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치유한 운동 3단계

아무 이유 없이 전 계속 달렸죠

by 찬란
뛰어, 포레스트! 뛰어!!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는 견딜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그저 달리기 시작한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달린다.


달리기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주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하며,

삶의 고비를 넘는 수단이 된다.



“아무 이유 없이 전 계속 달렸죠.
난 가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 뛰었는데,
그게 삶의 기회가 될 줄은 몰랐어요.“


나도 그랬다.

내 마음을 다잡고

조금씩 강해지기 위해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나를 덮친 사건 직후,

형사고소가 막 시작되던 그 시기엔

몸과 마음이 엉망이었다.


숨쉬는 것도 버거웠다.

운동은 사치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침대에 누운 채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하루 열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힘들 때가 있었다.


일어나면 현기증이 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벽을 짚고 버텼다.

운동이 웬말인가.



그래서 이렇게 정했다.


그저 몸을 조금씩 움직여보자


돌이켜 보면,

운동은 내 회복을 3단계로 이끌어줬다.



1단계: 일어나, 걷기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을 무작정, 천천히 걷는다.


스피커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그냥 열걸음씩, 열걸음씩 걷는다.


버리거나 치우고 싶은 것이 있어도 눈 질끈 감고

그저 걷기만 했다.

그러다가 힘들면, 다시 눕는다.


어제 열 걸음, 오늘 스무 걸음, 내일 서른 걸음

걸음수가 조금씩 늘어가면서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도 생긴다.



2단계: 러닝머신 위의 은둔 운동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았다.

사람을 마주치기 싫었다.

누구와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사람 목소리가 싫어서

음악도 보컬 없는 피아노곡을 들었다.

사실 극초기엔 음악 들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기계처럼 움직였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고,

이어폰을 꽂고,

기계처럼 헬스장으로 간다.


러닝머신 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영상을 보거나

무한도전 오분순삭 같은 즐거운 영상을 보거나

분노를 대리 발산해 주는 것 같은

래퍼들의 음악을 듣기도 했다.


작은 러닝머신 위 공간이,

거대한 나만의 세계가 되었다.


달릴 힘은 없었다.

그저 인클라인 각도를 높이고 천천히 걷기.


어제 십분, 오늘 이십분, 내일 삼십분.

두어 달쯤 지나,

땀범벅이 된 채 한시간째 걷고 있는 나를 봤다.


이젠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아, 이제..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됐구나.



3단계: 산책, 그리고 자전거


은둔 운동을 끝내고

이제는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용기가 조금 필요했다.


누가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말을 걸면 어떡하지?

누가 나를 보고 수군거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그냥 걷는다.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어제는 동네 이마트를 찍고 공원에 갔다가 오기.

오늘은 스타필드 안에서만 만 보 걷기.

내일은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를 구석구석 돌아보기.

모레는 정처없이 동네 고양이 가는 데로 따라가보기.


좋았던 코스는 며칠씩 이어서 걷는다.

’밖에서 걷는 나‘가 익숙해진다.


조금 더 용기가 생기면

따릉이를 타고 자전거도 도전해본다.


생활반경이 넓어진다.

햇살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서울의 자전거 도로를 달린다.

이렇게 많은 자전거길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 불현듯

내 자전거를 한 번 장만할까 하고

쿠팡과 당근마켓을 뒤지는 나를 발견한다.


그때, 문득 느끼게 된다.


아, 나 조금 더 좋아졌구나.


아주 괜찮지는 않아도,

살아지는구나.


그 순간,

마음 한가운데 작고 단단한 기분이 찾아온다.


기분 괜찮다.


그냥 걷다 보면

조금씩 강해지더라.

웃는 날도, 곧 찾아오더라.






*제 이야기를 담은 연재 브런치북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용기 내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https://brunch.co.kr/brunchbook/chanranfromyou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하는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 정승우]


인스타에서 알게 된 작가님의 책.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해 치유와 회복을 이뤄내는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광고 X)


keyword
이전 08화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내가 옆에 있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