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0. 2차원으로 바라보기; 눈동자

"알 수 없는 또렷함"

by 그리울너머


당신의 눈동자는 항상 말하곤 했습니다. 느지막이 만나 뱉는 넋두리에서도 당신의 눈동자는 매우 또렷했기 때문입니다. 어쩌자고 알게 됐을까요 당신이 또렷한 이유는. 당신과의 첫 만남이 한 번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덤덤하게 당신과 마주했습니다. 술에 취해 앉아있는 당신을 지나치기엔 너무 또렷했고, 가벼운 인사를 뒤로 지나쳤습니다. 우연한 인파 속에서 지나치는 당신을 지나가는 기억을 떠올려 불현듯 마주했습니다. 기억을 하는지 모를 당신과 마주한 눈동자는 너무나 또렷했습니다. 당신과의 이드와 에고 속에서 끊임없는 이상들로 응축했지만,

변함없는 눈동자는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우리는 참 비슷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실은 첫 만남은 애매했기 때문에 뭐라 설명할 방법이 제게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시콜콜하고 유치하게 단정 지어 버리기에, 너무 또렷한 탓이라 단정 지어버렸습니다. 시시콜콜하고 유치하게 밀어내는 당신에 인연의 끈을 아직 놓아버리지 못 한건 당신의 눈동자가 너무나 또렷했습니다.




어쩌자고 알게 됐을까

한순간이었구나

너를 알게 된 것은

잠깐 지나치기엔

너무 또렷했던 너가

시시콜콜하고

유치하게 나를 밀어버리기엔

너무 또렷했구나

그 눈동자가 나에게 말하고 있음을





한 시절은 우리도 모르는 시간에 젖어든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 걸까?


나의 시선을 아름다운 빛에 둔 채 카메라는 자꾸 알 수 없는 곳에 셔터를 누른다. 인적 드문 한적한 골목과 양식장에 가득 찬 물고기. 가끔은 장난스런 농담으로 내 눈에 비친 모든 색들을 만져 보고 싶다.


너의 눈은 바다같이 너무 고요하다. 그 바닷속 모래사장에는 부서진 유리병과 어울려 아름답게 빛나는 부서진 조개껍데기들. 맥주잔에 비친 눈동자 그리고 물고기들. 추운 겨울 속을 파헤쳐 피어난 꽃은 설레지 않아서, 그때 그 겨울은 더 차가웠다.

더욱 고요한 바다.



그럼에도 내가 서사하는 이유는, 언젠가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정말 오랜만이야,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던걸 알았지만, 각자 나름의 길을 찾아 살아갈 테지만,

문이 어디로 열릴지 모르는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으면,

가끔은 내 생각도 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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