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 3차원으로 바라보기; 너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스며드는 자리"

by 그리울너머


빙 둘러 돌아간 골목에 바람이 지나간 자리,

하루의 무게가 고스란히 얹힌다.

무게에 짓눌려 힘겹게 빙빙 돌다 결국 혼자가 된 자리. 집 앞,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노랗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다가, 하늘의 끝자락에 스미는 하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단번에 스미는 하늘은 아쉽다. 힘겹게 보낸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가도 끄트머리에선 조금은 천천히 지나갔으면,


찬바람이 부니까 이제야 알았다.



꺼진 불빛 사이로 바람에 부대끼는 모래 한 톨에 집중해 보다가, 그렇게 돌아가야 할 시간을 빙 둘러보다가.

끈질기게 쫓아오던 여름도 보내고, 아득해지는 별빛을 바라볼 때 가을이 왔음을 알았다. 어느 하루에 내린 비는, 계절 때문에 묘연한 내 행방을 찾는 것이라고 해보았다. 흩날리는 모래알이 마냥 신기했다. 때로는 별거 아닌 일에 미동조차 하지 않을 때가 있지, 그저 "내 머리가 둔해서 그렇겠지." 넘겨짚었다. 그래서, 머리로 되새김질하여 찾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나간 시간을 보내고, 뻣뻣해진 내 감정을 빌려 술잔 앞에 앉았다.


오늘 하루 보내고, 남아 있는 온기를 꾸깃꾸깃 집어넣으며 뭉텅해진 이불을 끌어안아 혼자 속삭였다.

벌써 하루가 이만큼 지났다. 지나간 하루는 그렇게 묻어두기를. 꿈이라도 좋았을 만큼 고단했던 하루를 감싸 안으며, 벌써 자야 할 시간이구나.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이제는 돌아서야겠다.







지나가는 시간을 놓치고 있을 때

돌아보면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더라.







‘해 질 녘 즈음이었나.’

혼자 벤치에 앉아 사소한 미동에 집중할 때가 있었지.

저기 너머 숨는 해를 뒤로 한 채 무슨 걱정이 많았는지,

전등에 전구가 방전되는 것처럼 서서히 어둠이 드리울 때,

그제야 약간 쌀쌀해지는 날씨를 느끼며 시간이 이만치 흘렀구나.

깨달을 때가 있었지.

시간이 지난 만큼 고민을 떨쳐보려 타협점을 찾아보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석연치 못한 마음으로 자리를 나서지만.

아직 그 자리에 나마 모래 한 톨 움직임이 저렇게도 신기한지 멍하니 쳐다보았지.

별것 아닌 거에 발목 잡혀 있는 모습에,

계절 때문에 날씨 때문에 묘연한 내 행방을 찾는 것이라고 해보았지만.

나는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도 않았다.

그래서,

머리로 되새김질하여 찾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온기 남아있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벌써 자야 할 시간이구나 했지.

그날의 이부자리처럼.

힘껏 당신을 포옹하는 것처럼.

뻣뻣한 내 감정들을 구겨 넣었다.

이불을 끌어안으며 혼자 속삭였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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