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처럼 다시 돌아올 너에게"
요즘엔 첫 만남을 카페에서 가진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만나지 않았다. 그저 우연처럼 스치고, 다시 마주치고, 몇 번을 반복했다.
뒤돌아볼 엄두조차 보지도 못 한채 하염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는데, 쉬운 인사 한 번이 어려웠는지 언제일지도 모르면서 그토록 괴롭혔다.
멈출 줄 모르는 이 마음은 멀미가 난 것처럼, 걷는 길 위에 한 장 낙엽 하나 밟다 보면 정처 없이 떠도는 발걸음도 한 번쯤은 웃으며 대답할 수 있겠다.
일어나야 할 시간은 아니었지만, 해가 뜬 아침에 울리는 벨 소리에 이른 아침 커피 한잔하자는 물음에, 막 나가려 했다고 둘러대었다. 아침 낙엽 밟는 소리도 좋았고, 아침햇살도 좋았고, 커피도 좋았다.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반가웠는지 부스스한 웃음으로 마주한 미소가 좋았다.
하염없이 앞으로 나아간 그때가 아쉬움이었다면 지금이 딱 좋았다. 커피 한 잔보다는 머리 맞대고 마시는 막걸리가 한 번 더 좋았을지 몰라도, 평온한 하루에 한 번쯤은 지금처럼 너를 보다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다면, 정처 없는 발걸음에 안식처쯤 되겠다. 이런 하루가 지나고 나면, 계절이 돌아 다시 돌아오듯이 언젠가는 정처 없이 떠도는 발걸음이 한 번쯤은 웃으며 대답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겠지. 그림자가 기운만큼,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시간도 종이컵 안의 커피도 점점 빈자리를 만들어갔다.
미련으로 앉아 있던 자리. 지난 시간에도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앉아 있겠지.
오늘도 나에게 많은 너를 모른척하고 지워 보내도,
지난 시간에도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앉아 있다.
그렇게도 몇 번이나 커피 한 잔에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마주한 미소.
단지 표현하고 싶던 간단한 말들마저 없었지만,
하는 수없이 지금이 좋다.
힘들 때 언젠가 지금처럼 마주할 수 있겠다.
우연은 아니겠지만, 우연처럼.
그때 좋았지
커피 마시게 뛰어오라 했던 너가
그 말에 뛰어가던 내가
너도 잠시나마 그랬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지금도 좋아
아침 문득 울리는 벨 소리에 문득 커피 한잔하자고 보채던, 그때는 참 단순하고 좋았지.
부스스한 웃음으로 널 마주하던, 부끄러움은 내 탓이었지, 그때가 아쉬움이라면, 지금이 딱 좋겠다.
내가 멀리 있어서 문득 전화 올리도 없겠지만, 아무래도 커피 한 잔보다는, 머리 맞대고 마셨던 막걸리 한 잔이 나았겠지.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고, 멀미 난 것처럼 감정도 몇 번이고 바뀌었다.
시간이 바뀌었다고 상황이 나빠지거나, 그렇다고 좋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문득 안부 인사에는 단순히 ‘잘 지내’냐는 물음뿐, 단순한 단어 뒤에는 물음표나 느낌표가 있지 않더라도.
뻔한 물음에, 답변을 바란 것은 아닌 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조금 더 들어 줬을 텐데.
문득 연락이 왔다.
단지 표현하고 싶었던 간단한 단어 한마디에 답장이 없더라도, 하는 수 없이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