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들의 선의가 나를 웃게 했다.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by 찬란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 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삶에 지친 이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이야기다. 구씨(손석구)는 염미정(김지원)에게 낯선 이였다. (구씨의 이름 석자는 드라마 마지막 회가 가까워서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작고 조용한 낯선 이의 선의는, 결국 미정을 회복시키게 된다.





구씨, 낯선 이. 그는 어떻게 미정을 회복시켰나.



“너, 얼굴이 말이 아니야.”


누구나 다 그러하듯,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에도 웃음은 피어난다.


어떤 시련은 떡볶이 한 접시로도 괜찮아지고,

어떤 시련은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밀려온다.


내게 그랬다.

인생의 시련을 겪고, 해결해 나가는 그 기간은

마치 세상이 무너지고, 내가 그 안에 익사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처음엔 사건을 견디고,
그리곤 분노에 잠기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추슬렀다.


그런데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웃는 순간이 있었다.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했고,

뜻밖에 박장대소를하기도 했다.


그 웃음을 건넨 사람들은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분들이었다.



1. 퀵서비스 기사님


가해자가 재판 일주일 전 기습 공탁금을 걸었다.

감형을 노린 작전이었다.

나는 엄벌 탄원서를 썼다.

법원에 들고 가서 제출을 해야 했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도저히 외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퀵서비스를 불렀다.

낯선 이의 얼굴도 볼 수 없는 상태였던 나는

우리집 대문 앞에 놓여져 있는 봉투를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했다.

봉투에는 큼직하게 ‘엄벌탄원서’라 적혀 있었다.


한 시간쯤 뒤, 기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중요한 서류 같아서요. 정확히 전달했는지 확인차 연락 드립니다.”


기사님은 조심스럽게 전화로 나에게 확인하고,

접수까지 마쳐 주셨다.

퀵비에 수고비로 더 드리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수고비는 안 받겠다,쿨하게 답하시곤 전화를 거셨다.


“접수 잘 완료 했습니다. 그… 파이팅 하세요.”


그렇게 그분과 나와의 인연은 끝났다.


하지만 그분의 그 날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2. 검사실 직원분


내 사건을 기소한 검사님, 그분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오직 이름 석자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힘든 직업이겠다 싶다.

그분들에게는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업무의 일환이었겠으나,

각 사건들은 모두

사건 관계자들의 인생이 걸려 있는 송사였다.

모두가 절박하고 모두가 탄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판결 - 벌금형으로 낮춰진 결과를

받아 든 날이었다.

법원은 형량을 징역 1년에서 벌금형으로 낮췄다.

판결문을 읽는 내내 나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고,

검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분은 젊은 남성분이었고,

지금도 그분의 이름도 얼굴도 나는 모른다.


전화를 받은 그 직원분은,

나의 삼십 분 넘는 흐느낌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비논리적인 말투, 울먹이는 목소리, 억울함이 뒤섞인 통화였다.

왜 도대체 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공탁이 양형사유가 되느냐는

나의 말에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그분은 생면부지 나에게 약속했다.


“피해자님의 목소리를 반드시 검사님께 전달하겠습니다.”


며칠 뒤, 검찰은 항소를 결정했다.

항소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내 목소리가 닿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분의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지만

나는 그 따뜻한 공감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3. 힘든 일을 이겨낸 유튜버, 작가



한때는,

“자기 일만 잘하면 인생은 잘 풀린다.” 믿었다.

하지만 시련을 겪으며,

세상에는

누구나 견디는 고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혼을 한 이도 있었고, 투병을 한 이도 있었다.

직장내 괴롭힘, 선천적 불편함, 거액의 사기 피해, 학교 폭력…

고통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우리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유튜브로, 누군가는 글로 자신의 고통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힘든 일을 이겨낸 이들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말했다.


“너도 멋지게 극복해 낼 수 있어.”
“너도 저렇게 찬란해 질 수 있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내 하루를 밝혀주었다.


그렇다면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면,

하루의 끝자락에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담은 연재 브런치북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용기 내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https://brunch.co.kr/brunchbook/chanranfrom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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