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네 산소 호흡기를 떼 줄게. 편히 잠들어.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한 여성 복서와 상처를 안고 사는 코치의 이야기다.
가난한 식당 종업원이었던 매기(힐러리 스웽크)는
늦은 나이에 권투를 시작해 끝내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지만,
결정적인 경기에서 당한 반칙 한 방으로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된다.
움직일 수도, 싸울 수도 없게 된 매기는
끝내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더 이상 싸울 힘이 없고, 이젠 싸울 이유도 없다고.
부탁이에요, 이렇게 가게 해줘요.
매기의 그 단단한 모습은
죽고 싶다는 말이 단지 절망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존엄과 애정으로 가득한 선택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진다. 이것이 영화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어느 새 프랭키와 같이 그녀의 침상 옆에 서 있다.
나는 매기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
당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을 그냥 두지 말아요.
그 세상을 아주 시원하게 짓밟고,
뭐라도 좀, 맘껏, 실컷 해보고,
우리 같이 깔깔 웃어봐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무언가를 끝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고통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아무도 몰랐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막막하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을 때.
앞이 보이지 않고,
거대한 무력감이 나를 짓눌렀을 때.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죽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죽을 듯 힘들었던 기억들도
바쁘고 즐겁게 살다보면 어느 새 휘발되어
찌꺼기는 남아 있을지언정
나에게 더 이상 그 생각을 유도할 수 없었다.
그 찌꺼기들조차 귀여워지는 날이 오게 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때로는 살고 싶은 감정의 다른 얼굴이었다.
그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비난하지도 말고,
그저 들어주고, 또 들어주고 싶다고.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일들이 나에게 찾아오기도 한다고.
조금만 있으면 찾아온다고.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누군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지금 하고 있다면
꼭 얘기해 주고 싶다.
“그 마음, 나도 알아요.
나도 알아요.
그 마음 틀리지 않았어요.
다만, 내 얘기 잠깐만 들어줘요.
당신은 지금 살아 있고,
그것만으로도
정말로 대단한 거라는 걸 알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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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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