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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이는 순간들"

by 그리울너머


특별한 사이로 발전한다는 것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피어나는 설렘과 애틋함이 아닐까요?

우리가 만났던 카페에서도, 골목에서도, 문득 전활 걸었던 대화에서도 사소한 순간들의 덤덤함들에 서운함을 대입하는 순간 애틋함이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창문을 바라보는 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처럼, 감정이 깊어진다는 뜻이 아닐까요. 사소함이 어떤 감정이던 변화하는 순간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네가 던진 가벼운 한마디에, 별것 아닌 척하면서도 나는 서둘렀어.


넌 알지도 모르겠지만,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었음을. 빈둥빈둥 대다가, 갑자기 꺼낸 말 “밥이나 먹을까”. 서둘러 서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방으로 돌아와 말끔히 샤워도 하고, 옷장을 열어 입고 싶은 옷을 고르는 중에, 그 옷은 세탁기에 있음을. 그러면서 길을 재촉하며 네게 가는 동안, 너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문득 창문 너머의 불빛을 바라봤어. 너의 집 앞 불 켜진 창문을 바라보고, 언제 나올까.

기다리는 1분이 1시간처럼, 길었다.


“나 도착했는데, 언제 나와?”


“왜 이렇게 보채, 너는 여자를 잘 몰라”


신경질 적이면서도, 봄 동과 같은 말투에 그냥 피식 한번 웃어넘겼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 길, 어느 때와 같이 그런 저런 일이었기 때문에, 지친 너의 하루에 이 순간이 위로가 되었던 걸까.


“삼겹살에는 소주가 빠지면 안 되지"


“나 오늘 술 안 마실 거야”

.

아무도 믿지는 않지만, 그냥 그렇게 웃어넘기며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러면서, 전집에서는 오늘은 막걸리보다 소주가 먹고 싶다는, 너의 말에 그냥 그렇게 웃어넘겼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너의 이야기는 남들과는 조금은 유달리도 특별했다. 되짚어야 하는 시간들이 너무 길어서일까, 개밥바라기 같은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나 근데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지금 보아도 재미없는 그런 영화, 아니나 다를까 피곤했던 탓인지, 재미가 없던 탓인지. 너는 잠이 들었지, 그런 시답잖은 영화를 보고, 방으로 돌아와 맥주나 한잔 더하자.

그렇게 자의누리에 널부러 졌다.

이런 게 사랑 이야기라니.


“나는 너를 ‘안다미로’해”.





양동이 안의.

찰랑이는 물결에 손을 담그었더니,

잔잔해진다.



잔잔해진 물결은 넘치려 들어 손을 빼었더니,

찰랑거린다.



드넓은 바다 위에 파도를 물리치기 위해

손을 담가 봤자겠지,



하물며,

양동 이안의 물도 감당하기 어려운 내가.

바다와 같은 너를 만나니,

내 손은 담가 봤자겠지.


어떻게 찰랑이지 않을 수 있을까,



‘당신을 사랑할 때만은 순수했던 동심으로 돌아가 봅니다.’


양동 이안의 물을 잡으려 ‘첨벙’, ‘첨벙’.

잠시 손을 ‘지그시’ 담갔더니 넘치려 드는 물결은 이내 곧 잔잔해졌습니다.

‘이제 됐다.’ 속으로 다짐하고 손을 슬며시 빼었더니, 다시 ‘첨벙’, ‘첨벙’.


양동 이안의 물도 감당하지 못한 내가. 조심스럽게 당신을 사랑해보려 합니다.

층층이 밀려들어오는 파도에 손을 담가 봤자겠죠.

바닷가에 앉아 당신을 생각하며 ‘첨벙’, ‘첨벙’ 물장난 치는 이유가 있겠습니까.

괜히 심술이 나서 그냥 ‘첨벙’, ‘첨벙’ 파도를 물리치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양동 이안의 물도 감당하지 못한 내가. 바다와 같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파도를 멈추려는 무모한 도전에도, 바다를 바라보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파도가 잔잔해지면 파도를 잡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았지만,

양동 이안의 물도 감당하지 못한 내가 어쩌자고 바다와 같은 당신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해가 저무는 약간 늦은 저녁 낭만을 말하는 당신에게 쓸쓸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돌아가 첨벙 거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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