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접으며"
무심코 걸었던 전화 한 통, 복잡한 마음을 안고 하루를 보낸 적 있나요? 끊긴 뒤에도 잔상처럼 남아 기대와 망설임을 오갔죠.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문득 너의 오늘은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마치 나를 붙잡는 듯 혹시 너도, 스쳐 간 대화 속에서 오늘을 잠시 머물렀까?
이제야 비로소, 오늘을 온전히 살았으니까. 오늘을 다 쏟아내고, 나는 돌아섭니다.
고스란히 오늘의 하루를 접어 보냈다. 너의 하루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늘 그랬듯 잘 지내고 있겠지. 봄에는 연둣빛 싹이 돋고, 여름에는 바닷소리가, 가을엔 노을이 길게 물들며 시간은 자연스레 흐르겠지. 조건 반사적으로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달이 지면 하루가 지나가는 거겠지.
지나가는 오늘을 붙잡기 위해 달이 뜨면서 오늘을 시작하기도. 무수한 핑계를 대면서 별 이유는 없지만, 갖가지 이유로 오늘이다.
오늘은 오늘이 되길.
언제나 그렇듯, 해가 머문 시간 속 하루를 접어 보낸다.
그렇게 흘려보내던 하루 속, 문득 너를 마주했다.
마치 오래전처럼 가로등 불빛을 집어 헤쳐놓고, 어제의 달은 다시는 저물지 않았으면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스쳐 가는 오늘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발끝으로 오늘을 딛고,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고, 마음 깊이 새겼다.
달빛에 가려 애매한 오늘의 나는, 너를 만나 비로소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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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쭉 펼쳐 놓고 돌아보니, 이런 일 저런 일 평범한 일상들.
거리를 걷다가 배가 고파 보이는 식당, 익숙한 자리, 늘 시키던 부대찌개, 아니면 짜글이, 그것도 아니면 좋아하는 김치찌개로. 너의 하루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겠지.
고스란히 접어 보낸 오늘이,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 오늘이 되길"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냥 지나치는 오늘이라도.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날, "오늘은 내 위로 떨어져도 괜찮아"
오늘은 그냥 기다렸고
오늘은 그냥 생각했고
오늘은 우연히 마주했고
그래서 그냥 좋았고
오늘은 만났고
오늘은 같이 밥 먹었고
오늘은 그냥 웃었어
그렇게 너는 나에게 오늘만 살았어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 오늘이 되길"
의미 없이 지나치는 날, 해가 뜨면 오늘이 오고, 달이 떨어지면 오늘이 가는가 했다.
하루 다른 계절을 오늘에 살았고, 별 이유는 없지만, 무수히 지나치는 날 중 갖가지 이유로 오늘이다.
오늘은 그냥 만나서 밥을 먹고,
"평범한 일상이라 하겠지"
오늘은 우연히 마주했고 그냥 웃겠지, 오늘이 익숙하기 때문에 흘겨 보냈나.
아무렇지 않게 오늘을 보내고, 그러고 나선 지난날을 소중하다며 추억하겠지.
추억 속에는,
"너는 나에게 오늘만 살았지만"
함께하는 오늘날에는,
"나는 너에게 오늘을 살았다"
지나치는 날, 오늘을 일렬로 줄 세우고 나서야, 지나온 오늘이 추억이라 부르는 소중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좋았다면, 그냥 지나치는 오늘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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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려온 오늘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