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순이 받았던 도움의 손길. 제도와 시스템을 알아보자

같이 가라 같이가 같이 가면 백리길도 십리 된다.

by 찬란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리 길도 십리 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아이유)은 천애고아로 어렵게 컸다.

하지만 관식(박보검)을 만나 알콩달콩 잘 살았다…

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생의 시련을 겪게 된다.


초췌하고 수척해진 채로

며칠을 보내던 애순.

그러다 애순은 동네 사람들이 조용히 두고 간

도움의 손길을 발견하게 된다.

이 무심한 듯 따뜻한 듯한

“한 마을의 도움“이,

그녀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리길도 십리 된다.“



나를 파도처럼 덮친 사건 이후,

가장 외로웠던 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혼란감이었다.


신고는 하긴 했지만

그 다음엔 누가 나를 도와주는지,

어디에 기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이 있었다.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한 것이었다.

왜 “안전망”이겠는가,

추락하는 누군가를 받아 구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범죄 피해자를 위한

여러 제도적 보호와 지원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다만,

누군가 먼저 “이런 게 있어요”라고

제때 알려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사실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이보다 더 많다.

하지만 나는 내가 실제로 받았거나, 권유받았거나,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했던 도움만 공유하고자 한다.


혹시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안내표가 되기를 바란다.




1. 검찰에서 ‘피해자 심리상담비’를 지원한다.



형사 절차가 시작되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검찰청 피해자지원실을 통해

심리상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정된 상담센터와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고,

이미 다닌 상담기관의 비용을

사후 정산 형식으로 지원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 역시,

길고 긴 터널과 같이 괴로운 시간을 견딜 때,

검찰을 통해 전문 심리상담센터와 연결되었고,

비용 걱정 없이

마음의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상담은 단지 감정을 털어놓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복구 작업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2. 경찰·검찰 조사 시 ‘분리조치’ 요청이 가능하다.



가장 끔찍했던 공포는

가해자와 직접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회사 사내 징계위원회에 참석했을 때,

가해자가 진술하는 동안

그가 못 들어오는 유일한 공간인

여자화장실에 숨어

덜덜 떨며 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형사 수사에서는 다르다.


피해자는 분리 요청이 가능하다.

(이를 모르는 피해자도 의외로 많았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 조사실을 다르게 배정하거나,

- 시간대를 분리하거나,

- 증인신문 시 ‘가림막’을 설치해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건 호의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수사기관에서 먼저 당연히 챙겨 주시리라 믿지만,

혹 그렇지 않았다면 반드시 요청했으면 한다.


“가해자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분리조치 또는 가림막 설치를 요청합니다.”


이 한마디로

당신의 진술이 훨씬 덜 위협적인 환경에서 이뤄진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분리될 권리가 있다.


애순이가

아들을 감옥 보낸 철용이 엄마를 찾아갔을 때,

동네 아지매들이 기꺼이 동행했듯이..

생각보다 제도와 시스템은 억울한 이를 돕고자 한다.

그게 맞기 때문에.



3. 국선변호사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는 형사절차 국선변호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변호사는 피해자의 법적 입장을 대변하고

당신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어준다.


수사기관에

“국선변호사 지원을 요청합니다”

라고 말하면,

담당자가 절차를 진행해 준다.




4. 주거 및 기타 지원도 가능하다.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임시 숙소를 제공하며

보복 우려로 인해 거주지를 이전하는 경우,

이사비를 일부 보조해주기도 한다.


내 재판에는 해당하지 못했지만,

2023년 7월부터, 검찰청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에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범죄의 피해자에게 진술 의사를 확인하고

진술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보호해 주겠다는것이다.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서 표준 양식’을 제공해,

피해자의 진술권 행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즉, 직접적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보복 위협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양식을 통해

진술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이제 형사 절차에서 조금씩 더 반영되고 있다.

이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나도 한 거 하나 있다.

자랑 한 번만 하고 가겠다.

나는 제도와 시스템 개선을 하기 위해 노력하여,

가해자의 기습공탁을 방지하는 법 발의에

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21화, “법무부장관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이 왔다.“

를 참조해 주시라.

(나의 글 중 가장 조회수도, 응원도 많이 받았다.)


https://brunch.co.kr/@laylagrace/21




결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이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억울한 지경에 처해 있다면,


이것은 혼자서만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다.

국가와 제도는 당신을 돕기 위해 존재하고,

이미 작동하는 시스템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신고를 했다면,

이제는 도움을 받을 차례다.


피해자는 살아남은 사람이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애순이가 괴로움에 잠 못 이룰 때,

동네 사람들은 말없이 음식을 놓고 갔다.

피해자가 고통 받을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나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

생각지도 못한 공적 기관에서 도움을 받았다.

법무부였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버티게 한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얼마든지 더 버틸 수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같이 가면, 백리길이 십리 된다.





[주요 지원 기관 및 연락처]

법무부 인권구조과: 02-2110-3263

검찰청 피해자지원실: 1577-2584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실: 02-3150-2335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1577-1295

여성긴급전화: 1366







*제 이야기를 담은 연재 브런치북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용기 내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https://brunch.co.kr/brunchbook/chanranfrom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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