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허세도 괜찮아, 사랑스러워.

깡이 대단하네, 나 안 무서워?

by 찬란
깡이 대단하네, 나 안 무서워?





영화 <첨밀밀>에서,

이요(장만옥)는 큰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홍콩으로 일하러 왔다.


그러나 그녀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악착같이 모은 돈을 투자 실패로 몽땅 날리고,

다시 맨주먹으로, 안마소에서 일하는 신세가 된다.


어떤 위로도 희망도 없는 하루하루.

그녀는 조폭 손님 ‘표형’을 맞닥뜨린다.


그는 그녀를 하대하고 무시하려 들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안되겠네요. 다른 안마사 부르세요.


그 순간, 표형이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되묻는다.


“깡이 대단하네. 나 안 무서워?”


나는 그 장면을 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들이민 ’당당한 허세‘를 좋아한다.


그녀도 사실은 두려웠을 것이다.

돈도, 사회적 지위도 모두 사라진 지금

거친 조폭이 무례하게 굴고 있는데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일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 당당한 한 마디,

그 허세는 결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했고,

심지어 표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른 얘기지만 나 표형 캐릭터 너무 좋아한다.

너무 너무 좋아한다.)


나도 그랬다.

내가 길고 긴 터널에 있었을 때,

또는 그 터널을 지나서

내 사건을 조심히 꺼내놓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지인들은 물었다.



“어떻게, 괜찮아?”
“힘들지 않아?”


나는 웃으며 대답하곤 했다.



“뭐, 내가 이겼잖아요.”
“별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허세 섞인 강한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사실은,

정말 무서웠다.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회사를 상대로 버티는 동안.


새벽마다 깨어 두려움에 숨을 골랐던 날들.



그러나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나는 있는 척, 괜찮은 척, 강한 척을 했다.




지금은 안다.


그 허세 속에서도 진심이 있었다는 걸,

허세는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나를 지켜준 감정의 갑옷이었다.



그렇게 허세를 부리던 나도 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떨고 있던 나도 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 요즘도 허세 좀 부린다.


브런치에 “단 한 명 만을 위한 글을 쓴다”고 해놓고

구독자 수가 늘 때마다,

댓글이 달릴 때마다,

라이킷 알림이 울릴 때마다,

춤을 추고 배시시 웃는다.

(알림이 뜰 때마다 속으로 감사 인사도 한다.)


친구가 “너 참 단단해 보인다.” 할 때

“응 나 좀 강하잖아, 안 흔들려.” 해놓곤

자기 전 이불킥한다.

강한 척 한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다.


그러니까 지금 누군가가

사실은 힘들지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거, 허세여도 괜찮아요.


그리고 사실, 꽤 사랑스러워요.







*제 이야기를 담은 연재 브런치북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용기 내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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