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어둠이 드리우는 시간은 그날에 교차하는 감정에 따라 다를것 같습니다. 당신은 짧은 시간이면 충분 할 까요? 기다림과 이별, 채움과 비움,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시간 처럼 블타바강 위의 색은 머물지 않고 변해만 갑니다.
온기를 품고 전력 질주 했던 3분은 닿을 듯 말 듯한 감정을 품었고, 걸음을 내디뎌도, 결국 '빈 방'은 남아 있습니다. 비로소 닿았을 때 가까웠던 3분은 짧고도 길었으며, 이별 후의 3년은 길고도 짧았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충분 한가요?
3분의 시간은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 그러면서도 그 기다림은 너무도 짧았지.
고향집에 다녀오면 가끔 설거지가 귀찮았는지 같이 밥 먹자며 나를 초대했다.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데 뭐 하고 있냐는 내가 귀찮기도 했겠지만 이것저것 꺼내놓은 상차림은 심심치 않은 배려다. 어머님이 해주셨다며 전자레인지에 해동하여 내놓은 국도, 김치도 맛있었겠지만, 우리의 메인 요리인 3분 요리는 그 맛 자체였다. 3분 시간을 기다리며 분주했지만, 전자레인지 앞에 발만 동동. 3분이면 제육덮밥도, 카레도, 짜장도, 그렇게 전자레인지 앞에 나란히 멍하니 서있다 보면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겠지. 너는 그렇다, 집에서 간단히 차려먹을 때면 라면이나 그런 3분 요리를 자주 먹었지.
나는 그 시간이 야속하게도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으련만.
가끔은, 해장국으로 순댓국 밥을 먹자는 말에 아직 해장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란히 방바닥에 누어 국밥을 기다리고, 새근새근 숨소리에 앳된 표정. 어느 배달음식이나 그렇듯, “좀 전에 출발했어요.”를 확인해야 이제 오나 보다 했겠지만, 함께하는 기다림은 언제나 짧았다.
함께 하고 싶었던 시간이 많았던 만큼.
3분 요리는 언제나 그렇듯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
그렇게 핑계를 대었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전력 질주’
더 이상 숨이 트이지 않을 정도로 달렸다.
‘몇 분을 달렸을까’
짧은 호흡에 피가 발에 닿지 않을 것만 같았다.
‘촉촉이 흐르는 방울’
새벽이슬인지, 눈가에 앉은 땀방울인지.
‘정신이 없다’
그렇게 헐떡이고 나니 익숙했던 그 자리.
‘딱히 중요하진 않다’
당신의 집 앞일까, 당신과 함께 걸었던 그 자리일까.
‘불 꺼진 방안’
전화를 걸어 보려고 했지만, 잡히지 않는 휴대폰은 어디 책상에 두었겠지.
‘하지만 중요하진 않다’
문이라도 두드려 보고 싶었지만 별 볼 일 없는 일인 걸.
‘아무도 살지 않는 방’
‘빈 방’
정들었던 방을 대충 치우고, 누군가 지내올 텅 빈 방구석 한편에 내 모습인지 누구 모습인지 우두커니 처음의 나와 마주 서 인사하고, 쓸쓸한 미련을 두었다.
3분 남짓 전력 질주하고 나면 닿았던 그 자리인데, 이제는 3시간 남짓.
내가 떠난 것인지, 당신이 떠난 것인지, 3분의 시간이 3시간, 3일 그리고 3년.
점점 더 멀리, ‘전력질주’.
풀에 지쳐 천천히 지나가기를.
‘아무도 살지 않는 방’
‘빈 방’
“안녕, 당신”
시간이 지나면 혼자가 익숙할 줄 알았는데, 친구도 만나고, 일에도 매진해보고, 이 사람, 저 사람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 보고, 그러다가도 집에 돌아오는 길 혼자인 나는, 혼자인 게, 혼자가 아닌가 싶다가도, 알지 모를 정체성의 혼란을 울고 쓰다듬었다.
영화를 배우에게 몰입하면서 보다가 문득 영화 대사처럼, 잊을만 하면 찾아왔다.
“어떻게 잊냐, 버스만 타면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 中>
사실, 처음 서울을 올라와 처음 알게 된 사람도, 글을 쓰게 되면서 알게 된 사람도, 3년이란 시간 동안 잊을만 하면 찾아왔다. 세상에 많은 너를 마주 하지만, 석양과 일출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이와 비슷한 개념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너를 마주하는건 기쁘다.
굳이 이유를 찾아 보면, 혼자 걸어 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 또 삭막한 출근길은 여기저기 웃음 짓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까, 그래서 기쁘다고 핑계를 대었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보고 ‘그리움을 삼키는’ 시간 3초,
배가 고파서 ‘기다림을 데우는’ 시간 3분,
집 앞에 나가 ‘추억을 거니는’ 시간 30분,
누군가를 만나 ‘익숙해지는’ 시간 3시간.)
시간이 지나면 혼자가 익숙할 알았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빈방에 누워있는 지금이 더욱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혼자서도 해야 할 일이 무지하게도 많거든.
배가 고파서 라면을 먹거나 간단히 때우는 것보다도, 집 근처에서 짬뽕 하나 시키지 뭐.
혼자 하는 기다림은 언제나 길었고,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던 만큼 3분 요리는 언제나 그렇듯 충분히 고립될 수 있는 시간.
시간이 지나면 혼자가 익숙할 줄 알았다고,
그렇게 핑계를 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