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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2차원으로 바라보기; 첫 만남

‘너’는, ‘나’는 나의 ‘낮’과 ‘밤’

by 그리울너머 Feb 04. 2025


 어떤 만남은 흐릿하고, 어떤 만남은 선명하다. 그렇다고 정차했던 시간을 구태어 붙잡고 싶진 않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문득 멈춰 뒤돌아 볼 때면, 어쩌면 그날의 우리가 떠오를지도. 


왜 그런 거 있잖아, 놓친 인연에 아쉬워하는 거.

 지나간 시간을 돌려보내고, 말이라도 걸어볼걸, 무심한 듯 무시한 채 내 할 일을 했다. 침대에 누워도 보았다. 친구에게 언저리도 한번 둘러보고, 곧이 앉아 의미 없이 책장만 넘겨보다가.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어, 첫 만남은 처음이었어야 하지.

 인사 한번 제대로 못 건네고 돌아선 그 모습이 첫 만남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야 할까. 그래도 굳이 그때의 만남이 첫 만남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다고, 동의하겠다.

     

 모처럼 밀린 일들이 많았다. 뒷전에 있던 일들을 꺼내어 놓았고, 다시 뒤로 돌려놓았을 때쯤이었을까.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던 밤, 우연히 다시 마주쳤을 때 웃으며 인사했지. 사실은 멀리서 지켜보다가 아쉬워 돌아섰는데, 술에 취해 앉아있는 너를 지나치기엔 너무 또렷했기 때문에 웃으며 인사했다. 그게 서로가 아는 첫 만남일까.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그때 우리 만났었지 하며 웃는 모습에 너는.


 그렇다고, 동의했다.


 지나간 시간을 가져와 시시콜콜 한 넋두리를 뱉다가.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자며 번호를 건네었다. 긴 밤을 지새웠다. 용기를 내어 걸어본 연락이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 시작하는 일일 줄은 누가 알았겠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사실은 첫 만남은 애매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나도 알았겠지만.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이야기의 서막일 줄은 누가 알았겠니.


너의 눈동자는 비슷했기 때문에 잊어버리기에는 너무 또렷했겠다.

모처럼 밀린 일들이 많다. 하나. 둘씩.


긴 밤을 지새워야겠다.         



                          

너는 나의 ‘낮’과 ‘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른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다 어색하다.

설레임, 두려움, 기대감.


처음은 복잡 미묘하게 다가왔다.

첫 시작, 첫 만남, 첫 경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다 어색하다.

아쉬움, 두려움, 실망감.


마지막 또한 복잡 미묘하다.

마무리, 헤어짐, 익숙함.


하지만 ‘마지막’이 ‘처음’이라면.

나는 무얼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마지막 또한 중요한지 이제야 알았다.


‘두려움’이 ‘미련함’으로 남았을 때.


‘너’는, ‘나’는 나의 ‘낮’과 ‘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지 못했다.                                          

                                                          



 사실은, 너와 나의 첫 만남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스치듯 지나갔고, 내가 끌릴 만큼 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밟히는 너 가 앉았던 자리. 이상하게도, 기대가 찼었지. 그러다가 우연히 너를 다시 마주했을 때, 이것을 첫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말하기도 어색할 만큼 인사를 해두었지.

그때는 정확하게, 너를 본 나는 설렜다. 그러면서도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갔어. 그러다가도, 우연하게 또 마주쳤을 때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게 서로가 아는 첫 만남이겠다.

,

 첫 만남은 원래 설렘, 두려움, 기대감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겠지만. 너는 복잡 미묘하게 다가왔어. ‘용기’ 내어 걸어본 연락에, 기나긴 이야기들의 시작일지 너는 알았겠니.

 언젠가는 마지막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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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뒤에는 아쉬움, 두려움, 실망감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겠지만, 마지막을 뒤로 미뤄두고 익숙해졌을 때, 아마도 ‘두려움’이 ‘미련’으로 남았나 보다.


 많은 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조금 더 이야기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의 소망은; ‘두려움’이 ‘미련함’으로 남았을 때; ‘사랑’이라는 감정의 단어 앞에서 빼앗겨 버릴까 봐, 너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미련함조차 잃어버릴까 봐, 마지막을 뒤로 미뤄두고 익숙해졌을 때, ‘너’는, ‘나’는 나의 ‘낮’과 ‘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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