들렸다. 그래서 나는 뇌의 고급 기능을 켜고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1. 가장 먼저 걱정을 버리고 일단 도전하기 시작했다.
영문 캘리그래피, 핸드 레터링을 배워 사장될 뻔했던 캘리그라피라는 재능을 살려보기로 했다. 또한 SNS에 나의 작품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캘리그라피를 상품화시켜 판매해보는 일을 시도해보았다. 디자이너였던 오빠와 함께 캘리그라피 로고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2. 어떤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싶을 때 ‘이런 걸 사도 될까? 그냥 더 아낄까.’라는 계산하는 생각을 내다 버렸다. 그저 ‘필요하면 사야지.’라고 생각을 일축해버렸다. 또한 물건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몇 개를 생각해놓고 고민하는 기간을 2일 이상 넘어가지 않게 했다.
3. 친구와 함께 40일 필사에 도전하며 그날그날의 기분과 소원을 글로 썼다.
4.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내가 해야 할 루틴을 만들어 그대로 실천해봤다.
5. 이유 없이 그냥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연락의 빈도를 계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봤다.
이 중에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이라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도전하다 실패하면 수치만 남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훨씬 많았다.
나의 재능에 정당한 값을 받는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었고 나의 재능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했다. 이 도전이 끝까지 완벽한 결과를 내지 않아도 크게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작은 도전의 결과로 지금 나는 생각지 못하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이름 모를 독자분들에게 위로받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또한 생각할 요소를 줄이니 머릿속이 잠잠해져 짜증이 많이 줄고 일상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안한 감정을 글로 쓰니 이전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고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덜 계산적으로 행동할수록 오히려 자유롭고 가벼워지는 것은 나였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제껏 손해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했던 생각들이 오히려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머리는 비우고 움직이며 마음을 열 때,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들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나는 이제야 인생이라는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법을 아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앞선 생각은 멈추고 그저 인생이 주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적응하며 소소한 평안을 느끼고 있다. 지금이 비록 나에겐 내리막길이어도 괜찮다. 이 또한 누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올라갈 것을 이제는 안다.
이 모든 것을 겪어내고 먼 훗날 나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애니메이션 심슨'에 나온 대사처럼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